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닭의 해이기도 하고 AI(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인해 계란파동이 이어지기도 해 새해 벽두부터 닭과 계란이 단연 뉴스의 중심이 되고 있다. 평소 후라이드 치킨과 계란으로 만든 모든 요리를 좋아하는 까닭에 계란 품귀현상이 당분간 계속 된다고 하니 계란 소식에 자꾸 마음이 간다. 풍요로울 때는 모르고 지내다가 결핍의 순간에 그 존재가 애틋해지는 세상사를 계란을 통해 새삼 깨친다.

우리가 닭과 함께 살아온 날이 오래 되었던 만큼 닭은 회화에서 친근하게 등장하는 소재다. 가까이 ‘암탉과 보송보송한 병아리’ 그림은 물론 공격적이고 활기찬 수탉 그림을 인상적으로 남긴 피카소를 비롯해서, 거슬러 올라가서 고구려 벽화고분인 무용총 천장에도 한 쌍의 닭 그림이 있는가 하면 변상벽의 ‘계도’도 유명하다.

고대 로마시대의 폼페이 벽화에서도 닭을 만날 수 있다. 부유한 전원도시였던 폼페이는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멈춰진 시간 속에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간직했던 곳으로 이 도시의 거의 모든 집과 별장에는 정물화나 동물화, 풍경화 등 다양한 회화 장르를 동원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작품 ‘수탉과 과일이 있는 정물화’ 역시 폼페이 유적지에서 발굴된 프레스코화로 석류를 쪼아 먹고 있는 수탉과 그 뒤로 석류와 무화과, 배가 선반 위에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회화사에서 가장 오래된 기법으로 여겨지는 ‘프레스코화’는 이탈리어로 ‘신선하다’는 뜻이며 벽에 바른 회반죽이 채 마르기 전에 그려진 벽화를 의미한다. 회벽이 마르기 전 신속하고 긴박하게 그림을 그려야 하므로 프레스코화는 솜씨 있는 화가여야 도전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했다.

그랬던 만큼 고대 로마에 이어 르네상스시기에 부흥했던 프레스코화는 조토, 미켈란젤로 등 거장들이 성당의 천정이나 벽화 등에 불후의 걸작들을 남겼고 지금까지도 변색되지 않아 당대 거장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