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디자인을 주제로 하는 ‘2017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개막했다. 지금까지 비엔날레관에서 홀로 산업디자인 관련 전시만 했었는데, 올해는 광주시립미술관이 특별전을 자청하였다. ‘4차 미디어아트 : 포스트 휴먼’전이 그것이다. 광주는 유네스코로부터 미디어아트창의도시로 지정받은 이후 그동안 미디어아트 사업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왔다. 문화도시가 되어 광주의 미래를 이끌어가기 위한 것이다. 이번 전시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의 시민이자 이번 특별전의 전시기획자로서 미디어아트에 대한 개념을 간략하게 정의해보고자 한다. 미디어아트의 개념은 시간의 흐름과 기술의 발달에 따라 변해왔다.

초기에는 사진, 전화, 영화 등의 발명 이후 이런 신기술들을 활용하는 예술들을 가리켰다. 우리가 매스 미디어(mass media)라고 할 때의 그 미디어를 이용한 예술작품을 말했다. 대략 1960년대 플럭서스 유파에서부터라고 말할 수 있다. 플럭서스 유파는 1인 제작, 1인 소유의 전통적 예술개념을 거부했다. 그들은 과감히 자기들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들로부터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예술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요즘 비엔날레에서 흔히 보는 설치작품, 퍼포먼스, 영상작품들은 그들의 혁명적 시도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요셉보이스, 백남준 등이 유명하다. 이것이 미디어아트의 시작이었다.

그 유파 중 백남준은 캔버스 대신 어느 것을 소재로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를 고민했고 그는 텔레비전과 퍼포먼스를 선택했다. 음악을 전공했던 백남준은 텔레비전이 훌륭한 미술 소재가 될 수 있음을 알아봤고, 소위 비디오아트라는 것이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는 오늘날 미디어아트의 뿌리와도 같다. 그를 좇아 수많은 작가들이 영상을 소재로 하는 미디어 아트를 하였으며 그것들이 대략 1970∼90년대에는 비디오아트라는 장르로 불렸다. 비디오아트는 서사나 인간의 본질 탐구보다는 정보의 확산과 설치에 주목하였다. 이것이 2차 미디어아트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골목마다 있던 비디오 대여점이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변화였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과 보급은 소위 디지털아트, 뉴미디어아트의 시대를 가져왔다. 이 시기 컴퓨터를 이용하여 영상을 조작하고 예술작품을 만든 이들이 세 번째 미디어아트의 주역들이다. 물론 칼로 무 자르듯이 그 시기와 작가들이 구분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편의상 구분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거대한 흐름이 있었다. 처음 시작은 작은 물결이어서 발목만 적실 정도였지만 시간이 흐르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단순히 텔레비전에 나오는 지지직거리는 영상, 정보만 담은 영상을 뛰어넘는 기술과 예술성의 진화가 있었다. 서양에서는 빌 비올라가 동양에서는 이이남이 대표적이다. 2차 미디어아트는 미래를 내다 본 비디오 기술의 도입이었고, 3차 미디어아트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대형 스크린 사용, 영화적 기법 도입 등 기술의 발달에 더해 비디오아트가 구현하지 못한 서사와 인간의 다양한 문제를 담은 것이 특징이다.

이번 광주시립미술관 특별전에서 보여준 4차 미디어아트는 두 가지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 첫째는 네 번째 단계의 미디어아트라는 것이고, 둘째는 4차산업과 연관된 미디어아트라는 것이다. 4차산업의 주요키워드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등은 젊은 공학자와 예술가들에 의해 적극적이고 자연스럽게 미디어 아트에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이번 특별전에서도 인공지능이나 로봇 등을 이용한 작품이 주를 이루었는데, 과학의 장점이 인간이 만드는 예술과 결합되어 또 다른 아름다움과 재미를 선사하였다. 앞으로 기술의 진보를 통한 4차 산업과 미디어아트는 더더욱 결합되어 새롭고 멋진 미디어아트의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작품과 관객과의 상호작용, 작품에 대한 관객의 주체적인 참여 등은 4차 미디어아트의 주요 특징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 시점에서의 미디어아트란 “작가와 관객의 동적인 상호작용이 있는 매체 예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세계에서 최초로 “4차 미디어아트”라는 개념을 선언적으로 제시하였다. 전국의 미술전문가들도 부러워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아트의 모습을 보러 전국의 미술관 큐레이터들이 광주시립미술관을 방문하고 있다. 이번 광주시립미술관의 ‘4차 미디어아트: 포스트휴먼’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4차 미디어아트의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