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은 ‘제36회 장애인의 날’이었다.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해 제정한 날로 1972년부터 민간단체에서 개최해 오던 4월 20일 ‘재활의 날’을, 1981년부터 명칭을 바꿔서 정부가 주관해 ‘장애인의 날’로 정했다. 올해도 장애인의 날이 들어있는 4월 20일 주간을 ‘장애인 주간’으로 정하고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었다.

필자는 지인 몇 명과 함께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전에 광주에 있는 한 ‘정신지체 요양원’을 방문하여 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오고 있다. 우리는 그곳에서 요양원에 계신 분들에게 발마사지를 실시한 후 색소폰을 연주한다. 색소폰을 연주하면서는 우리가 준비한 간단한 간식을 나누어 드리는 경우가 많다. 간식을 나누면서 서로 악수를 하고 한 달 동안의 안부를 묻곤 한다. 그들 가운데 어떤 이는 필자의 지인과 자매간인데, 매달 만날 때마다 나에게 본인 언니의 안부를 묻곤 한다. 또 어떤 이는 본인이 받은 간식을 본인이 드시지 않고 내 손에 넘겨주며 먹기를 권하기도 하며, 어떤 이는 큰 소리로 나와 나의 가정을 위해 기도를 해 주신다. 이렇게 한 시간 정도 보내고 나면 내가 지금 방문한 곳이 ‘정신지체 요양원’이란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고 지극히 정신이 정상적인 분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 것으로 착각을 하게 된다. 이곳에 계신 분들은 정이 넘친다. 이곳에 계신 분들은 사랑을 나눌 줄 안다. 또한 무엇보다도 정신이 맑고 깨끗하다. 그래서 이곳을 왔다가는 그 날 하루는 내가 스스로 기분이 좋아져서 하루 내내 흥얼거리며 이곳에서 받은 사랑으로 기쁨이 충만한 하루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왜 이처럼 정신이 맑고 깨끗한 분들이 이곳에 계실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즘은 하루걸러, 아버지나 어머니가 자신의 친자녀를 살해하거나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는 뉴스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 1년여 동안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떠들썩하게 했던 최악의 인권유린 범죄인 염전노예 장애인 사건의 가해자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사건 등을 보면서 누가 정신장애자이고 누가 정신장애자가 아닌지를 묻고 싶다. 월드컵과 올림픽을 개최하기까지 한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고 인간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인생을 송두리째 짓밟히며 감금당하고 폭행당하는 사건이 일 년에 한두 건도 아니고 수십 수백 건이 발생하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필자는 장애인들 입장에서 두 가지만 제안하고자 한다. 누가 장애인이 되고 싶어서 장애인이 된 경우는 없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세상에 태어난 경우도 있고, 후천적인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장애인들이 가장 힘 든 것은 본인들을 장애인이라는 자체만으로 차별대우하는 사회가 밉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만 있을 뿐,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못하거나 차별대우를 받아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비장애인들은 사회의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장애인들을 차별하고 있다. 누가 장애인이고 누가 비장애인인지 구분이 안가는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두 번째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장애인을 위해 정부에서 재활시스템을 체계적으로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장애 종류별로 다양화된 재활프로그램이 많이 만들어져, 장애인들이 언제 어디서든지 쉽게 이용하여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재활 의료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선진 국가들에 비해 장애등급을 받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장애등급을 받아도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충분하지 못해 장애인이 재활훈련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에서는 장애인들이 충분히 재활을 하여 정상인이 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과 재활프로그램을 지역별로 많이 만들어, 장애인들이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재활시스템이 잘 갖추어졌으면 좋겠다. 장애인을 위한 최상의 재활시스템 구축을 통해 대한민국이 장애인 천국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날이 언제 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