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호가 울밑에서 으르렁대도/나는 코골며 잠잘 수 있고/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있어도/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모기 한 마리 왱하고 귓가에 들려오면/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단다…”〈정약용 작 ‘증문(憎蚊)’중에서〉

2백여 년 전 다산이 토로했듯, 여름 나기를 힘들게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모기 인 것 같다. 비를 좋아해서 기다렸던 장마는 폭염에 밀려 오락가락하고, 그로 인해 습기 많은 열대야가 불쾌지수를 높이지만 왱 하고 달려드는 모기 한 마리에 비할 바 아니다. 모기가 옮긴다는 지카 바이러스나 일본 뇌염을 퇴치하기 위해 모기약과 모기 기피제를 꺼내다가도 혹시 가습기살균제처럼 밝혀지지 않은 유해물질이 있을까봐 그도 망설여진다.

장욱진 화백(1917∼1990)도 모기를 피하고 싫어했었나 보다. 소박한 방 한가운데 모기를 피해 모기장을 친 뒤 마음 편하게 팔 베고 누운 인물을 담은 장욱진 화백의 ‘모기장’(1956년 작)은 1950년대 중반의 어려운 생활 형편에도 자족한다는 화가의 독백 같은 도가풍의 작품으로 꼽히는 그림이다. 모기장 가장자리에 선묘 윤곽만으로 묘사한 나무등잔과 밥그릇 하나, 작은 솥단지가 주인공에게 꼭 필요한 세간인 듯 소박한 모습이다.

내년이면 탄생 1백주년을 맞이하는 화백은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폭넓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화가로 손꼽힌다. 일견 아동화 같기도 하지만 자연의 넉넉함과 일상의 따뜻함을 치밀한 조형적 구성과 신선한 시각으로 표현해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을 씻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론 ‘장욱진-모더니스트 민화장(民畵匠)’의 저자 김형국 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일생을 맑은 동심으로 살다간 화가의 예술성을 일상성과 초월성의 조화”로 집약하고 “그의 그림에서 푸근하고 넉넉한 마음이 느껴지는 것은 그림이 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