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비금·도초면 시금치 재배농가의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달 잦은 비와 고온으로 인해 시금치잎이 누렇게 말라 죽어가는 습해(濕害) 면적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안 섬초’로 불리는 신안 비금·도초산 시금치는 도시소비자들의 인기가 높은 효자 농산물이자 명품 시금치이다.

17일 신안군에 따르면 시금치 피해지역은 비금면 332ha, 도초면 212ha 등 총 544ha로 전체 재배면적의 전체 재배면적(1200ha)의 50%에 달한다. 반면 농가에서는 70%로 추정하고 있다.

군은 시금치 습해 원인에 대해 지난달 잦은 강우와 높은 기온으로 분석하고 있다. 11월부터 2∼3일 간격으로 비가 내리고, 기온도 평년보다 0.6∼1.3도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1월 20일부터 이달 8일까지 115㎜의 비가 내렸는데 이처럼 많은 강수량은 처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다 이달 4∼5일께 콩알만 한 우박이 1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쏟아져 결정적으로 피해를 확산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재배단지에는 시금치가 잔뿌리가 없어 누렇게 시들어 가고 있다. 농가들은 그나마 살아 있는 시금치도 병들기 전 출하를 위해 서두르고 있다. 시금치 공급물량이 줄며 가격도 껑충 뛰었다. 지난해 상품 10㎏들이 한 박스당 2만원대 하던 것이 현재 5만원 대까지 올랐지만 이마저도 시금치가 없어 공급이 중단될 형편이다.

시금치 재배농가 최병호(비금면)씨는 “5000평 시금치밭 가운데 70%가량이 피해를 입었다”면서 “월동 준비와 자녀의 뒷바라지도 문제이지만 당장 대출이자도 못 낼 형편이다. 우선 대출이자 감면과 앞으로 이를 위한 조례제정 등이 있어야 조금이라도 마음 편안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안군 담당 공무원들은 현장을 방문해 피해원인 조사와 함께 ‘농업 재해대책법’에 따라 정부차원에서 대책을 세워 줄 것을 긴급 건의했다.

군 농업기술센터는 “피해지역 시금치 농업인들에게 배수구 정비 등 서둘러 물 빠짐을 좋게 하고, 생육부진 포장 등에는 4종 복합비료와 요소 2%를 엽면(葉面) 시비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신안군 비금·도초면은 우리나라 전체 시금치 생산량의 16%를 차지하는 주산지이다. 비금면 843가구·도초면 572가구가 1200여ha에서 ‘신안 섬초’를 재배해 연간 200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신안=이상선기자 s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