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골짜기마다 그윽한 千年 신라의 향기
2013년 08월 22일(목) 00:00 가가
아달라·신덕·경명왕 잠든 ‘삼릉’
40여 계곡 등산로에 석불·석탑 …
산 전체에 새겨진 신라인의 꿈
40여 계곡 등산로에 석불·석탑 …
산 전체에 새겨진 신라인의 꿈
경주 남산기슭 삼릉(三陵)과 굽은 소나무숲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수출신 배병우 사진작가는 이곳 소나무에서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한국적 미(美)를 발견했다.
아마도 대다수의 중·장년층이 천년 신라의 왕도인 경주를 첫 방문한 계기는 수학여행 노정일 것이다.
지금이야 수학여행을 서울 경복궁이나 용인 에버랜드로 가곤 하지만 1970∼1980년대에 경주는 중·고교 수학여행 필수코스였다.
하지만 정례화된 수학여행 코스에는 경주 남산이나 감은사지 3층석탑, 황룡사지 등 또 다른 신라문화를 음미할 수 있는 장소는 제외돼 아쉬움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신라인들이 ‘불국토’(佛國土)를 꿈꾸며 무수한 석불과 석탑을 세운 경주 남산은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신라인, 불국토 이상실현 석불 조성=삼국시대 ‘서라벌’로 불린 경주는 전쟁에 의해 폐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왕릉 등 온갖 유물들이 온전히 남아있다. 그래서 백제의 옛 수도인 부여와 공주의 황량한 폐허지에서 느끼는 애잔함과 다른 별개의 느낌을 받게 된다.
경주 시내에서 남쪽으로 8㎞가량 떨어진 남산(높이 468m)은 동서 폭 4㎞, 남북 폭 8㎞ 정도의 크지않은 산이다.
법흥왕 14년(527년)때 이차돈의 순교 이후 불교를 받아들인 신라인들은 남산을 부처가 머무는 영산(靈山)으로 신성시했다. 그리고 불국토의 이상을 실현하려는 간절한 염원을 담아 산 계곡에 널려 있는 자연 바위에 많은 석불을 조성했다. 현재까지 조사된 바에 따르면 남산 일원에 절터 122개소, 석불 57개, 석탑 64기가 흩어져 있다.
경주 남산을 오르는 코스는 크게 ▲삼릉∼상선암∼금오봉∼용장사지 ▲불곡∼탑곡(옥룡암)∼미륵곡(보리사) ▲통일전∼칠불암∼천룡사지 ▲포석정∼부흥사∼금오정 등 4개이다. 이 가운데 여름에도 찬 기운이 돌아 ‘냉(冷)골’이라고 부르고, 계곡에 많은 석불을 감싸 안고 있는 삼릉골 코스를 따라 올라가 보자.
우선 삼릉 등산로에 접어들면 울창한 소나무 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공기를 엎어놓은 듯 봉긋한 왕릉과 토종 소나무의 실루엣이 잘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 개량종 리기다 소나무에서 느낄 수 없는 토종 소나무만의 구불구불한 곡선미가 탐방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소나무’ 연작으로 널리 알려진 사진작가 배병우씨를 매료시킨 곳이기도 하다.
삼릉(三陵)은 신라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의 능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삼릉에서 상선암∼바둑바위를 거쳐 정상인 금오봉까지는 1시간10분여가 걸린다.
삼릉 소나무숲을 벗어나 산길을 오르다 보면 마애 관음보살상, 석조여래 좌상, 선각육존불과 차례로 만나게 된다. 등산로에서 처음 마주치는 머리없는 석조여래 좌상은 원래 계곡에 묻혀 있었는데 1964년 동국대 학생들이 발견해 지금의 자리에 옮겼다고 한다. 가사 끈과 아래옷을 동여맨 끈, 무릎 아래로 드리워진 두줄 매듭이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선각 육존불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두 개의 큼직한 바위 면에 여섯 부처가 새겨져 있다. 솜씨 있는 어느 석공이 마치 종이에 붓으로 탱화를 그리듯 다듬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바위에 부처를 새겼다.
◇신라 호국불교, 삼국통일의 원동력=금오봉 능선길에서 내려다보이는 마애 석가여래좌상. 힘겹게 산을 오른 신라인들이 석불 앞에서 합장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신라 석공은 무엇을 바라며 이런 산중에 수많은 석불을 새겼을까?
미술사학자 강유방은 ‘한국미술 그 분출하는 생명력’이라는 책을 통해 “4세기에 (삼국) 세 나라가 동시에 불교를 받아들였으나 일찍이 신라에서만 강력한 호국신앙이 확립돼 삼국통일의 원동력이 된다”고 평가했다.
금오봉에서 용장사지 3층석탑(보물 186호)까지는 1.1㎞ 거리. 현재 터만 남아있는 용장사는 조선시대 문인 매월당 김시습(1435∼1493) 선생이 6년간 은둔생활을 하며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로 평가받는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저술한 장소이기도 하다.
3층석탑 인근에 석불좌상과 마애여래좌상이 있다는데 무더위 속에서 비지땀을 흘리던 마음 급한 도시인은 그만 총총히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많은 경주시민들이 아침운동 삼아 삼릉계곡을 따라 금오봉을 오른다. 스쳐 지나가는 외국인에게 “하이(Hi)!” 하고 인사를 건네자 “안녕하세요”하고 답한다.
옛 신라인의 꿈은 오늘도 남산에서 연연히 이어지고 있다. 문의 경주 남산연구소(054-777-7142)
/글·사진=송기동기자 song@kwangju.co.kr
지금이야 수학여행을 서울 경복궁이나 용인 에버랜드로 가곤 하지만 1970∼1980년대에 경주는 중·고교 수학여행 필수코스였다.
하지만 정례화된 수학여행 코스에는 경주 남산이나 감은사지 3층석탑, 황룡사지 등 또 다른 신라문화를 음미할 수 있는 장소는 제외돼 아쉬움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신라인들이 ‘불국토’(佛國土)를 꿈꾸며 무수한 석불과 석탑을 세운 경주 남산은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경주 시내에서 남쪽으로 8㎞가량 떨어진 남산(높이 468m)은 동서 폭 4㎞, 남북 폭 8㎞ 정도의 크지않은 산이다.
법흥왕 14년(527년)때 이차돈의 순교 이후 불교를 받아들인 신라인들은 남산을 부처가 머무는 영산(靈山)으로 신성시했다. 그리고 불국토의 이상을 실현하려는 간절한 염원을 담아 산 계곡에 널려 있는 자연 바위에 많은 석불을 조성했다. 현재까지 조사된 바에 따르면 남산 일원에 절터 122개소, 석불 57개, 석탑 64기가 흩어져 있다.
삼릉(三陵)은 신라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의 능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삼릉에서 상선암∼바둑바위를 거쳐 정상인 금오봉까지는 1시간10분여가 걸린다.
삼릉 소나무숲을 벗어나 산길을 오르다 보면 마애 관음보살상, 석조여래 좌상, 선각육존불과 차례로 만나게 된다. 등산로에서 처음 마주치는 머리없는 석조여래 좌상은 원래 계곡에 묻혀 있었는데 1964년 동국대 학생들이 발견해 지금의 자리에 옮겼다고 한다. 가사 끈과 아래옷을 동여맨 끈, 무릎 아래로 드리워진 두줄 매듭이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선각 육존불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두 개의 큼직한 바위 면에 여섯 부처가 새겨져 있다. 솜씨 있는 어느 석공이 마치 종이에 붓으로 탱화를 그리듯 다듬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바위에 부처를 새겼다.
◇신라 호국불교, 삼국통일의 원동력=금오봉 능선길에서 내려다보이는 마애 석가여래좌상. 힘겹게 산을 오른 신라인들이 석불 앞에서 합장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신라 석공은 무엇을 바라며 이런 산중에 수많은 석불을 새겼을까?
미술사학자 강유방은 ‘한국미술 그 분출하는 생명력’이라는 책을 통해 “4세기에 (삼국) 세 나라가 동시에 불교를 받아들였으나 일찍이 신라에서만 강력한 호국신앙이 확립돼 삼국통일의 원동력이 된다”고 평가했다.
금오봉에서 용장사지 3층석탑(보물 186호)까지는 1.1㎞ 거리. 현재 터만 남아있는 용장사는 조선시대 문인 매월당 김시습(1435∼1493) 선생이 6년간 은둔생활을 하며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로 평가받는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저술한 장소이기도 하다.
3층석탑 인근에 석불좌상과 마애여래좌상이 있다는데 무더위 속에서 비지땀을 흘리던 마음 급한 도시인은 그만 총총히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많은 경주시민들이 아침운동 삼아 삼릉계곡을 따라 금오봉을 오른다. 스쳐 지나가는 외국인에게 “하이(Hi)!” 하고 인사를 건네자 “안녕하세요”하고 답한다.
옛 신라인의 꿈은 오늘도 남산에서 연연히 이어지고 있다. 문의 경주 남산연구소(054-777-7142)
/글·사진=송기동기자 song@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