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여수 묘도의 봉화산 전망대에 올랐다. 광양만권의 산업현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왼쪽에는 일관제철소 기준 세계 1위의 광양제철소, 오른쪽에는 에틸렌 생산기준 세계 4위의 여수 석유화학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전남 제조업 생산액의 88%를 차지하는 산업동맥이다.

전통산업이다 보니 이산화탄소 배출량 또한 엄청나다.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량 6억9000만 톤의 11%인 약 7000만 톤이 이곳에서 발생하고,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앞두고 관련 기업들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21일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과학기술 자문회의에서 위기를 해결할 물꼬가 트였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역발상을 통한 탄소자원화 전략을 마련하였기 때문이다.

언론보도를 보면 탄소자원화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와 부생가스를 화학원료와 수송연료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는 광양만권에 대규모 탄소전환 실증 단지를 건설하고 산업협력 생태계를 건설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광양만권은 울산, 포항과 달리 철강과 화학산업이 양존하고 있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곳이다. 즉, 광양제철소에서 이산화탄소를 공급하면 여수화학단지의 기업들이 이를 활용하여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최적지이다. 이러한 장점들로 인해 광양만권은 이번 사업에서 대규모 탄소전환 실증단지를 건설하는 시범단지로 선정되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대규모 탄소자원화 실증단지를 광양만권에 구축하여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세계적인 혁신모델을 만들고 글로벌 진출지원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탄소자원화 기술실증 지원을 위한 1단계 연구개발 사업화에 450억원을 지원하고, 2단계 실증지원 사업에는 약 1500억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또한, 올해 하반기에는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 촉진법 제정을 추진하여 규제개혁, 민간투자촉진 및 기술이전 등을 활성화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남도는 이산화탄소와 슬래그 등을 산업화하기 위한 사업을 지난해부터 준비하여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에 ‘미래 신성장동력 CO2 고부가가치 사업화 플랫폼 구축사업’을 신청했다. 최근에는 2017년도 지역거점사업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이루었다.

내년부터 5년간 국비 100억을 포함하여 총 214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이산화탄소 산업의 표준화 및 인증기반을 구축하는 것으로 국내외 이산화 탄소산업을 선도하면서 향후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6의 물결’이라는 용어는 원래 미래학자 제임스 브래드필드 무디와 비앙카 노그래디가 앞으로 30년을 지배할 혁신 물결을 표현하기 위해 쓴 용어다. 두 저자에 의하면, ‘제6의 물결’은 자원이 한정된 시대에서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하는 기술이 각광받는 시대를 의미하며 기후변화, 에너지신산업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한다.

제6의 물결인 자원 한정시대의 에너지혁명이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바야흐로 에너지가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제5의 물결인 정보통신기술(ICT)이 그간의 세계 경제를 이끌었다면 미래는 탄소 배출이 없는 신재생 에너지 등 한정자원을 이용한 효율적 활용 정도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학계는 전망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한가지 희망으로 ‘제6의 물결’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앞으로 전남도가 그 교두보 역할을 담당하길 기대해 본다. 우리는 이미 탄소제로 에너지 자립섬 등을 통해 에너지 신산업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여기에 온실가스를 재활용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글로벌 혁신 모델을 수출하는 지역으로 도약하도록 지역혁신 역량을 총결집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