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부부의 날은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이다. 핵가족 시대 가정의 핵심인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부부가 화목해야만 청소년문제·고령화문제 등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다. 부부사랑을 근간으로 한 가정의 화목은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아동학대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첩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부부간의 사랑이나 가족이 베푼 사랑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당연시하여 표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가족은 붙박이처럼 늘 그리고 항상 거기에 있을 거라 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마음과 영혼의 안식처인 가정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 가족의 바탕인 부부사랑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점검해 보자.

미국 9·11테러 사건 당시 월드트레이드센터에 갇혔던 베로니크 바워가 마지막으로 엄마와 한 통화 내용은 이렇다. “엄마! 이 건물이 불길에 휩싸였어. 벽으로 막 연기가 들어오고 있어.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어. 엄마, 사랑해. 안녕···” 또한 같은 장소에서 실종 직전에 남긴 케네스 밴 오켄의 전화 메시지도 참으로 숙연하고 눈물겹도록 애잔하다. “사랑해, 지금 월드트레이드센터에 있는데 이 빌딩이 지금 뭔가에 맞은 것 같아. 내가 여기서 빠져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여보! 정말 당신을 사랑해. 살아서 당신을 다시 봤으면 좋겠어. 안녕···.”

이쯤에서 우리 인생이 몇 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 번쯤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더듬거리며 ‘사랑한다’고 말할 것임에 틀림없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지만, 실천은 아무리 늦어도 빠르다. 귀곡천계(貴鵠賤鷄), “고니는 귀하게 여기고 닭은 천하게 여긴다”는 말이다.

항상 곁에 있고 가까이 있는 현실적인 것은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경구다. 가까이 있기에 너무 당연시 하고, 항상 곁에 존재했기에 그 소중한 가치에 오히려 둔감하다. 눈을 멀리 돌리지 말고 가까운 곳에서 고마움을 찾아보자.

가족만이 아니다. 이웃으로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뒤로만 보류하지 말자. 그런 면에서 톨스토이의 후회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그가 여행 중 한 주막에 들러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그 주막에는 병을 앓고 있는 어린 딸이 있었는데 톨스토이의 빨간 가방이 갖고 싶다고 울며 보챘다. 톨스토이는 가방 안에 중요한 짐이 있어 지금은 줄 수 없으니 여행이 끝나면 가방을 가져다주겠다고 약속했다. 얼마 후 가방을 가지고 그 주막에 찾아갔을 때 그 아이는 이미 죽은 뒤였다. 톨스토이는 아이의 비석에 이렇게 적었다. ‘사랑을 미루지 마라’

스티브잡스의 죽기 전 마지막 말도 의미심장하다. “내 인생을 통해 얻는 부를 나는 가져갈 수 없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사랑이 넘쳐나는 기억들뿐이다. 가족 간의 사랑을 소중히 하라. 배우자를 사랑하라.”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여러분은 지금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겠는가. 가끔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가족들을 돌아보자. 다시는 더 이상 못 만날 사람처럼 바라보면 모든 것이 다르게 느껴지고 소중하게 다가 올 것이다.

그동안 가족 간에 잊고 지낸 감사함과 고마움을 찾아보자. 새로운 시작에 완벽한 타이밍이란 없다. 그러니 이왕 마음먹고 하기로 결심 했다면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가족과 부부간에 그리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해!’라고 진심을 담아 외치고 실행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