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전수조사’ 전성시대이다. ‘강아지 공장’에 대한 뉴스가 보도된 후, 동물보호단체 등에서 문제 해결을 요구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동물 번식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동물보호법 등 위반 업체에 대해서는 관련법에 따라 조치하고 미신고업체의 합법화 전환을 유도하겠다고 하였다.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도서 벽지에 근무하는 6500여 교직원이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지, 유사 사례는 없었는지 전수조사를 통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도 재빨리 여교사가 홀로 거주하는 관사 총 364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완료하여 다음주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건이 벌어지면 관련 기관이나 관련자 모두를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대책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나온다. ‘전수조사’라고 하면 뭔가 대대적으로, 뭔가 철저하고 확실하게 진상을 파악하는 것 같고, 국민들에게는 정부가 뭔가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2016년 6월 13일 현재 지난 한주 간 ‘전수조사’ 관련 신문 기사를 검색했더니 무려 1019건이나 된다. 전수조사의 결과를 발표하는 기사, 현재 전수조사가 실시되고 있다는 기사, 이러이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전수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는 기사와 함께 시민단체나 관련 협회 등에서 전수조사를 요구했다는 기사도 있다.

조사 대상 및 내용도 다양하다. ‘전국 야영장 안전현황 전수조사’ ‘금융협회 자율규제에 대한 전수조사’ ‘공유재산 이용실태 전수조사’ ‘참다래궤양병에 대한 농가 전수조사’ ‘주차시설 현황 및 이용실태 전수조사’ ‘도시지역 내 빈집 전수조사’ ‘독거노인 사회안전망 구축 전수조사’ ‘양로시설 및 요양시설 인권 실태 전수조사’ 등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전수조사는 대상이 되는 모집단 전체를 일일이 조사하는 방법이다. 통계학적으로 전수조사를 하게 되면 모집단 내 일부만 조사해서 전체를 추정하는 표본조사와 달리 표본추출에 의한 오차, 즉 표집오차(sampling error)가 없다. 따라서, 매우 정확한 결과를 얻게 되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조사를 하게 되면 표본추출 여부에 상관없이 발생하는 오차인 비표집오차(non-sampling error)도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표본의 수가 커질수록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비표집오차는 문항을 잘못 이해하고 응답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차, 무응답으로 인한 오차, 조사원의 숙련도 및 목소리나 표정 등 표현의 차이로 인한 오차, 응답을 기록하고 코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차 등 다양하며 표집오차와 달리 측정이 쉽지 않다.

특히, 이 중에서 조사원에 의한 오차는 생각보다 커서 조사를 위해 투입된 조사원이 늘어날수록 그에 따른 오차도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해인사에 있는 팔만대장경의 경판 수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도 조사 때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1915년 조사에서는 8만1248개로 집계되었는데, 1975년 문화재관리국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는 8만1140개로 집계되어 108개 정도의 오차가 나타났다.

전수조사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되는 데에 비하여 그 결과의 정확성은 100%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모집단의 수가 아주 적은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실시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국가통계 조사에서도 전수조사에 해당하는 ‘총조사’(인구주택 총조사,경제총조사 등)는 5년에 한 번씩 실시하고 있다. 그마저도, 2015년 인구센서스의 경우에는 기존의 조사원에 의한 전국 모든 가구 방문 면접조사에서 주민등록부, 건축물대장 등 행정자료를 이용하여 통계를 생산하는 등록센서스 방식으로 바뀌기도 하였다.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는 실태 파악이 먼저이므로 현황파악이 되어있지 않은 경우에는 다른 것에 앞서 전수조사부터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전수조사 결과를 가지고 다시는 그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을 위한 자료를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 아닌, ‘보여주기식’ 전수조사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은 돌아봐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