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쉬운 길과 어려운 길, 두 길이 있을 때 쉽고 편한 길을 택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특히 요즘처럼 속도가 곧 돈이 되고 경쟁력인 세상에서, 고생 안 해도 되는 지름길 놔두고 먼길 돌아갈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삶에서 부딪치는 모든 일을 이러한 세속적 편의주의에 빠져 쉽게만 접근하는 것이 과연 그 일의 올바른 해결에 도움이 되거나 모두에게 진정으로 이로운 것이냐 하는데 이르면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하듯, 상황을 오히려 어렵게 하거나 악화시키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지도상의 문제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학급에 이런저런 이유로 결석을 밥 먹듯 하는 아이나 학교부적응이 심한 학생이 있을 경우, 담임교사가 한두 번 문제해결을 시도해보다가 힘이 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편한 방식을 택하기로 치면 학생부장에게 말해서 ‘골치 아파 죽을 지경이니 교칙대로 처리해버려라’는 식으로 떠넘겨버리면 된다. ‘공’을 넘겨받은 학생부장은 잠시 고민해보다가 학생처벌에 따르는 반발과 학부모 민원 부담 등을 감수하기 싫다면 교육청이 지정한 대안교육기관이나 외부 상담기관에 위탁조치 해버림으로써 급한 불을 끌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해법은 미봉책일 뿐, 결코 그 아이는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를 제대로 치유 받거나 해결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아이가 되어 학교로 되돌아 올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장에서 경험한 여러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위기학생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 귀찮고 힘드니까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식’, ‘폭탄 돌리기식’ 해법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설령 그 아이가, 학교에서 내놓는 그 무슨 처방이나 대책도 먹히지 않는 ‘꼴통’으로 보인다 할지라도, 선생님들 중의 누군가가 그 아이의 아픈 사연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가운데 성장기 아이들의 잠재력을 믿고 기다려 준다면 언젠가는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새로운 재생의 꿈을 품을 수 있지 않을까.

위기학생들 대부분은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버려지거나, 주변으로부터 보호받고 있지 못한 아이들이다. 사랑과 관심, 용서와 배려를 특성으로 하는, 학교라고 하는 교육공간에서마저 그들을 품어주지 못한다면 그들은 결국 학교 밖으로 내쳐질 것이고, 스스로를 누구에게서도 구원받지 못하는 문제적 인간으로 낙인찍기에 이를 것이다. 이는 그 학생 개인의 불행을 넘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수반되는 국가적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올해도 벌써 어느새 5월로 접어들었고 어김없이 스승의 날은 다가오고 있다. 아이들은, 어지럽게 돌아가는 세상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승의 은혜 하늘 같다’며 노래를 불러주고 꽃을 달아줄 터인데 스승의 사랑을 목말라 하는 그들 앞에서 교육자의 보람과 긍지를 얘기한다는 게 왠지 부끄럽기만 하다.

학교에 계시는 선생님들 한분 한분이 분명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역할을 다한다고는 하는데, 교권이 추락하고 공교육에 전반에 대한 불신이 더 깊어지는 까닭이 무엇이란 말인가. 생각건대, 선생님들이 가지고 있는 교과적 전문지식이나 경륜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모든 학생이 일류대를 갈만큼의 공부를 못 가르쳐서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어쩌면 가정에서 부모의 힘만으로는 되지 않는, 그래서 누군가 아이들의 건강한 심성을 더 튼튼하게 가꾸어주고 나아가 사람다운 사람으로의 바람직한 성장할 수 있도록 책임지고 이끌어주었으면 하는 사회적 기대에 크게 부응하지 못해서 그러는 것은 아닐지….

학습지도에 힘쓰랴, 위기학생의 증가 속에서 생활지도의 어려움까지 감내해야 하는 선생님들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우리 선생님들이, 조금 힘들어도 애써 어려운 길 가는 자신의 사랑과 헌신 속에서 비로소 아이들이 행복해진다는 교육자로서의 책임과 소명을 드높여 나갈 때, 어둠에서 헤매는 수많은 위기 청소년들이 방황을 끝내고 저마다 희망찬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