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은하수 다방 문앞에서 만나…”

기세등등했던 한여름 기운도 8월 말로 접어들며 막바지다. 한낮 37도를 육박하던 불볕더위도 어느새 한풀 꺾여 아침, 저녁 무렵에는 제법 선선해졌다.

도심에서 한 발짝 벗어나 야외에 접어들면 풀벌레 소리와 함께 늦여름철 은하수가 밤하늘에 펼쳐진다.

도시인들이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과거보다 광(光)공해 등 환경이 나빠진 탓도 있지만 워낙 살기에 바빠 우주속 우리의 존재를 망각한 때문일 것이다. 맑은 밤 어느 날, 도시를 탈출해 가까운 교외에서 자녀들과 함께 그리스 신화(神話)속 영웅들로 가득한 밤하늘을 우러르며 별을 헤는 시간을 가져보자.

◇별 하나에 사랑과 동경과…=요즘 밖에 나서보면 항일시인 윤동주(1917∼1945)의 시 ‘별헤는 밤’이 절로 연상된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남쪽 밤하늘을 응시하면 뿌옇게 하늘을 가로지르는 빛의 띠인 은하수(銀河水)가 눈에 띈다. 동양에서는 ‘별들의 강’ 은하수로, 서양 그리스 신화에서는 여신 헤라의 젖물이 흐른 ‘밀키 웨이’(Milky way)로 상상했다. 은하수는 순 우리말로 ‘미리내’라고도 한다. 용(龍)의 고어인 ‘미르’와 내(川)가 합쳐진 말이다. 옛 조상들의 세계관은 은하수를 사이에 둔 견우와 직녀가 일년에 한차례 음력 칠월칠석에 까치들이 연결하는 오작교(烏鵲橋)를 건너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은하수는 신화속 상상과 달리 우리은하 팔에 존재하는 수많은 별들의 집단이다.

은하수는 산너머 궁수자리와 전갈자리에서 시작해 머리위 견우와 직녀성 사이를 지나 동쪽 떠오르는 카시오페아 자리로 이어진다. 우리 은하 중심인 궁수자리 부근 은하수가 진하고, 하늘이 투명하면 은하의 암흑대도 볼 수 있다. 사계절 가운데 겨울철보다 여름철에 은하수를 보기에 적합한 이유이다.

은하수를 처음 보는 경우 자칫 구름으로 오해하기가 쉽다. 아마 중학 2학년때일 것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전주에서 1시간 거리인 고향을 찾았다. 죽마고우들과 어울려 앞마을 수박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밤늦게 마을로 돌아오며 은하수를 처음 봤다. 남쪽 하늘로 뻗쳐오른 은하수는 신비로웠다. 무수히 빛나는 별들과 함께 은하수는 어린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후에도 수차례 은하수를 봤지만 그때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그리스 신화 이야기 가득한 별자리=은하수를 보기 위해서는 어디를 가야할까? 도시에서는 밝은 불빛으로 인한 빛공해 때문에 밝은 별만 겨우 볼 수 있는 나쁜 환경이다. 그러기에 광주에서 1시간 정도 거리를 벗어나야 그나마 은하수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3일 새벽에는 ‘페르세우스(Perseus) 유성우’가 쏟아졌다. 밤이 깊어가며 ‘여름철 대삼각형’이 서편으로 기울어 가는 가운데 이따금씩 별똥별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여름철 대삼각형’은 여름철 대표적인 백조자리에서 가장 밝은 알파(α) 별 ‘데네브’와 직녀(서양에서는 거문고자리 α별 ‘베가’), 견우성(독수리자리 α별 ‘알타이르’)을 연결한 모양이 큼지막한 삼각형을 이루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여름 은하수를 보고 있자면 자연 카메라에 담고 싶다.

스마트폰 성능으론 어렵지만 1:1 디지털 SLR카메라를 삼각대에 올려 고정촬영하면 눈으로 느끼는 것보다 쉽게 은하수를 담을 수 있다.

천체사진가 김창배(40·광주 신가동)씨는 “16㎜이하 광각렌즈 조리개를 개방하고, 감도(iso)를 1000 이상으로 맞춰 30초 정도 노출을 주면 은하수를 찍을 수 있다. 노출을 길게 주면 지구의 자전에 따라 별이 흐르게 된다. 특히 은하수 노출을 1분이상 길게 주거나 은하수에 보석처럼 박혀있는 많은 성운·성단을 망원렌즈로 찍자면 별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적도의’라는 장치가 필수적이다”며 “은하수를 보고 있자면 그 안에 뭐가 있을지 호기심이 생긴다. 다른 별사진보다 은하수 사진이 재미있고,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송기동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