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홍어] 답답한 세상 뚫어주고 위로해 주는 맛
2014년 05월 01일(목) 00:00 가가
16∼29t급 선박 6척 40억원 어획고
관광객 방문 줄이어… 지역경제 견인
관광객 방문 줄이어… 지역경제 견인
“검붉은 빛깔에 연잎 같고, 등 뒤에 코가 있고, 코 뒤에 눈이 붙어 있다. 꼬리는 돼지꼬리 같다.”
신안 흑산도로 유배를 왔던 실학자 손암 정약전(1758∼1816) 선생은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홍어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그는 흑산도 근해에 자생하는 다양한 어종과 해초를 관찰한 후 비늘을 가진 어류 71종과 비늘이 없는 43종, 해조류 45종, 조개류 50종, 바닷게 17종 등으로 나눠 기록했다.
가오리과에 속하는 바다 물고기인 홍어는 한자로 洪魚, 또는 紅魚로 표기한다.
신안 대표 수산물인 홍어가 지역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흑산도 선박 6척이 홍어조업 나서=신안군에 따르면 연간 평균 홍어 어획량은 130∼150t 규모로 30억∼40억원의 어획고를 올리고 있다. 현재 흑산에서는 16∼29t 급 선박 6척이 홍어잡이를 하고 있다.
또한 흑산 홍어를 먹기 위해 흑산도를 방문하는 관광객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지역경제 유발 효과도 상당하다.
홍어 조업배가 흑산도 예리항에 들어오면 부둣가에서 이색적인 경매 풍경이 펼쳐진다. 우선 홍어잡이 배들이 부어 놓은 홍어들을 암수를 구분하고, 몸무게에 따라 분류해 등급을 매긴다. 수놈 보다는 암놈이, 또 사이즈가 클수록 상품가치가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암컷은 크고 수컷은 작다. 큰 것은 너비 6∼7자 안팎인데 8㎏ 이상 크기의 암컷은 최상품으로 꼽힌다.
분류가 끝나면 원산지와 무게, 날짜 등이 표시된 바코드가 홍어에 붙여진다. 이는 칠레 등 외국산 홍어와 오리지널 흑산 홍어를 구분하기 위한 것이다. 칠레산 홍어가 검은빛이 나는데 비해 흑산 홍어는 붉은빛이 돌며 쫄깃쫄깃하고 차진 맛이 난다고 한다.
홍어처럼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히 갈리는 음식이 없을 것이다. 좋아하는 이들은 안 먹고는 못 배길 음식이지만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코를 찌르는 특유의 역한 냄새 때문에 질겁하기 일쑤다. 하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자꾸만 찾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홍어를 좋아하는 이들도 ‘날 것’과 ‘삭힌 것’으로 갈린다. 홍어 마니아 들은 맛있는 부위 1순위로 ‘코’를 꼽는다. 애(창자)와 날개, 구섬치(아가미)도 빼놓을 수 없다.또 생 홍어를 초장대신 소금 기름장에 찍어먹어야 ‘구수한’ 맛을 느낄수 있다고 말한다. 홍어 특유의 냄새는 발효과정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때문이다. 홍어는 다른 생선과 달리 시간이 지나도 상하는 대신 발효되면서 몸안의 요소가 암모니아로 분해되며 산도가 증가한다.
◇삭힌 홍어 잔치 음식으로 제격=삭힌 홍어에 대한 유래는 고려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왜구의 약탈이 심해지자 나라에서 섬주민들을 내륙으로 이주시키는 ‘공도령’(空島令)을 내렸다. 섬을 비우고 육지로 주민들을 모두 옮기도록 한 것이다. 흑산도 사람들은 영산강을 거슬러 올라 영산포에 자리를 잡았는데 고향에서 먹던 홍어의 맛을 잊지 못했다.
그래서 옛 삶의 터전인 흑산도 해역에서 홍어를 잡아 영산포로 싣고 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홍어가 삭혀졌다. 먹고살기 힘든 때라 썩은 홍어를 버릴 수 없어 먹어보니 탈이 없고 오히려 건강에 좋아 이후 남도 별미로 자리잡게 됐다고 전해진다. 신안 흑산도 외에 나주 영산포가 홍어로 유명한 까닭이다.
흔히 ‘전라도 잔칫상에 홍어가 빠지면 안 된다’고 한다. 삭혀서 먹을 수 있는 특성 탓에 바닷가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지방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잔치 음식으로 제격이었던 것이다.
‘자산어보’에서도 “뱃속에 어혈이 생긴 복결병이 있는 사람은 삭힌 홍어로 국을 끓여 먹으면 더러운 것이 제거되고, 홍어국은 주기를 없애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적고 있다.
홍어는 회와 회무침, 애탕 등 다양한 요리법이 있다. 특히 홍어와 비계가 붙은 돼지고기, 푹 삭힌 묵은 김치를 곁들이는 ‘삼합’은 상호 맛을 보완하며 홍어의 풍미를 높인다. 여기에 막걸리를 곁들이는 ‘홍탁 삼합’은 남도 잔치상에 빠질 수 없다. 애(창자)를 넣어 끓이는 ‘홍어애 보리국’도 주당들의 해장 음식으로 선호하고 있다.
한편 신안군은 오는 10∼11일 이틀간 흑산도에서 제7회 ‘홍어축제’를 열기로 했다가 ‘세월호’ 침몰사고에 따른 애도 분위기 확산에 맞춰 무기한 연기했다.
신안군은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하기위해 당초 흑산도에서 개최키로 했던 ‘홍어 축제’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안=이상선기자 sslee@kwangju.co.kr
신안 흑산도로 유배를 왔던 실학자 손암 정약전(1758∼1816) 선생은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홍어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그는 흑산도 근해에 자생하는 다양한 어종과 해초를 관찰한 후 비늘을 가진 어류 71종과 비늘이 없는 43종, 해조류 45종, 조개류 50종, 바닷게 17종 등으로 나눠 기록했다.
신안 대표 수산물인 홍어가 지역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흑산도 선박 6척이 홍어조업 나서=신안군에 따르면 연간 평균 홍어 어획량은 130∼150t 규모로 30억∼40억원의 어획고를 올리고 있다. 현재 흑산에서는 16∼29t 급 선박 6척이 홍어잡이를 하고 있다.
또한 흑산 홍어를 먹기 위해 흑산도를 방문하는 관광객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지역경제 유발 효과도 상당하다.
홍어 조업배가 흑산도 예리항에 들어오면 부둣가에서 이색적인 경매 풍경이 펼쳐진다. 우선 홍어잡이 배들이 부어 놓은 홍어들을 암수를 구분하고, 몸무게에 따라 분류해 등급을 매긴다. 수놈 보다는 암놈이, 또 사이즈가 클수록 상품가치가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암컷은 크고 수컷은 작다. 큰 것은 너비 6∼7자 안팎인데 8㎏ 이상 크기의 암컷은 최상품으로 꼽힌다.
홍어를 좋아하는 이들도 ‘날 것’과 ‘삭힌 것’으로 갈린다. 홍어 마니아 들은 맛있는 부위 1순위로 ‘코’를 꼽는다. 애(창자)와 날개, 구섬치(아가미)도 빼놓을 수 없다.또 생 홍어를 초장대신 소금 기름장에 찍어먹어야 ‘구수한’ 맛을 느낄수 있다고 말한다. 홍어 특유의 냄새는 발효과정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때문이다. 홍어는 다른 생선과 달리 시간이 지나도 상하는 대신 발효되면서 몸안의 요소가 암모니아로 분해되며 산도가 증가한다.
◇삭힌 홍어 잔치 음식으로 제격=삭힌 홍어에 대한 유래는 고려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왜구의 약탈이 심해지자 나라에서 섬주민들을 내륙으로 이주시키는 ‘공도령’(空島令)을 내렸다. 섬을 비우고 육지로 주민들을 모두 옮기도록 한 것이다. 흑산도 사람들은 영산강을 거슬러 올라 영산포에 자리를 잡았는데 고향에서 먹던 홍어의 맛을 잊지 못했다.
그래서 옛 삶의 터전인 흑산도 해역에서 홍어를 잡아 영산포로 싣고 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홍어가 삭혀졌다. 먹고살기 힘든 때라 썩은 홍어를 버릴 수 없어 먹어보니 탈이 없고 오히려 건강에 좋아 이후 남도 별미로 자리잡게 됐다고 전해진다. 신안 흑산도 외에 나주 영산포가 홍어로 유명한 까닭이다.
흔히 ‘전라도 잔칫상에 홍어가 빠지면 안 된다’고 한다. 삭혀서 먹을 수 있는 특성 탓에 바닷가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지방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잔치 음식으로 제격이었던 것이다.
‘자산어보’에서도 “뱃속에 어혈이 생긴 복결병이 있는 사람은 삭힌 홍어로 국을 끓여 먹으면 더러운 것이 제거되고, 홍어국은 주기를 없애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적고 있다.
홍어는 회와 회무침, 애탕 등 다양한 요리법이 있다. 특히 홍어와 비계가 붙은 돼지고기, 푹 삭힌 묵은 김치를 곁들이는 ‘삼합’은 상호 맛을 보완하며 홍어의 풍미를 높인다. 여기에 막걸리를 곁들이는 ‘홍탁 삼합’은 남도 잔치상에 빠질 수 없다. 애(창자)를 넣어 끓이는 ‘홍어애 보리국’도 주당들의 해장 음식으로 선호하고 있다.
한편 신안군은 오는 10∼11일 이틀간 흑산도에서 제7회 ‘홍어축제’를 열기로 했다가 ‘세월호’ 침몰사고에 따른 애도 분위기 확산에 맞춰 무기한 연기했다.
신안군은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하기위해 당초 흑산도에서 개최키로 했던 ‘홍어 축제’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안=이상선기자 sslee@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