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당초 목표한 올해 경제 성장률을 2.8%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이 역대 최장기 감소세를 이어가고, 1분기 민간소비도 예상보다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중에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리먼 사태로 대변되는 10년 주기설이 나돌 정도로 국민적 불안감도 높다.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제조업은 고도의 기술집약적 하이테크 산업으로 전환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하이테크산업은 고도의 연구개발능력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스탠퍼드대학의 연구개발단지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전자산업의 중심지가 된 실리콘밸리가 그 전형이다.

연구기반이 취약한 도시들은 서비스산업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많은 국가들이 스포츠를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최고국가행정기관인 국무원은 2025년까지 중국의 스포츠산업 규모를 5조 위안(877조원 가량) 규모로 키운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2017년까지 스포츠 산업규모를 53조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스포츠 융?복합 사업을 확대지원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적극적이다. 싱가포르는 2010년 제1회 유스 올림픽 개최 이후 아시아의 스포츠 허브도시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고, 말레이시아도 쿠알라룸푸르에 다양한 아시아 스포츠경기연맹을 유치했다.

필자는 연구개발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광주의 경우, 서비스업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 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세계적인 ‘스포츠의 실리콘밸리’인 스위스 로잔을 따라 갈 수는 없다. 하지만, 아시아의 스포츠 실리콘 밸리는 충분히 꿈꿀 수 있다고 본다.

인구 13만에 불과한 스위스의 작은 도시 로잔은 IOC본부를 비롯한 세계스포츠기구들이 대거 둥지를 틀면서 세계 스포츠 정보와 산업을 움직이는 발전소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스포츠계의 중요한 의사 결정이 이곳에서 이뤄져 고급정보가 흐르고, 스포츠와 관련한 인적·물적 자원이 모인다.

스포츠 통계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국제스포츠기구는 약 200여개에 달한다. 이들 국제연맹은 세계 곳곳에 본부를 두고 있는데, IOC를 비롯해 수영, 체조, 양궁, 배구, 승마, 펜싱 등 20여개 연맹과 스포츠중재재판소 등이 스위스 로잔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전체 국제스포츠연맹 중 약 50%는 본부가 불안정하며, 아시아연맹의 경우도 본부 소재지를 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광주가 아직 갈 길을 정하지 못한 국제스포츠연맹의 고향이 되면 어떨까. 먼저 소재가 불안정한 국제연맹들을 광주로 불러들여 둥지를 틀게 하고, 주요 국제스포츠기구의 아시아 연맹들을 광주로 모이게 하자. 일명 제2의 스위스 로잔 프로젝트라고 부를 수 있겠다.

시선을 바꾸면 간단하다. 대한민국의 모든 자치단체가 기업 유치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미 레드오션이다. 기업을 광주로 유치하듯이 국제스포츠기구를 광주에 유치하자. 이들을 위한 세제혜택, 사무실 지원, 하우징 서비스 등은 스위스 로잔을 벤치마케팅하고 전담 유치팀을 구성하여 국제스포츠연맹들이 광주로 달려오게 해보자.

지금이 광주가 스포츠를 활용할 수 있는 최적기다. 광주는 유니버시아드의 성공적 개최, 그리고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일약 22위의 국제스포츠도시로 부상했다. 세계적인 스포츠도시 인덱스에 이름을 올린 아시아의 도시는 북경, 동경, 도하 정도다.

국제스포츠기구들이 스위스 경제에 미치는 경제효과를 약 1조원으로 보고 있다. 국제스포츠기구의 특성상 외부에서 돈을 벌어서 그 수익을 본부가 있는 도시에서 지출한다. 규정상 국제회의, 컨벤션, 코팅 등 교육프로그램들이 본부 소재지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국제기구는 적어도 100개 이상의 회원국을 갖고 있으니 1차례 회의 만 해도 300-400명이 모여든다.

뉴욕 타임즈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국제스포츠 기구가 1스위스 프랑을 사용할 때마다 지역 경제에 1.55프랑의 경제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지역으로의 인구유입과 고용창출 그리고 국제스포츠연맹을 중심으로 다양한 스포츠산업의 활로가 열릴 수 있다.

광주에 ‘아시아의 스포츠 실리콘 밸리’라는 새로운 옷을 입혀보자.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