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목포 시민문화체육센터에서 드보르작의 9번 교향곡 ‘신세계로부터’ 4악장 선율이 울려퍼졌다. ‘천사들의 칸타빌레’라는 타이틀로 열린 이날 공연은 신안 1004 청소년 오케스트라(이하 천사 오케스트라)의 3번째 정기연주회 무대.

신안 초·중·고등학교 70명으로 구성된 천사 오케스트라(지휘 홍명진)는 하이든 ‘놀람 교향곡’ 2악장과 모차르트 ‘교향곡 25번’ 중 1악장을 비롯해 영화 ‘반지의 제왕’ OST중 ‘반지원정대’ 등 8곡을 연주해 관객들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섬 학생들의 음악적 재능 키워져=신안 1004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도서지역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연주실력을 발휘해 주목을 받고 있다. 섬지역 학생들은 배를 타고 나와야 하는 등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워나가고 있다.

천사 오케스트라가 창단된 때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미래를 여는 문화회 이혁제 단장을 비롯해 9명의 젊은 음악인들이 ‘KRA(한국마사회)와 함께하는 농어촌희망재단’과 신안교육지원청(교육장 김제형)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11년 4월 창단했다. 현재 단원은 자은초·압해초 각 12명, 압해서초 9명, 흑산초·암태초 각 5명, 압해중·자은중·암태중 각 2명, 안좌중 1명, 안좌고 1명 등 70명.

신안지역은 크고 작은 많은 섬으로 구성된 지리적인 여건상 교육·문화적 혜택이 타 지역보다 소외돼 있다. 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피아노 학원조차 없는 곳이 대부분으로, 악기 강습은 매우 힘든 현실이다.

천사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매주 토요일 한차례 육지와 연결된 압해 초등학교에 모여 4시간 가량 구슬땀을 흘리며 악기연습을 하고 화음을 맞추고 있다.

자은초 단원(2∼6학년)들의 경우 매주 토요일 새벽밥을 먹고 자기 키보다도 큰 악기를 등에 매고 7시 버스를 타고 암태면 오도리 선착장에 도착해 8시 배로 갈아타고 압해도 송공항에 내린 후 다시 군내 버스를 타고 연습장소인 압해 초등학교로 이동한다.

◇전용연습실·전문강사 확보 시급=하지만 비영리 단체가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다 보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원 각자가 배나 차를 타고 임시 연습장에 모이고 있다.

강사비도 턱없이 부족해 50%는 교육기부로 이루어지고 있다. 합창단의 활발한 운영을 위해서는 예산 마련과 전문강사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안좌고 김대영(1학년) 학생은 “천사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며 자칫 묻힐 뻔 했던 음악적 재능을 찾았다. 많은 관중 앞에서 마음껏 클라리넷을 연주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안교육지원청 김제형 교육장은 “앞으로 ‘신안 1004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져 신안 관내 학생들이 도시 아이들과 똑같은 교육적인 환경속에서 음악적 꿈과 끼를 키워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안=이상선기자 s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