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록 전남대 교수·전 대한지리학회장] ‘에너지밸리 R&D센터’ 입지 갈등 해법
2016년 05월 02일(월) 00:00 가가
옛날 어느 마을에 형제가 살았다. 추수가 끝나고 형제는 자기 논에 낟가리를 쌓았다. 귀가한 형제는 고민에 빠졌다. 형님은 갓 결혼한 동생 살림이 걱정됐다. 동생도 식구가 많은 형님 댁이 걱정됐다. 그래 형님은 동생 낟가리에, 동생은 형님 낟가리에 자기 볏단 일부를 밤에 옮겨 놨다. 다음날 아침 형제는 깜짝 놀랐다. 낟가리 높이가 똑같아서다. 두 형제는 달밤에 다시 볏단을 옮기다가 그만 마주친다. 익히 알고 있는 동화 ‘의좋은 형제’의 줄거리다. 충남 예산군 대흥면 면사무소 근처엔 이를 상징화한 공원이 있다.
의좋은 형제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한 뿌리였다. 1896년 13도(道)제가 실시되고 전남 관찰부(觀察府)가 설치되면서 광주는 전남을 대표하는 큰 형(兄) 도시가 됐다. 이는 전남이라는 튼실한 배후지가 있어 가능했다. 배후지의 사람과 재화가 광주로 유입되지 않고, 배후지가 생산한 물산이 풍부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 게다가 광주를 호남의 중핵 도시로 성장시킨 도민들 합의가 없었다면 현재의 광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북 전주, 경남 진주, 경북 상주 등이 좋은 증거다.
그런데 한전이 만들 ‘에너지밸리 R&D센터’(이하 센터) 입지 문제로 광주시·전남도간 상생의 빛이 바래고 있다. 한전은 약 1000억 원을 투입해 2020년까지 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연구동·시험동·옥외실증시험장 등이 들어설 센터는 11만9000㎡(3만6000평) 정도의 부지가 필요하다. 광주시는 향후 조성될 남구 대촌동 도시첨단산단에, 전남도는 이미 조성된 나주시 왕곡면 혁신산단에 두려고 한다. 한전은 센터를 빨리 건립하고 싶지만 여의치 않은 눈치다. 부지 선정에 대한 광주시와 전남도의 입장이 달라서다.
센터는 에너지밸리에 입주하려는 기업들이 생산할 제품의 실증·성능 시험과 관련 R&D 활동을 지원한다. 에너지밸리의 인큐베이터인 셈이다. 그래서 센터 위치는 관련 기업들 유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동시에 에너지밸리의 ‘방향성’을 결정하게 된다. 센터가 남구에 들어서면 에너지밸리는 혁신도시∼광주축(軸)으로, 반대가 되면 혁신도시∼나주축(軸)으로 만들어진다. 이런 광주시와 전남도의 대립된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지만 이는 행정구역 이기주의와 다름없다.
입지 갈등을 보면서 박광태 전 광주시장이 떠올랐다. 당시 박 시장은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를 만들어 상생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지역사회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았다. 2005년 3월 박 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는 국무총리에게 공동혁신도시 건설구상과 한전 이전을 건의했다. 2005년 7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를 전남에 만든다는 기본 방침을 확정했다. 일부 정치권은 박 시장 결정에 반대했지만 박 시장은 대의(大義)를 따랐다. 상생발전이란 대의가 지금의 빛가람 혁신도시를 탄생시켰다. 박 시장의 용기 있는 대의가 없었다면 한전과 에너지밸리는 다른 지역 이야기가 됐을 것이다.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낙연 전남지사는 ‘상생’ 주창자다. 상생발전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취임 후 광주전남상생발전위원회도 만들었다. 위원회 폐지 뉴스를 아직 듣지 못했다. 그런데도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센터 유치를 위한 광주시의 ‘부지 3분의 1무상 제공설’이나 전남도의 ‘우린 그 이상 가능설’이 그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살이인 광주시와 전남도가 1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한전에 지원한다니 도통 모르겠다. 2015년 당기 순이익 10조를 기록해 삼성전자에 이어 우리나라 2위 기업인 한전에게 말이다.
센터 입지의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를 만든 초심을 견지하면 된다. 공동혁신도시를 만들고 한전 주도의 에너지밸리를 만들어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광주·전남 미래 먹거리를 만들테니 도와주라고 했던 주장을 기억하면 된다. 광주대도시권·광양만권·서남권 등으로 삼분(三分)된 공간 구조에서 상대적 낙후성과 발전 잠재력을 고려해 도시 입지를 서남권을 연결하는 영산강 중간으로 정했던 당시의 합리성을 상기하면 된다.
초등학생들도 형이 자기 볏단을 동생 낟가리에 얹어 놓은 동화의 속뜻을 헤아릴 줄 안다. 우애가 깊은 형제 이야기는 광주와 전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전의 ‘에너지밸리 R&D센터’ 입지 갈등도 마찬가지다. ‘의좋은 형제’ 동화를 떠올리면 된다. 해답은 아주 간단하다.
입지 갈등을 보면서 박광태 전 광주시장이 떠올랐다. 당시 박 시장은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를 만들어 상생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지역사회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았다. 2005년 3월 박 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는 국무총리에게 공동혁신도시 건설구상과 한전 이전을 건의했다. 2005년 7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를 전남에 만든다는 기본 방침을 확정했다. 일부 정치권은 박 시장 결정에 반대했지만 박 시장은 대의(大義)를 따랐다. 상생발전이란 대의가 지금의 빛가람 혁신도시를 탄생시켰다. 박 시장의 용기 있는 대의가 없었다면 한전과 에너지밸리는 다른 지역 이야기가 됐을 것이다.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낙연 전남지사는 ‘상생’ 주창자다. 상생발전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취임 후 광주전남상생발전위원회도 만들었다. 위원회 폐지 뉴스를 아직 듣지 못했다. 그런데도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센터 유치를 위한 광주시의 ‘부지 3분의 1무상 제공설’이나 전남도의 ‘우린 그 이상 가능설’이 그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살이인 광주시와 전남도가 1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한전에 지원한다니 도통 모르겠다. 2015년 당기 순이익 10조를 기록해 삼성전자에 이어 우리나라 2위 기업인 한전에게 말이다.
센터 입지의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를 만든 초심을 견지하면 된다. 공동혁신도시를 만들고 한전 주도의 에너지밸리를 만들어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광주·전남 미래 먹거리를 만들테니 도와주라고 했던 주장을 기억하면 된다. 광주대도시권·광양만권·서남권 등으로 삼분(三分)된 공간 구조에서 상대적 낙후성과 발전 잠재력을 고려해 도시 입지를 서남권을 연결하는 영산강 중간으로 정했던 당시의 합리성을 상기하면 된다.
초등학생들도 형이 자기 볏단을 동생 낟가리에 얹어 놓은 동화의 속뜻을 헤아릴 줄 안다. 우애가 깊은 형제 이야기는 광주와 전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전의 ‘에너지밸리 R&D센터’ 입지 갈등도 마찬가지다. ‘의좋은 형제’ 동화를 떠올리면 된다. 해답은 아주 간단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