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월이다. 오월이 되면 살아남았다는 부끄러움과 부채의식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던 시간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 그런 감정이 많이 누그러졌다. 하지만, 이제는 또 다른 아픔으로 가슴앓이를 하곤 한다. 오월정신으로 충만해서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선도했던 광주시민들이 너무 무력감에 젖어 있어서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어느 지역 사람들하고 만나도 과도할 정도로 광주의 아픔과 꼿꼿했던 광주정신을 알렸던 광주시민이었다. 민주를 위해 흘린 피를 자랑스러워했던 의연한 모습은 도대체 어디로 숨었을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목청껏 부르며 오월정신을 만방에 알리던 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광주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6년, 벌써 광주 5·18이 잊혀져가고 있는 듯해서 가슴 아프다. 잊혀질 뿐 아니라 후세대에게 광주 5월이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길 없다. 실제로 광주 청소년들은 설문조사에서 ‘5·18민중항쟁’ 또는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거의 절반 정도가 잘 모르고 있었다. 이 안타까운 현상의 원인은 무엇인가.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다는 말인가.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하는 한 이 가슴앓이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이 정부가 ‘5·18민중항쟁’을 인정하지 않는 까닭인가. 숭고했던 광주의 오월 정신을 부정할 뿐 아니라 계승되는 것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기에 이런 현상이 빚어졌을까. 일부 과격 5·18단체들이 국가 시책이나 정책을 무조건 받아들이질 못해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아니면 광주가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 먹고 사는 일에 치여서 그런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물론 실제적으로 위의 이유들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 그렇지만 원인이 그 뿐이라면 의외로 해결책은 간단하다. 이 정부는 1년 6개월 정도가 지나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5·18단체들도 자연스레 세대교체가 이뤄진다. 광주 경제는 지난 40여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경제적으로 늘 힘들고 버거운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경제적인 기적이 일어날 성 싶지도 않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을까. 우리는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그토록 위대했고 자랑스럽던 5월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도 되는 건가. 아니다. 충분히 방법이 있다. 먼저 다시 자신감부터 회복하는게 급선무다. ‘5·18민중항쟁’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광주시민과 학생들이 불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수백의 생명을 잃어 가면서도 용감하게 싸웠던 역사가 아니던가. 일부 무지한 세력들이 이를 폄훼하고 호도하려해도 소용없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렸던 광주시민의 위대한 정신은 영원할 것이다. 그리고 먼 훗날의 역사가 이를 어떻게 기록할지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다시 오월이다. 푸르른 신록을 마음 놓고 즐길 수 없는 광주의 오월이다. 하지만 우리 각오를 새롭게 하자. 그리고 밖에서 어떤 말을 하건 간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우리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자. 먼저, 작은 일부터 실천해 보자. 부모 세대는 자녀들에게 그 날의 진실을 얘기 하자.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자신있게 교육하자. 문화 예술인들은 그날의 아픔과 용기를 예술로 승화한 작품들을 계속 발표하자. 그리고 5·18기념일에 가슴에 검은 리본 하나씩 다는 것을 잊지 말고 실천해보자. 그게 다시 오월에 우리가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