광주 남구 진월동 우리 동네에는 복싱 클럽이 있다. 나이 80을 앞둔 필자가 다시 글러브를 끼게 된 것은 하늘이 맺어준 운명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젊은 시절 복싱의 매력에 이끌려 잠시 취미 생활로 권투를 즐겨했다. 지금도 집 앞 전일복싱클럽에서 청소년 회원들과 땀을 흘리며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운동을 하고 있다.

권투하면 생각나는 것은 반세기 전인 지난 1966년 6월 25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던 WBA주니어미들급 경기이다. 김기수 선수가 한국 역사상 첫 세계챔피언으로 등극한 경기였다. 당시 첫 세계챔피언 탄생으로 이 나라 젊은이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권투를 사랑했고, 특히 의협심이 강한 청소년들은 복싱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산업화를 거치면서 복싱은 시대적 거리감이 있는 듯한 운동으로 여겨져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필자는 복싱은 거칠기도 하거니와 문제아들이 하는 운동이라는 잘못된 이해가 불러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 나이에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복싱을 즐기고 있다. 스스로 젊다고 생각한 나머지 움직이는 샌드백을 두드리고 스파링을 주 4회가량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신이 맑아지고 체력도 유지할 수 있어 복싱이야말로 건강 장수를 위한 준비에 제격인 듯 하다. 인생을 완성해 가는 시점에서 좀 더 많은 세상을 살면서 경험하고 체험했던 사실들을 토대로 세상과 소통해 보는 것도 좋을 성싶어 복싱을 권해 보는 것이다.

민족 대명절인 올해 추석은 유난히 긴 휴가기간에다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절기임에도 젊은 세대들은 쉬지도 못하고 학업과 취직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흔히 젊은 사람들 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고들 한다. 우선 각급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종일토록 책상에 앉아서 공부에 열중한 나머지 생활에 지치기도 할 것이다. 젊은이들은 직장 채용 시험 준비를 위해 도서관으로, 학원으로 때로는 인터넷 강의 등을 듣다 보면 스트레스도 쌓이게 마련이다. 탈출구 없는 이들이 잠시 짬을 내 어느 도장이든지 찾아가 샌드백을 두들기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으면 한다.

복싱은 양손을 사용해 주먹으로 샌드백을 치지만 몸에 무리는 주지 않기 때문에 노화나 치매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예방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뇌신경의 발달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그리고 신체의 여러 부위를 강화하고 근육의 이완과 수축, 균형 감각, 스피드와 유연성이 길러지기 때문이다.

한국뇌학회 회장인 서유헌 서울대 의대교수는 “뇌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것은 손을 관할하는 부위”라고 말한다. 따라서 손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뇌를 발달시키는데 아주 유용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게 복싱이다. 복싱은 공격 목적이 아니라 자신을 방어하는 운동이며 운동을 하면 할수록 ‘주먹’을 잘 이해하게 되고 겸손하게 된다. 여유와 자신감도 생긴다.

팔순을 앞두고 복싱을 즐기는 내 이야기가 장수 시대에 분명 세상은 살아볼 만 하다고 느끼게 해 줄 조그만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가슴 속에 일렁이는 무엇인가가 느껴지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