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남도 함흥시에서 태어난 박정민(44)씨는 자신만의 기술로 현재까지 수많은 단골을 만들어 7년째 마사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성공한 창업자다.

그는 인민학교, 고등학교, 중학교를 거치는 동안 내내 반장을 놓친 적이 없었다. 뛰어난 언변으로 항상 소년단 위원을 도맡아 했고, 자연스럽게 앞장서서 아이들을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했다. ‘남보다 한보 앞장서 가야한다’는 아버지의 말씀의 영향이 컸던 덕분이다.

공부를 잘했던 박씨는 학창시절 회전하는 칠판을 최초로 발명해 함흥시에서 3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사계절 커튼 등 발명품이 100개도 넘는다.

그는 사실 우주에 관심이 많아 천문학자의 꿈을 가지고 물리, 화학 등을 공부하는 공대에 입학을 원했으나 의대 교수님이었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의대로 진학한다.

하지만, 그는 외과학을 전공해 양 의학을 공부한 아버지와 달리 한의학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시절 김일성이 죽고 나라 살림이 어려워지자 정부에서는 대학생들을 공부시키지 않고 산으로 들로 보냈다. 도토리, 약초 등 먹을 수 있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칡뿌리 같은 약초들은 말려서 다듬어 50kg씩 가져다 바치면 대학교 1년을 공부한 걸로 쳐준다는 것이었다.

공부를 제대로 채 시작하기도 전에 의대공부에 취미가 없었던 그는 리더기질을 발휘해 동기들 45명을 데리고 집단탄원을 냈다. 북한 내 제 1 전선인 군대에 지원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낸 후 45명 중 42명이 군대에 입대하게 된다. 1996년 입대 후 6개월 동안의 신병훈련이 끝나면 군의관양성소에 또 6개월간 교육을 받는다. 그렇게 1년을 보내면 소위계급을 따고 선배들 밑에서 인턴생활 2년을 한다. 2년 동안 응급처치부터 실습까지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그는 군의관이 되고 한 생명이 자신의 손에 달렸다는 책임감을 느낀 후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

그렇게 군대생활을 하던 중 어느 날 그는 변방부대에서 일하는 한동기를 만나러 출장을 갔다. 그렇게 만난 친구는 그에게 중국에 한번 다녀와 볼 테냐는 제안을 했고 결국 제안에 넘어간 그는 중국으로 가게 된다. 그러던 중 친구와 술을 먹고는 북한으로 다시 들어오는 일정이 늦어지고 그로 인해 간첩으로 오해받아 죽을 뻔한 그는 그 길로 다시 중국으로 도망을 간다. 그렇게 도망 다니며 떠돌이 생활을 하다 여러 명의 도움을 받게 되고 그렇게 그는 상해에 정착한다. 상해에서 6년 반 동안 지내면서 여행가이드회사를 운영하는 동시에 컴퓨터를 수리하는 업체도 함께 운영하게 된다. 그러다가 2008년 1월, 그 직원들을 모두 데리고 남한으로 넘어오게 된다.

한국에 들어와 하나원에서 퇴소한 후 광주에 온 첫 느낌은 실망과 불안함이었다. 하나원에서 다른 탈북민들과 지내다가 혼자 떨어져 광주에 오니 외롭고 쓸쓸하기도 했다. 아무것도 없는 썰렁한 집에 혼자 있을 때면 뭐 해먹고 살려고 여기까지 왔는지 서럽고 막막했다. 처음에 그는 막노동도 해보고 안 해본 일 없이 여러 일을 해보았다. 북한의 조직사회체제에 길든 그는 광주에 와 혼자힘으로 일을 구하기가 제일 어려웠다고 한다. 누가 일을 소개해주는 사람 없이 스스로 찾아보고 구해야 하는 점이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의대생이었던 그는 전공을 살려 한의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는 자신만의 지식과 기술을 발휘해 발 건강을 위한 마사지 가게를 열었다. 발로 다스리는 건강을 만들고자 창업을 한 그는 어엿한 사장님이 되어 현재 도수치료와 교정요법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는 “내가 강조할 것은 ‘열심히 꾸준히 거짓 없게 노력하면 된다’는 것밖에 없다”며 “중요한 것은 결국 초심을 잃지 않고 거만해 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고 전하며 다른 탈북자들의 창업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전은재기자 ej662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