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 경기 활성화와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지방재정 조기집행’ 행정이 부작용이 많다는 지적이다.

지난 31일 전남도와 장흥군 등에 따르면 전남도내 22개 자치단체를 비롯한 전국 모든 자치단체가 지방재정(예산) 가운데 70% 이상을 상반기(6월 말) 내에 조기집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선 지자체는 조기집행 구도상 예산 성립 전 설계를 해야하고, 관련 사업들이 한꺼번에 일선 사업장으로 몰리다 보니 사업장 관리 감독이 소홀해지는 등 행정의 효율성마저 저하되는 문제점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역 건설업계에서도 자재수급과 인력, 장비난 등이 겹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에 자치단체의 조기 집행을 반기지 않고 있다.

특히 대부분 소규모 사업 현장인 장흥군 등 농어촌 지역 지자체의 경우 재정 조기집행에 따른 부작용이 더욱 심각하다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실제 동시에 공사발주가 이뤄지면서 현장인력 인건비는 평소 하루 기준 8만원대에서 13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했으며, 그나마도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게 다반사라고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포크레인 장비와 레미콘 운반 차량이 부족해 광주나 목포 등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관련 장비를 웃돈을 주고 임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와 함께 근로시간제한으로 오후 5시면 현장 일이 끝나는 현실 등으로 지역 내 영세 건설업계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부실공사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건설업계의 말이다.

하지만 중앙부처와 전남도 등 광역 자치단체는 이 같은 지역 실정을 외면한 채 서민생활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일선 자치단체를 상대로 지방재정 조기집행 실적 평가를 매기는 등 탁상행정에만 집착하고 있다.

자치단체들도 중앙정부에서 재정 인센티브 등을 포상으로 내건 탓에 조기집행 경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일선 지자체(사업부서)와 건설업계들은 기술력이 단순하고 사업규모가 적은 소규모사업은 조기집행과 관계없이 사업공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만큼 5억원 이상 대규모 프로젝트 국책사업에 한해서만 조기집행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전남도의 올 6월 말 기준 전남도내 22개 자치단체 조기집행 평가에서는 1위 해남군, 2위 강진군, 3위 장흥군 등으로 알려졌다.

장흥군은 최근 올해 상반기 조기집행 목표액인 1330억원을 넘어선 1595억원을 집행해 120%에 달하는 조기집행률을 기록, 행정자치부가 실시한 지방재정 조기집행 추진실적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 기관에 선정됐다.

/장흥=김용기기자·중부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