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욱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음악 듣기 싫으면 집에나 가!”
2016년 06월 22일(수) 00:00 가가
얼마 전 문예회관에서 있었던 광주시향의 창립4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중년의 관객이 학생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음악회의 풍경은 이러했다. 시향의 다른 공연과 달리 학생들은 많았고 자연스럽게 소란스러웠으며, 공연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직원들의 발걸음도 매우 분주해 보였다. 심지어 악장 사이에도 학생들은 무리지어 자리를 옮기거나 공연장 밖으로 나갔다. 관객으로서 오롯이 연주에 집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하필이면 그날의 연주곡 중에는 클래식 애호가들로부터 사랑받는 베토벤의 〈합창〉이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진했다. 고백하건대 듣기 싫으면 집에 가라는 중년 관객의 호통은 필자에겐 요즘 유행하는 말로 사이다와 같았다.
오비이락인지 모르겠으나 지휘자를 비롯한 시향단원들은 매우 화가 났던 것 같다. 당연히 기대했던 앙코르는 없었고, 예고된 프로그램만 연주한 뒤 단원들은 무대를 떠났다. 단원들을 향한 미안함은 남아 있는 관객들의 몫이 되었다. 악전고투하다시피 연주를 완료한 시향을 향해 관객들은 더욱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날의 연주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결과적으로 광주시향과 그날의 관객은 명백한 피해자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학생들도 피해자라는 점이다. 학생들의 행동으로 유추하자면 음악에 대한 열망으로 스스로 입장하지 않았던 것 같고, 연주 도중에 공연장을 떠나버리는 것은 문화시민의 태도가 아니라는 것도 못 배웠던 것 같다. 이쯤 되면 학교를 탓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야박하다. 입시 성적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학교가 학생들에게 문화시민의 소양을 가르치고 학교 울타리 밖에서 실천하도록 지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역사회차원에서 모색해보는 것을 제안한다. 제도권 교육에서 해결하기 어려우니 지역사회의 자원들이 모여 프로그램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관이나 시민사회에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에게 맡기는 것은 어떨까? 음악을 전공한 청년이 열 명 정도의 학생을 모집하여 음악 관람 매너도 교육할 뿐 아니라 당일 연주프로그램에 대한 사전 설명과 정규교과과정의 내용과도 비교해주는 것이다. 또한 학생 개개인의 감상문 작성 지도까지 포함하여 문화체험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는 것이다. 내용적 범위는 공연장 관람 실습뿐 아니라 마을공동체활동 체험도 좋고 야구장 관람 실습마저도 좋다. 지역사회의 모든 공간이 학습 장소이며 민주시민으로 갖추어야 할 모든 덕목이 학습 내용이다.
프로그램의 형식적 측면에서 학교 교육의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형태가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철저히 수요자인 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에서 정규 교과과정과의 연계성도 강화하고 학생이 흥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밀도 높은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체험학습이라는 플랫폼에 안착한다면 무난할 것이다. 이를테면 관에서는 청년들이 질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전문가를 지원해 주고 교육청에서는 프로그램 인증제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사족이지만 광주지역 초중고 학생들의 30%만 참여한다 하더라도 1만 명의 일자리가 생긴다.
무의미한 가정이지만 1년 전 광주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던 U대회 전에 이런 프로그램이 개발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회 인기종목 중 하나였던 리듬체조의 손연재 선수가 출전하던 날도 시향의 음악회와 상황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관중으로 입장한 어린 학생들은 손 선수의 메달 소식만을 바랐던 모양이었다. 손 선수의 첫 번째 연기가 끝난 후 전광판에 14위로 표시되자 메달은 어렵겠다며 자리를 떴다. 전광판의 순위가 최종 순위가 아니라는 점은 물론이고 리듬체조의 경기 방식이나 관람 포인트 등 경기를 알차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도 접하지 못한 채 학생들은 체육관에 입장한 것이다.
비단 리듬체조 뿐 아니라 경기 중엔 관중의 이동이 금지된 테니스, 이미 국민상식이 되어버린 양궁의 관람 매너 등 다양한 층위의 정보를 청소년이 쉽게 접하고 거주지역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건 매우 드문 기회이다. 또한 미래세대의 주인인 청소년이 세계 젊은이들의 축제에 동참하여 함께 즐기면서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했다면 U대회의 경제적 효과와 비교할 수 없는 미래의 문화자산이 광주에 축적되었을 것이다.
광주가 많이 발전하였지만 해야할 것도 많다. 청소년에게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는 것은 지금도 필요하다. 매월 펼쳐지는 시향의 공연은 물론이고 몇 년 뒤 펼쳐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도 이럴 수는 없지 않은가?
음악회의 풍경은 이러했다. 시향의 다른 공연과 달리 학생들은 많았고 자연스럽게 소란스러웠으며, 공연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직원들의 발걸음도 매우 분주해 보였다. 심지어 악장 사이에도 학생들은 무리지어 자리를 옮기거나 공연장 밖으로 나갔다. 관객으로서 오롯이 연주에 집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하필이면 그날의 연주곡 중에는 클래식 애호가들로부터 사랑받는 베토벤의 〈합창〉이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진했다. 고백하건대 듣기 싫으면 집에 가라는 중년 관객의 호통은 필자에겐 요즘 유행하는 말로 사이다와 같았다.
프로그램의 형식적 측면에서 학교 교육의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형태가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철저히 수요자인 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에서 정규 교과과정과의 연계성도 강화하고 학생이 흥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밀도 높은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체험학습이라는 플랫폼에 안착한다면 무난할 것이다. 이를테면 관에서는 청년들이 질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전문가를 지원해 주고 교육청에서는 프로그램 인증제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사족이지만 광주지역 초중고 학생들의 30%만 참여한다 하더라도 1만 명의 일자리가 생긴다.
무의미한 가정이지만 1년 전 광주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던 U대회 전에 이런 프로그램이 개발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회 인기종목 중 하나였던 리듬체조의 손연재 선수가 출전하던 날도 시향의 음악회와 상황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관중으로 입장한 어린 학생들은 손 선수의 메달 소식만을 바랐던 모양이었다. 손 선수의 첫 번째 연기가 끝난 후 전광판에 14위로 표시되자 메달은 어렵겠다며 자리를 떴다. 전광판의 순위가 최종 순위가 아니라는 점은 물론이고 리듬체조의 경기 방식이나 관람 포인트 등 경기를 알차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도 접하지 못한 채 학생들은 체육관에 입장한 것이다.
비단 리듬체조 뿐 아니라 경기 중엔 관중의 이동이 금지된 테니스, 이미 국민상식이 되어버린 양궁의 관람 매너 등 다양한 층위의 정보를 청소년이 쉽게 접하고 거주지역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건 매우 드문 기회이다. 또한 미래세대의 주인인 청소년이 세계 젊은이들의 축제에 동참하여 함께 즐기면서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했다면 U대회의 경제적 효과와 비교할 수 없는 미래의 문화자산이 광주에 축적되었을 것이다.
광주가 많이 발전하였지만 해야할 것도 많다. 청소년에게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는 것은 지금도 필요하다. 매월 펼쳐지는 시향의 공연은 물론이고 몇 년 뒤 펼쳐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도 이럴 수는 없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