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은 자전거 여행의 묘미다. 느림에 익숙해질수록 바다를 따라 열리는 경치가 더 자세히 보인다.

바둑판처럼 네모반듯하게 늘어선 염전에 마치 흰 눈을 쌓아놓은 듯한 소금더미 장관, 끝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펼쳐진 해변을 눈에 담으며 달리는 길은 더 없이 여유롭다.

더운 여름날에도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게 신안 ‘천도천색 천리길’ 자전거길의 매력이기도 하다.

신안군이 관광객, 라이딩족들을 겨냥해 조성한 자전거길은 모두 7개 코스(455㎞)로 나뉜다. 7개 코스는 신안 12개 섬을 둘러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압해도와 증도, 임자도 등 큰 섬은 개별 코스로 조성했고 자은·암태·팔금·안좌도를 둘러보는 코스와 비금·도초, 하의·신의를 연결하는 코스로 나뉜다. 단조롭지만 바다에 기대어 있는 작은 해안마을을 훑고 지나가면서 생선을 손질하는 아낙, 그물을 다듬는 노부부 등 정겨운 풍경을 한껏 접할 수 있다는 게 코스별 매력이다.

압해도 코스는 신안군청을 출발, 죽도 노둣길∼송공산 분재공원으로 이어지는 47㎞ 구간. 송공산 남쪽 10ha에 분재원, 미니수목원, 야생화원 등으로 꾸며진 송공산 분재공원과 저녁노을 미술관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전경은 섬 라이딩의 백미로 꼽힐만하다.

슬로시티 증도를 둘러보는 코스는 볼거리가 즐비하다. 신안군 관광안내소∼해저유물발굴기념비∼짱뚱어다리∼한반도해송숲∼왕바위 선착장∼화도 노둣길∼태평염전까지 44.58㎞는 느림의 여유로움과 비슷한 풍광에서 오는 지루함을 떨쳐낼 볼거리가 많다.

임자도 코스(54㎞)에는 전국 젓새우의 70%를 생산하는 전장포를 비롯, 12㎞에 걸친 국내 최장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대광해수욕장 등을 포함하고 있다.

자은·암태·팔금·안좌도를 아우르는 120.32㎞에 달하는 코스는 머리와 꼬리를 맞대고 있는 연도교를 따라 고즈넉한 시골 어촌 풍경을 한껏 담아갈 수 있다. 썰물때면 2.5㎞의 바닷길이 열려 갯벌 생물을 관찰할 수 있는

노둣길은 암태도에서 ‘섬 속의 섬’ 추포도로 이어지는 통로다.

비금·도초도 코스(71.36㎞)는 이세돌 고향으로 전국 최초로 천일염을 생산한 비금도 하트 해변과 도초도 풍성사구를 볼 수 있으며 흑산도 코스(25.08㎞)는 정약전이 후학을 양성하던 사촌서당을 비롯한 유배문화공원이 포함돼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와 큰바위얼굴, 농민운동기념관, CNN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섬(33선)에 꼽히고 신안에서 가장 많은 천일염전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신의도 코스가 하의·신의(79.64㎞)다.



/신안=이상선기자 s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