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며 걷기 시작한 길, 삶도 뒤돌아봅니다
2014년 02월 06일(목) 00:00 가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 [下] 딩보체∼고락셉∼칼라파타르
고도 5000m 칼바람 뚫고 오른 칼라파타르
손에 닿을 듯 에베레스트 위용에 감개무량
악전고투 속 지친 몸과 마음 따뜻한 위로
고도 5000m 칼바람 뚫고 오른 칼라파타르
손에 닿을 듯 에베레스트 위용에 감개무량
악전고투 속 지친 몸과 마음 따뜻한 위로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뷰포인트인 칼라파타르(해발 5550m) 트레킹을 마친 전교조 광주·전남지부 풀꽃산악회 회원들이 페리체(PHERICHE·해발 4240m) 로지로 하산하고 있다. 어머니가 딸을 안고 있는듯한 형상의 아마다블람(Ama Dablam·해발 6812m·사진 최고봉)을 비롯해 만년설을 머리에 인 품부 히말라야 산군(山群)이 아름답다.
“나는 1m를 오를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내 자신과 싸워 이겨내야만 했다. 산소가 희박한 대기속에서 피로에 지친 몸으로 중력에 저항하며 전진하는 일은 고역이었다.…”
히말라야 8000m 급 14좌를 세계 최초로 완등한 이탈리아 등반가 라인홀트 메스너는 저서 ‘검은 고독 흰 고독’에서 낭가파르바트(해발 8125m)를 무산소로 단독 등정할 당시의 어려움을 이렇게 술회했다.
히말라야의 별이 된 산악인들
딩보체(Dingboche)에서 이틀간 숨을 고르는 동안 5100m대 봉우리에 오르며 다시 한번 고소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목표인 칼라파타르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가려면 딩보체에서 투클라(Thokla)를 거쳐 로부체(Lobuche)에서 하루를 묵은 후, 칼라파타르 발치인 고락셉(Gorak shep)까지 나아가야 한다.
딩보체에서 북서방향인 투클라로 가는 길은 초원을 연상케 하는 평원이다. 왼편에 타부체(Tabuche·해발 6495m)와 촐라체(Cholatse·해발 6335m)가 위용을 자랑하고, 진행방향 정면으로 멀리 로부체 피크(해발 6135m)와 푸모리(Pumo ri·해발 7165m)가 우뚝 솟아있다. 촐라체는 귀에 익다. 지난 2005년 거벽 등반가 박정헌이 후배 산악인 최정식과 함께 촐라체 북벽을 세계 최초로 등정에 성공한 후 하산하다 사고를 당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기적적으로 생환한 곳이다.
“액땀 비스따리!(아주 천천히 걸으세요)”
대열을 선두에서 이끄는 총바 셰르파는 평지임에도 걸음을 서두르지 않았다. 평탄한 길이긴 해도 고도가 어느새 4500∼4600m인 때문이다.
3시간만에 도착한 투클라에서 점심을 먹은 후 다시 발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길은 1시간을 돌투성이 비탈길을 지그재그로 올라야 하는 탓에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어렵사리 고갯마루에 올라서자 파노라마처럼 설산이 펼쳐지지만 초르텐과 많은 돌탑들이 고개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곳은 세계 최고봉 등정에 나섰다가 ‘에베레스트의 별이 된’ 각국 산악인과 셰르파들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그 중에는 충남고 OB산악회 고 송원빈(1967∼2012) 대원의 위령비도 눈에 띄였다. 그는 지난 2012년 5월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하던 길에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고 한다.
전남대 독어독문학과 김용대(60) 교수는 “추모비를 보니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속세에서 살기도 바쁠텐데, 또 젊음을 유혹하는 것도 많은데 그런 것을 뿌리치고 무엇때문에 산에 갔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칼라파타르에 칼바람 불어
해발 4930m의 로부체에서 마지막 로지(여행자 숙소)인 로락셉(해발 5140m)은 4㎞ 거리(3시간 30분 소요). 당초에는 다음날 트레킹 목적지인 칼라파타르에 오를 계획이었지만 새벽 날씨가 몹시 춥고 변화가 심해 일정을 앞당겨 오후에 오르기로 했다.
칼라파타르에 오르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미 고도가 5000m를 넘은 탓에 공기가 평소의 50%에 불과한데다 지루할 정도로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된 까닭이다. 2시간여를 온 힘을 다해 트레킹의 종착점인 칼라파타르에 오르자 세찬 된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검은 바위’라는 의미의 칼라파타르는 푸모리봉 산줄기에 돌출된 곳으로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 여행자가 걸어서 오를 수 있는 지상 최고의 높이인 셈이다. 희박한 공기속에서 몸은 지칠대로 지쳤지만 칼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한동안 눈앞에 펼쳐진 눕체와 로체 능선 뒤로 버티고 서있는 에베레스트를 바라봤다. 극한의 자연에 맞선 인간의 의지!
혜초여행사 정오승 광주지점장은 “1953년 당시 장비가 지금과 비교하면 열악한데도 에드먼드 힐러리(뉴질랜드)와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가 에베레스트를 초등(初登)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일흔 기념으로 트레킹에 나섰다는 김충수(전북대 산악회)씨는 “인생의 꿈이라 할 수 있는 에베레스트를 가까이서 직접 보니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류경식 (광주 동신중) 선생도 “칼라파타르에서 악전고투했던 마음을 평생 간직하겠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해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내친 김에 이튿날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들린터라 하산길은 발걸음이 가벼웠다. 포터 딥 프라스는 “썸타임(sometime) 된장, 썸타임 고추장…” 개사한 전통민요 ‘레썸삐리리’(Resam Phiriri)를 흥얼거린다. 하산은 고락셉을 출발해 페리체와 남체 바자르∼팍딩을 거쳐 루크라까지 3박4일이 소요됐다.
대장정을 마친지 겨우 보름이 흐른 시간, 그 산에 다시 가고 싶다. 후원 혜초여행사 광주지점 062-511-6959
/글.사진=네팔 송기동 기자
히말라야 8000m 급 14좌를 세계 최초로 완등한 이탈리아 등반가 라인홀트 메스너는 저서 ‘검은 고독 흰 고독’에서 낭가파르바트(해발 8125m)를 무산소로 단독 등정할 당시의 어려움을 이렇게 술회했다.
딩보체(Dingboche)에서 이틀간 숨을 고르는 동안 5100m대 봉우리에 오르며 다시 한번 고소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목표인 칼라파타르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가려면 딩보체에서 투클라(Thokla)를 거쳐 로부체(Lobuche)에서 하루를 묵은 후, 칼라파타르 발치인 고락셉(Gorak shep)까지 나아가야 한다.
딩보체에서 북서방향인 투클라로 가는 길은 초원을 연상케 하는 평원이다. 왼편에 타부체(Tabuche·해발 6495m)와 촐라체(Cholatse·해발 6335m)가 위용을 자랑하고, 진행방향 정면으로 멀리 로부체 피크(해발 6135m)와 푸모리(Pumo ri·해발 7165m)가 우뚝 솟아있다. 촐라체는 귀에 익다. 지난 2005년 거벽 등반가 박정헌이 후배 산악인 최정식과 함께 촐라체 북벽을 세계 최초로 등정에 성공한 후 하산하다 사고를 당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기적적으로 생환한 곳이다.
대열을 선두에서 이끄는 총바 셰르파는 평지임에도 걸음을 서두르지 않았다. 평탄한 길이긴 해도 고도가 어느새 4500∼4600m인 때문이다.
어렵사리 고갯마루에 올라서자 파노라마처럼 설산이 펼쳐지지만 초르텐과 많은 돌탑들이 고개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곳은 세계 최고봉 등정에 나섰다가 ‘에베레스트의 별이 된’ 각국 산악인과 셰르파들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그 중에는 충남고 OB산악회 고 송원빈(1967∼2012) 대원의 위령비도 눈에 띄였다. 그는 지난 2012년 5월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하던 길에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고 한다.
전남대 독어독문학과 김용대(60) 교수는 “추모비를 보니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속세에서 살기도 바쁠텐데, 또 젊음을 유혹하는 것도 많은데 그런 것을 뿌리치고 무엇때문에 산에 갔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칼라파타르에 칼바람 불어
해발 4930m의 로부체에서 마지막 로지(여행자 숙소)인 로락셉(해발 5140m)은 4㎞ 거리(3시간 30분 소요). 당초에는 다음날 트레킹 목적지인 칼라파타르에 오를 계획이었지만 새벽 날씨가 몹시 춥고 변화가 심해 일정을 앞당겨 오후에 오르기로 했다.
칼라파타르에 오르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미 고도가 5000m를 넘은 탓에 공기가 평소의 50%에 불과한데다 지루할 정도로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된 까닭이다. 2시간여를 온 힘을 다해 트레킹의 종착점인 칼라파타르에 오르자 세찬 된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검은 바위’라는 의미의 칼라파타르는 푸모리봉 산줄기에 돌출된 곳으로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 여행자가 걸어서 오를 수 있는 지상 최고의 높이인 셈이다. 희박한 공기속에서 몸은 지칠대로 지쳤지만 칼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한동안 눈앞에 펼쳐진 눕체와 로체 능선 뒤로 버티고 서있는 에베레스트를 바라봤다. 극한의 자연에 맞선 인간의 의지!
혜초여행사 정오승 광주지점장은 “1953년 당시 장비가 지금과 비교하면 열악한데도 에드먼드 힐러리(뉴질랜드)와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가 에베레스트를 초등(初登)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일흔 기념으로 트레킹에 나섰다는 김충수(전북대 산악회)씨는 “인생의 꿈이라 할 수 있는 에베레스트를 가까이서 직접 보니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류경식 (광주 동신중) 선생도 “칼라파타르에서 악전고투했던 마음을 평생 간직하겠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해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내친 김에 이튿날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들린터라 하산길은 발걸음이 가벼웠다. 포터 딥 프라스는 “썸타임(sometime) 된장, 썸타임 고추장…” 개사한 전통민요 ‘레썸삐리리’(Resam Phiriri)를 흥얼거린다. 하산은 고락셉을 출발해 페리체와 남체 바자르∼팍딩을 거쳐 루크라까지 3박4일이 소요됐다.
대장정을 마친지 겨우 보름이 흐른 시간, 그 산에 다시 가고 싶다. 후원 혜초여행사 광주지점 062-511-6959
/글.사진=네팔 송기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