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 열기로 무더운 여름밤을 더욱 뜨겁게 보내는 날이 많아졌다. 우리나라와 반대편에 위치해서 지리적으로도 멀고 심리적으로는 더 멀어서인지 리우데자네이루와 브라질에 대해선 모르는 것이 참 많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앞으로도 브라질을 여행하는 일은 쉽게 생기지 않을 것 같지만 올림픽으로 인해 들썩이는 관심은 라틴아메리카 문화와 예술에 관한 서적과 화집을 뒤적이게 한다.

많은 동료 시인들에게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시인 중 한명으로 인정받는 엘리자베스 비숍(1911∼1979)은 화가로도 명성이 높았다. 시를 쓰는 일 만큼이나 즐겨 그림을 그렸고 콜라주와 구성 작품을 만들었던 비숍에게 브라질은 무척 각별했다.

미국 메사추세츠에서 태어나 여러 나라를 여행했던 비숍이 탐미주의 건축가인 동성 연인 로타 데 소아레스와 16년 동안 살았던 곳이 브라질이었기 때문이다.

비숍이 수채와 구아슈로 그린 ‘브라질 풍경’은 인생의 동반자였던 연인과 살면서 그렸던 풍경화로 뛰어난 색감과 묘사력이 돋보인다. 연인과 함께여서 생애 처음으로 안정감과 행복을 느꼈던 비숍이었기에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산과 밭, 농가의 전원 풍경이 평화롭다. 브라질은 국토가 넓은 나라인 만큼 스펙터클한 풍광이 먼저 떠오르지만 비숍의 마음을 끌었던 것은 의외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푸근한 산세와 풍광이다.

평화로운 곳에서 한때의 행복도 잠시, 로타의 자살로 두 사람의 사랑은 비극으로 막을 내렸고 이들의 사랑이야기는 브라질 영화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비숍에게도 사랑의 상실은 큰 고통을 주었고 후일 평론가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시 ‘한 가지 기술’을 남긴다.

“상실의 기술을 익히기는 어렵지 않다/많은 것들이 언젠가는 상실될 의도로 채워진 듯하니/그것들을 잃는다고 재앙은 아니다…//…두 도시도 잃었다, 멋진 도시들과 내가 소유했던/더 넓은 영토들을, 두 개의 강과 하나의 대륙을/그것들이 그립긴 하지만, 그렇다고 재앙은 아니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