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이곳으로의 세 번째 발걸음이다. 지난해 ‘튤립축제’와 ‘봄놀이’를 즐기러 왔던 때와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는 방문이었다. 스치는 바닷바람도, 일렁이는 파도도, 붉게 물든 지평선 사이로 느릿하게 떨어지는 해에도 슬픔과 안타까움이 스며있는 것만 같다.

최근 신안군 역시 예정되어 있었던 몇몇 지역축제를 무기한 연기하며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나누고 있다. 사람도, 바다도, 섬도 믿을 수 없는 참사로 멍들었고 아파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나는 이곳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크고 작은 섬 1004개로 이루어져 ‘천사의 섬’이라고도 불리는 신안은 섬과 섬 사이에 다리를 개통해 섬마다 품고 있는 해수욕장과 숲 등의 천혜의 관광자원으로 안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신안의 ‘섬 잇기’ 사업은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어 지금도 진행 중이다. 2010년에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이탈리아 국제 연맹으로부터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된 증도를 자동차로도 오고 갈 수 있도록 ‘증도대교’를 개통했다.

증도에 들어서면 국도로 따라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소금밭과 이를 가르며 일렬로 늘어서 있는 소금창고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국내최대 염전인 신안 증도 태평염전은 140만 평 규모로 그 역사도 매우 길다. 매년 약 1만 6000 톤의 천일염을 생산해내며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360호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염전이다. 태평염전과 맞닿은 태평염생식물원과 소금 박물관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볼거리.

‘짱뚱어다리’는 총 472m의 길이로 다리 아래는 생명의 보고인 갯벌이 펼쳐져 있다. 썰물 때에는 이곳에서 짱뚱어, 농게, 칠게 등 갯벌 생물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다리를 배경으로 한 일몰과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우전해변은 길이 4km, 폭 100m 규모로 울창한 한반도 형상의 곰솔 숲과 하늘을 찌를듯한 야자수 등의 아열대식물 공원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증도에는 증도대교에서 북쪽으로 출발하여 섬 전체를 한 바퀴 회전할 수 있는 일주 슬로워킹 코스 모실길(42.7Km)이 조성되어 있다. 해안선을 따라 다양한 코스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를 느릿느릿 따라 걸으며 증도만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바람도, 시간도 쉬어간다는 그곳에서 고요하게 반짝이는 바다를 지켜보며 마음을 다독여 본다.

임자도는 점암 선착장에서 배로 20분정도 소요된다. 최근에 육지와 다리를 개통하는 연륙교 착공식이 열려 머지않아 자동차로 임자도를 방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임자도는 섬전체가 모래로 이뤄져 마치 사막과도 같다. 이 섬 끝자락에 위치한 대광해수욕장은 국내에서 가장 긴 모래사장(길이 12㎞, 폭 300m)으로 유명한 해변이다. 깨끗하고 드넓은 백사장 너머로 보이는 수평선은 서정적이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곳에서는 해변승마장이 마련되어 있어 백사장을 달리는 말들과 바다 배경이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튤립공원’에서는 바다와 모래와 곱게 어우러진 300만 송이의 튤립, 수선화, 히야신스를 만날 수 있다. 바닷가에서 창고, 길가에 이르기까지 섬 전체를 수놓는 오색찬란한 꽃들과 풍차 등의 조형물들은 매우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꽃과 바다가 이루어낸 향연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났다. 하염없는 기다림만으로 흘러간 시간, 짙푸른 바다에는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 아픔을 어루만지고 돌아서는 길.

이 다음 발걸음에서는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신안=시민기자·박수정((주)마로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