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창 밖을 내다보니 가로수의 싱그러움이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듯 하다. 청량감에 취해 잠시 눈을 감으니 경찰에 투신한 지난 35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전남 장흥군에서 태어나 교육열이 높은 아버지의 뒷받침으로 대학을 졸업하였고, 경찰간부로 입직 후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며 지역민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 같아 송구스럽고 감사할 따름이다. 정년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지역민들께서 보내 주신 무한한 신뢰와 응원에 보은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열정의 불꽃을 태우며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여수시는 ‘국제 해양관광 1번지’로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지난해 9월부터 여수경찰서는 자체적으로 관광경찰을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주말에는 경찰헬기를 투입한 입체적 교통관리를 통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여수시가 올해 국제해양관광도시 부문 2016년 국가브랜드 대상을 수상하는데 일조를 한 것으로 자부하고 있다.

여수시가 세계적인 해양관광 도시로 주목받고 있지만 음주운전, 불법 주·정차, 난폭운전 등 후진적 교통문화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선진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단속 강화와 함께 지역민의 공감대 형성을 통한 자발적 참여를 유인하기 위해 서한문 발송, 캠페인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고령화 사회에 필요한 맞춤형 노인보호 치안종합 대책을 수립하여 보이스 피싱 등 노인 대상 범죄 예방을 위한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아동학대와 여성 범죄 예방 대책도 마련해 추진 중이다. 특히 지역 맞춤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민들을 찾아가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소통하고 화합하는 조직 문화를 통한 내부 만족도 제고를 위한 관심과 배려도 아끼지 않고 있다. 소속 직원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청사 옥상에 종교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직원들과 친근감을 높이기 위해 매일 1∼2개 사무실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며 격려하고 있으며, 직원 애경사에 빠짐없이 참석하여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

‘호조호원’(互助互援) 서로 돕고 서로 구원한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경찰,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시민사회단체, 지역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 안전과 발전을 위해서는 경찰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호조호원의 자세로 지역공동체 전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경찰에 투신한 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직원 1명이라도 더 만나 정을 나누고, 주민들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 드렸다면…. 이런 아쉬움 때문인지 퇴직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뇌리에 각인돼 있는 생각 하나가 내 마음속에 멍에로 자리 잡고 있다.

퇴직 후 그동안 인연을 맺어왔던 지인들과 지역민들에게 어떻게 보은(報恩) 할지에 대한 고민이다. 빚을 갚아야 한다는 걱정과 고민 때문에 부담이 크지만 나에게 주어진 사명과 책임이라 생각하며 퇴임하는 그날까지 본연의 임무와 역할에 충실할 것을 스스로 약속해 본다. 35년 동안 몸담았던 공직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섭섭함이나 회한도 있지만 지역발전을 위해 마지막까지 열정의 불꽃을 태우고 싶다. 먹을 가는 시간이 길수록 농도가 짙어지는 것처럼 그동안 지역발전을 위한 청사진에 대해 오랜 기간 많은 고민과 구상을 했던 만큼 미력하나마 지역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