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재란(1597∼1598) 당시 노량해전에서 숨진 충무공 이순신이 잠시 봉안됐던 완도 고금도 충무사 내 ‘동무’(위패를 모시기 위해 대성전 앞 동쪽에 세운 건물)의 서까래가 휘어 무너질 위기에 있다.

완도군이 지난달 말 이같은 현상을 뒤늦게 발견하고 임시방편으로 철제 빔을 받쳐두었지만 파편이 쏟아져내리는 등 전면보수가 시급한 상태다. 전남도와 시·군 곳곳에서 충무공 이순신과 관련된 ‘마케팅’에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중요 유적에 대한 관리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1960년 사적 114호로 지정된 고금도 충무사는 지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28억5600만원을 들여 대대적인 건물 복원 및 보수, 진입로 정비 등의 사업을 벌였다는 점에서 부실공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일 찾은 고금도 충무사 동무는 서까래 가운데 부분이 갈라진 채로 휘어져 있었으며, 지붕에서 떨어진 일부 잔해물이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기둥과 기둥 사이를 철제 빔으로 받쳐 간신히 서까래를 지탱하도록 했으나 ‘붕괴’는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동무는 충무공 이순신의 영정을 모신 정전에서 보면 왼쪽에 있는 건물로, 1959년부터 충무공의 조방장 겸 가리포 첨사를 역임한 이영남 장군을 모신 곳이다.

지난달 말에서야 이같은 현상을 파악했다는 완도군은 뒤늦게 문화재청에 전면보수를 위한 예산을 요청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답은 없는 상태다. 보강 공사 및 예산 지원 범위를 둘러싼 협의로, 장시간 이 같은 상태로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설명이나 관람객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없이 개방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찾은 관람객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최근 충무공 이순신을 주제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큰 인기를 끌면서 노량해전에서 숨진 뒤 충무공의 유해가 83일간 안치됐던 이곳에는 매주 1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가고 있다.

완도군 관계자는 “지난 2013년 볼라벤 태풍 당시 기와가 날라가고 일부 충격을 받은 뒤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된 것으로 추정될 뿐”이라며 “언제 건립된 것인지 불분명해 부실공사에 의한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한편 전남도는 최근 1억5000만원을 들여 ‘이순신 문화자원 총조사 및 선양·활용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으며, 여수시는 2020년까지 국비 포함 150억원을 투입해 삼도수군통제영(전라좌수영)을 복원할 예정이다. 또 보성군은 충무공 이순신이 머물렀던 열선루 복원사업에 90억원을 배정하는 등 이순신과 관련 있는 거의 모든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윤현석기자 chadol@kwangju.co.kr

/완도=정은조기자·서부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