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익었다. 눈부신 신록과 포근하게 봄볕으로 가득한 봄길이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잔인했던 4월을 보내고, 생동하는 5월을 지나 뜨거운 여름으로 향해 가는 시간. 봄 향기를 따라 길을 걸어보자. 봄기운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는,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봄날의 여행이다.



◇경남 고성 갈모봉산림욕장=봄은 신록의 계절이다. 새로운 초록이 봄을 뒤덮을 때 연둣빛 숲으로 발걸음을 하자.

경남 고성군 고성읍 이당리의 갈모봉산림욕장. 임야 70여 ha에 편백, 삼나무 등이 빽빽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숲으로 향하는 길. 편백 조각을 깔아놓은 길을 지나치게 된다. 편백 숲의 산림욕대에는 느긋하게 오수를 즐기는 이들도 눈에 띈다. 얇은 이불과 무릎 담요를 덮은 채 편백 숲에서 쉬어가는 시간이다.

가볍게 1.6km 산책로만 걸어도 괜찮고, 갈모봉 정상까지 올라도 좋다. 갈모봉 정상까지 다녀오는데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갈모봉 정상 못미처 여우바위봉으로 가는 길목에는 또 다른 ‘신록’이 기다리고 있다.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푸르른 바다가 장관이다. 정상에 서면 고성 읍내가 한눈에 담긴다. 바다도 함께 담긴다.

하일면 학동마을 옛 담장에도 신록이 물들었다. 고성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고성박물관과 탈박물관에 들러 잠시 숨을 골라보자. 당항포관광지에서 요트를 타며 바다의 봄을 즐길 수 있다.

(문의:고성군청 문화관광과 055-670-2234)



◇소백산자락길=5월 영주에는 꽃향기가 지천이다. 천지를 하얗게 물들였던 사과꽃에 이어 연분홍 철쭉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소백산을 천상의 화원으로 만들었다.

12자락으로 구성된 ‘소백산자락길’은 지금이 가장 걷기 좋은 때다.

소수서원에서 시작하는 1자락은 영주의 유교 문화를 두루 살펴보며 트레킹을 즐길 수 있어서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다. 3자락의 첫 구간인 죽령옛길을 걸은 뒤에는 봄향기 가득한 산채비빔밥과 막걸리로 배를 채울 수 있다.

절제와 균형의 미학으로 칭송받는 천년 고찰 부석사와 연계하여 걷고 싶다면 11자락을 선택해보자. 차도를 따라 나 있던 8자락은 최근 안쪽으로 산길을 냈다. 온몸으로 5월을 느낀 뒤에는 소백산풍기온천에서 피로를 풀어보자. 소백산자락에서 맛보는 청국장이나 한우구이의 맛도 일품이다.

더 생생하게 소백산자락길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매월 둘째 토요일에 진행되는 ‘자락길 동무삼기’ 프로그램을 찾아보자. 해설사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문의:영주시청 관광산업과 054-639-6603)



◇충남 옥천 향수 100리 길=“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고향의 향수, 향수의 고향. ‘향수’의 고장 옥천은 ‘한국 현대 시의 선구자’로 불리는 정지용 시인의 고향이다. 시가 잘 어울리는 계절,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 향수 100리 길(50.6km)을 걷는다. 정지용 생가·문학관을 출발해 장계관광지, 안남면, 금강변, 금강휴게소를 거쳐 생가로 돌아오는 코스다. 자전거 마니아들에게 소문난 코스로 장계관광지에는 정지용의 시문학을 재해석한 ‘멋진 신세계’가 조성되었다. 안남면을 지날 때는 둔주봉을 잊지 말자. 산 아래쪽 금강이 휘돌아 나가는 곳에 한반도 모양으로 형성된 지형을 내려다 볼 수 있다. 금강을 끼고 달리는 길은 향수 100리 코스의 하이라이트다. 금강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정지용 생가로 돌아가면 향수 100리 길이 마무리된다. 옥천의 또 다른 명소인 용암사도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운해 위로 솟아오르는 일출이 비경으로 꼽힌다.

(문의:옥천군청 문화관광과 043-730-3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