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협소한 완도항 연안 여객터미널이 신축공사를 앞두고 건물 위치 등 설계 변경을 요구하는 완도지역민의 목소리가 거세다. 특히 여객터미널 인근 상가 주민과 읍·면 관계자들은 해양수산부와 전남도 등에 설계 변경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는 여객터미널 신축공사 설계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 단 한차례의 간담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위치를 선정해 주차대란 등 이용객 불편이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게 완도지역민들의 주장이다.

12일 완도군 등에 따르면 총 17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빠르면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완도항 여객터미널은 기존 터미널보다 2배 이상 넓은 면적 4785㎡의 최첨단 건물로 신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완도항 여객터미널의 위치를 일부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축 예정인 여객터미널 위치를 제주도 화물선적장인 제3부두 방향으로 30∼40m를 이동해야만 이용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터미널 인근 상가 등 지역민들은 새 여객 터미널 뒤편 부지에는 극심한 악취와 대형화재 위험에 노출된 선박, 폐유 탱크 건물, 낡은 항운노조 건물 등이 있는 데다 주차장 부지도 협소해 여객 성수기철에는 주차난은 물론 대형 인명사고의 위험도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실제 전국을 대표하는 해양 관광지로 떠오른 완도지역은 매년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인근 섬과 제주도 등을 오가기 위해 구 연안터미널을 찾는 관광객들이 차량정체 및 주차 불편 등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객 터미널 뒤편에 있는 각종 혐오시설물을 철거하고, 터미널 위치로 옆으로 30∼40m만 옮겨 신축할 경우 주차장 부지도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게 지역민들의 의견이다. 또 현 터미널 앞 광장에 있는 역사 깊은 등나무도 그대로 보존해 관광객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전남도와 해양수산부 등에 추가로 건의한 상태다.

실제 현재 설계대로 여객터미널이 신축될 경우 주차대수는 장애인차량 8대, 대형버스 8대, 일반승용차 등 총 215대에 불과하다.

완도항 여객터미널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중인 한 상인은 “지역민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면 혈세 수백억원을 들여 여객 터미널을 신축하면서 정작 지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건물을 짓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지금이라도 여객터미널 이용객이 급증하는 여름철 성수기 등을 기준으로 주차장 시설 확충 등을 포함한 설계 변경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완도=정은조기자 · 서부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