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세계환경전문가들은 “한국의 환경위기시계는 9시19분으로 매우 불안상태”라고 발표했다. 환경위기시계는 인류 생존의 위기감을 시간대로 나타낸 것이다. 0∼3시이면 ‘불안하지 않음’, 3∼6시는 ‘조금 불안’, 6∼9시는 ‘불안’, 9∼12시는 ‘매우 불안’한 상태를 의미한다.

필자는 1990년대 돌풍을 일으킨 생수판매에 놀랐다. 유년시절 들에서 뛰놀다가도 인근 냇물을 마음껏 마셨던 추억 때문이다. 최근에는 ‘산소’까지 판다. 자연은 신선한 공기조차 허락하지 않고 인류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아낌없이 내주던 자연이 이제는 고마움도 모르고 자원을 함부로 낭비한 우리에게 역습을 가하고 있다. 지난 2일 호흡기 질병은 물론 각종 질환의 요인이 되는 미세먼지 방지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는 당정협의를 열었지만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환경문제는 더 이상 정부만의 몫은 아니다.

진도군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두팔을 걷어 부쳤다. 진도를 찾는 관광객은 뛰어난 자연경관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방문객들로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군민들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환경을 ‘군민의 손으로’ 다시 살리고 보전하기 위한 다양한 시책들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월 지역별 테마가 있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마을가꾸기’를 위해 대대적인 주민주도형 ‘진도 환경클린운동’을 시작했다. 읍·면, 마을, 어촌계 등으로 구분해 청결활동에 대한 평가를 실시, 시상금과 숙원사업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주는 것이다. 선의의 경쟁을 유발해 자발적인 환경운동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아울러, 지역실정에 맞는 사계절 맞춤형 정화활동, 마을환경 지킴이, 청소 포인트제, 청년·부녀·동호회 1단체 1골목길 담당제 등도 추진 중이다.

진도는 국내서 세 번째로 큰 섬이자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구역이기도 하다. 천혜의 바다경관과 그림처럼 펼쳐진 250여개 섬으로 이뤄져 있다. 당연히 해양환경 보호에도 소홀해선 안 된다. 해양에 방치된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지난 2013년 건조한 환경 정화선을 활용, 도서지역을 돌며 쓰레기 수거에 나서고 있다. 해안가 마을 폐어구, 어망 등을 정비·보관하는 시설도 구축했다. 열악한 재정에도 불구,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 처리를 위한 해양쓰레기 선상집하장을 설치, 폐기물 수매사업, 폐스티로폼 감용처리 등 매년 10억원을 투입해 깨끗한 바다를 만들어가고 있다.

미세먼지 주범인 화석원료를 대체할 햇빛과 바람 등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연구와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14년에는 사업비 92억을 들여 조도면 가사도에 국내 첫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기반한 ‘에너지 자립섬’을 조성했다. 에너지 자립섬은 스스로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해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저장해 사용한다. 말 그대로 외부의 에너지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대한민국 최초 친환경 섬’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사업비 175억원 더 투자해 동거차·서거차 에너지 자립섬과 소규모 5개 에너지 자립섬 등을 2017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산림은 신선한 공기생산과 미세먼지농도를 약화, 홍수피해를 예방하는 등 무엇보다 훌륭한 자원이다. 숲 가꾸기 사업에도 매년 25억원을 투입, 숲의 연령과 상태 등 산림여건에 따른 체계적인 숲 조성사업도 진행중이다. 산나물, 산약초, 희귀식물 채취 등 산림피해도 잇따르는 만큼 산림자원 보호를 위한 군 자생단체 회원과 공무원 합동단속도 벌이고 있다. ‘진도군 자생식물 및 자연석 보호 등에 관한 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해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은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후대에 줄 수 있는 유산 중 가장 값지고 소중한 것임은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명제다. 한반도 최서남단 작은 진도군의 환경보전 노력은 국가적,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작은 행동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나비의 작은 날갯짓 하나가 날씨의 큰 변화를 일으키는 ‘버터플라이 효과’를 떠올려 본다. 진도군의 환경보호를 위한 절실한 노력의 날갯짓이 타 자치단체에 도미노 물결을 일으켜 우리나라 환경변화의 긍정적인 반향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