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는 역점사업인 ‘남도문예르네상스’의 하나로 도내에 산재한 종가를 보존하고 종가문화를 전수·선양하기 위한 가칭 ‘종가회를 조직, 운영을 시작했다.

전남에는 16개 시·군에 34곳의 종가가 있으며 이 중 나라에 큰 공훈을 세우거나 학문과 덕이 높아 종가가 된 곳(불천위)이 9곳이다. 34곳의 종가 종택(宗宅) 가운데 200년 이상 된 공간은 11곳, 100년 이상은 7곳이다.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도 14곳에 이른다. 가장 오래된 종가는 28대째 내려오는 신안군의 한양조씨 봉사공파이며 가장 오래된 종택은 1583년 지어진 장흥위씨 판서공파 종택이다.

전남에서 종가에 시선을 돌린 이유는 지역사, 생활사를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문화유산인 까닭이다. 이는 전남의 핵심사업인 관광 측면에서 매우 우수한 문화콘텐츠다.

종가에 담긴 문화 콘텐츠는 관광자원으로의 활용 측면에서 크게 정신문화, 음식문화, 가옥문화로 구분할 수 있다. 정신문화는 수백 년을 이어오며 정착한 가풍이란 무형의 문화에 담긴 이야기를, 음식문화는 종가의 대표 음식과 그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가옥문화는 종택을 이루는 가옥에서 생활용품에 이르는 유형의 자산에 담긴 이야기를 일컫는다.

종가의 정신문화를 체험하는 예법체험은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인문학 교육으로 자리 잡고 있다. 종가의 정신문화가 정착한 조선시대는 사회적으로 올바른 인간상과 공동체적 윤리의식에 대한 화두가 시대정신이었다. 종가에서는 가문의 영광을 위해 이러한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하고자 생활을 규율하는 규범과 윤리적인 법도를 포괄하는 예법에 따라 자녀를 훈육했다. 그러한 과정 속에 각 종가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이 가풍으로 정착됐다.

이 때문에 종가의 예법체험은 초·중·고교와 공공기관, 기업체를 타깃으로 하는 문화콘텐츠로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교육적인 관점에서 종가의 예법은 옛 전통문화에 대한 학습효과와 함께 예법에 담긴 인간 존중 사상을 통해 이타심과 공동체 정신 함양에 큰 도움이 된다. 사회적 관점에서도 공직윤리, 기업윤리와도 연결되는 까닭에 건전한 사회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종가의 음식문화는 현대인이 추구하는 웰빙과 맞닿아 있다. 종가의 음식은 현대인이 선호하는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고, 숙성을 통해 영양성분을 극대화한 음식이다. 맛 또한 깊고 그윽하다. 전통적 방식의 데코레이션은 덤이다.

특히, 종가집 음식의 문화콘텐츠로서 가치는 정성에 있다. 종가집 음식은 미각적으로도 매우 뛰어나지만, 음식 한 가지를 만들기 위해 길게는 몇 달을 준비하는 그 과정은 음식을 먹는 이들에게 ‘맛’ 이상의 ‘무엇’을 선사한다. 종가집 종부 상당수가 ‘음식명인’으로 인정받는 이유다. 며느리에서 며느리로 이어져 내려온 종가집 종부는 음식 조리법을 전수받기 이전에 음식을 대하는 마음을 먼저 배운다. 그리고 그 마음으로 말미암아 맛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이다. 문화콘텐츠로서 종가의 음식문화는 과거엔 먹는 즐거움에 그쳤지만, 최근엔 웰빙 열풍을 타고 조리법으로 그 초점이 옮겨지고 있는 것도 종가의 음식문화 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 요인이다.

종가의 가옥문화, 종택은 그 자체로 관광자원이다. 전남의 34곳의 종가 중 무려 14곳이 문화재로 지정된 이유다. 종택이 위치한 곳은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이며 풍광도 빼어나다. 여기에 수백 년을 가꾸어온 마당과 정원의 아름다움은 덤이다. 또한,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온 종택은 그 시간만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종택의 외관은 옛 문화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그 속살에 담긴 이야기는 더 큰 재미를 선사한다.

종가는 이처럼 문화콘텐츠로의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 그런데, 이는 가치 이상의 가치를 내재하고 있다. 편리성을 추구하는 흐름 속에 몇몇 종가는 전승기반을 마련하지 못해 단절될 위기에 놓여 있다. 경제적 이유가 최대 요인이다. 속된 표현으로 먹고 살 것이 마땅치 않은 까닭이다. 종가가 관광콘텐츠로 정착하여 경제적인 부만 창출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전승기반은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전남이 종가를 관광콘텐츠로 육성하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