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좋아하는 이들의 버킷 리스트(bucket list)엔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네팔 히말라야 설산(雪山) 트레킹이 어김없이 담겨있다. 몸을 혹사하며 높은 고도의 ‘희박한 공기속으로’ 걸어가고자 하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지난 6일부터 21일까지 16일간 네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와 칼라파타르(Kala Patthar) 트레킹을 전교조 광주·전남지부 풀꽃산악회(회장 윤영조) 20여명의 교사들과 함께 다녀왔다. 트레킹 관문인 루크라에서 칼라파타르에 이르는 여정을 3회에 걸쳐 싣는다.

안개는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공항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이하 E.B.C) 트레킹의 첫 애로는 활주를 가로막는 짙은 안개였다. 인천공항을 떠나 홍콩을 경유해 네팔 카트만두에 도착한 이튿날 아침 6시 30분 일찌감치 공항에 도착했지만 공항 일대를 뒤덮은 안개 때문에 트레킹 관문인 루크라(Lukla)행 18인승 프롭 경비행기에 올라 탄 것은 무려 4시간이 지난 후였다.

어렵사리 비행기 좌석에 앉고서야 트레킹을 시작할 수 있음에 안도했다. 25분간 비행하는 동안 왼편창 프로펠러 너머로 설산 연봉이 눈에 들어왔다. 비행기 아래로는 산 기슭에 등고선을 따라 밭들이 펼쳐졌다.

◇루크라에서 트레킹 첫발=루크라 공항은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트레킹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산의 측면을 깍아내서 만든 루크라 공항활주로는 길이 460m·폭 20m에 불과한데다 계곡쪽으로 12도 가량 경사져있어 이·착륙이 마치 항공모함에 내려앉는 것과 같다.

실제 명칭은 ‘텐징&힐러리 공항’이다. 1953년 5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첫 등정한 에드먼드 힐러리(뉴질랜드)와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를 기념하기 위해 네팔 정부가 2008년 이름을 바꾸었다. 기상여건 탓에 오전중에만 이용할 수 있다.

가이드 꾸마리 씨는 “비행장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카트만두에서 차로 하루를 온 후 5일을 걸어와야 루크라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발 2840m인 루크라에서 배낭을 다시 꾸린 후 힘차게 첫발을 내딛는다. 산행 목표는 에베레스트를 잘 조망할 수 있는 칼라 파타르(해발 5550m)와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해발 5365m)이다.

트레킹은 네팔 여성 셰르파 파상 라무(Pasang Lhamu)를 추모하는 아치를 통과하며 시작된다. 루크라 출신인 그녀는 1993년 에베레스트 등정후 하산도중 사망했다고 한다.

루크라에서 첫밤을 보낼 팍딩까지는 내리막길 이다. 트레킹에 부담을 덜며 걸음을 내딛는다. 팍딩까지는 마을과 마을을 잇는 생활속의 길이다.

◇장터목같은 남체 바자르=루크라에서 팍딩(Phakding)까지는 9㎞거리로 약 4시간이 소요된다. 또 팍딩에서 몬조(Monjo)를 거쳐 남체 바자르(Namche Bazar)까지는 6시간(10㎞)이 걸린다.

팍딩은 둣코시(Dudh koshi) 강가에 자리하고 있다. 둣은 우유를 의미하는데 우리말로 풀이하면 ‘우유 강’이다. 빙하가 녹은 푸른 빛깔의 강물이 바위에 부딪히며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우유를 연상시킨다.

팍딩에서 남체 바자르로 향하는 길은 강물소리를 계속 들으며 평지와 오르막이 이어진다. 당초 히말라야 트레킹을 준비할 때만 해도 폭풍설을 뚫는 힘든 여정을 연상했지만 초입 길은 숲속을 걷는다.

최성(50·영암 삼호중앙초) 교사는 “사람이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산이 허락해야 오를 수 있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강이 없을 듯 한데 물이 흐르고, 마을이 없을 듯한데 산자락에 자리한 것이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남체 바자르를 한 시간가량 앞두고 급격히 산세가 가파라지며 출렁다리를 건너게 된다. 높이가 얼마나 될까, 까마득한 발 아래로 계곡물이 흘러 아찔함을 더해준다.

욕심껏 카메라 장비를 꾸린 탓에 개인 포터를 고용했다. 딥 프라스는 카트만두에서 한글을 배웠고 3년째 포터생활을 하고 있다. 앳된 얼굴의 그는 제법 우리말을 구사하는 21살의 청년이다.

그는 “이쪽으로 가면 ‘굿 웨이’(Good Way), 저쪽으로 가면 ‘힘들어 웨이’에요”라고 곧잘 재미있게 말해 주변 사람들을 웃기기도 했다.

남체 바자르에 이르는 길은 소나무, 잣나무, 구상나무 숲을 통과한다. 흔히 히말라야 하면 설산만을 생각하지만 이곳 역시 주민들이 사는 생활공간이다.

더욱이 해발 3440m에 위치한 남체 바자르는 우리로 치면 ‘장터목’에 형성된 도시이다. 바자르는 시장을 의미한다. 매주 토요일 시장이 열리는데 이때 산아래 마을에서 쌀과 소금, 설탕, 물소고기, 술 등 온갖 생활용품을 좁쿄(야크와 물소 교잡종 = zhopkyos)에 싣고 오거나 직접 주민들이 등짐을 지고 올라온다.

1953년 에드먼드 힐러리 등 영국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지나갈 당시만 해도 60여명에 불과했던 주민이 현재는 6000여명이 이를 정도로 산중 도시화됐다.

트레킹 이틀만에 도착한 남체 바자르에서 이틀간 머물며 잠시 숨을 고른다. 이제 관건은 오로지 고산병이다. 고소 적응 여부에 따라 앞으로의 여정이 순조로울 수도, 발길을 돌려 하산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새 산머리에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설산(雪山)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남쪽으로는 탐세르크(Thamserku, 해발 6618m), 서쪽으로는 공데(Kongde, 해발 4250m) 봉이다. 일출시나 일몰시 산머리가 오렌지 색으로 물드는 모습이 시선을 잡아끈다.

‘희박한 공기’속에서 신체가 적응하길 기다리는 동안 심장박동은 분당 80회 정도로 빨라졌다. 앞으로 생애 처음으로 경험하는 5000m대의 고산으로 향할수록 신체가 어떻게 반응할지 미지수이다.

낯선 환경에 대한 긴장감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설레임이 공존한다. 후원 혜초여행사 광주지점 062-511-6959

/글.사진=네팔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