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 오면/향기로운 풀섶에 그대와 함께 앉아 있으리//솔바람 부는 하늘에 흰 구름이 지어놓은/눈부신 궁전을 바라 보리//그대 노래 부르고 난 노래를 짓고/온종일 달콤하게 지내리//풀섶 위 우리들의 보금자리에 누워/오, 인생은 즐거워라! 유월이 오면”〈로버트 브리지스 작 ‘유월이 오면’〉

순전히 이 한편의 시를 좋아해서 유월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이미 풀섶에 앉아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유월의 계절은 무더운 여름 한 가운데에 있지만 내게 유월은 언제나 계절의 여왕이다. 푸른 하늘을 캔버스 삼아 흰 구름이 그려놓은 눈부신 풍경들을 바라보노라면 유월은 정말 얼마나 아름다운가. 흉흉한 세상 속에서 화평한 시절을 열망하는 마음은 구름 되어 두둥실 하늘 가까이 날아오르는 것 같다.

‘구름 작가’ 강운(1966∼ )의 ‘바람 나무’(1997년 작)는 20여 년 전 유월 어느 날 후두둑 내리던 소나기가 그친 오후의 광주천변 수양버들을 구름과 함께 묘사한 작품이다. 버드나무가 하늘을 쓸고, 바람결에 이리저리 쓸려 다니는 구름이 정처 없다. 무망한 마음을 그려보았다는 작가는 그 시절부터 하늘을, 구름을, 흘러가는 시간을 붙들고 싶었던 것일까.

일찍이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 해남, 담양, 동복 등지로 옮겨 다니며 작업을 하던 작가가 마음을 오래 빼앗겼던 풍경은 해남의 하늘이었다고 한다. 하늘을 통해 시간, 공간, 빛의 변화를 관찰하였고, 구름을 보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각적 느낌을 구하면서 삶과 자연의 순환도 함께 상상하게 된 것이다.

자연 속 비정형의 형태에 매료되면서 유화로 구름을 그렸던 작가는 10여 년 전부터 유화 물감에서 한지로 재료를 바꿨다. 표구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배접의 흔적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찰나적 시간을 붙잡을 수 있었던 작가는 한지를 잘게 오려 겹겹이 붙이기를 반복하는 기법을 통해 구름의 입체감과 바람결 따라 몽실몽실 모였다 흩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회화적 느낌으로 담아내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