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등재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가슴이 뭉클해진다.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든 없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문화유산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고 하면 누구나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세계유산 등재는 우리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된다. 문화 유산보호와 보존에 대한 국민의 수준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된다.

세계유산은 그 규모나 특징에서 인류 모두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하고 진정성, 완전성을 갖추고 있어 전 인류가 보존하고 보존해야 하는 유산을 의미한다. 세계유산 지정제도의 취지는 선조가 만들고 가꾸어 놓은, 그래서 우리가 현재 그 속에 살며 즐기고 있는 유산을 우리의 후손들도 우리와 같이 즐기고 살아갈 수 있도록 보존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는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유적,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조선왕릉, 한국의 역사마을, 남한산성, 백제역사유적지구 등 12개 세계유산을 보유한 국가다. 오는 7월에는 한국의 서원의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세계유산 등재 이전에 지정되는 잠정목록에는 강진 도요지, 서남해안 갯벌, 낙안읍성 등 15개의 유산 등이 포함돼 있다. 풍부한 문화유산 덕분에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문화유산에 대한 등재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세계유산 등재는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시작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등재 당시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그대로 지키고 진정성과 완전성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만약 등재조건 가운데 하나라도 그 가치가 훼손되었을 경우 위험에 처한 유산목록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가적으로는 유산지역에 대한 지원과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지자체에서는 지속적으로 유산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문화유산이 있는 해당 지역주민과 시민들은 유산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지역 문화유산 지킴이로서의 역할과 함께 유산을 통한 지역의 상생을 함께 도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문화유산 정책을 보면 세계유산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홍보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기존에는 문화재의 보존 및 정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최근에는 문화유산 및 세계유산 활용을 통한 보존방향으로 정책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즉 유산의 원형을 잘 살리고 이어나가되, 지역민과 함께 주변의 문화자원들과의 연계를 통한 적극적인 활용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지역의 세계유산인 화순고인돌유적은 탁월한 거석문화 기념물로서 옛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돼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등재 당시만 해도 우리 지역에 흔한 고인돌 또는 바윗덩어리를 왜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는 지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고인돌시대의 문화를 주민의 손으로 직접 다시 재현할 만큼 역량이 성숙돼가고 있다.

특히, 3천 년 전 이 지역에서 살았던 ‘고인돌 사람들’이 화합하고 협동했던 공동체사회의 모습을 고인돌 축제를 통하여 다시 재현하여 되살리는 일은 지속가능한 세계유산으로 남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단순히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가치와 문화를 후대에 계승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역문화와 환경을 지역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영구히 보존하려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처럼 주변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야 할 때다. 이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문화유산과 동행함으로써 우리의 관심과 사랑을 보여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