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에는 섬으로 가자. 그런 날에는 섬을 꿈꾸자. 어깨와 어깨를 마주하고, 등과 등을 맞대 온기가 흐르는 섬으로 떠나자. 그곳에서 혼자만의 섬이 아닌, 비로소 함께 함으로 빛나는 너와 나의 섬이 되어 보자.

목포 앞바다에 다이아몬드처럼 박힌 4개의 섬이 있다. 자은, 암태, 팔금, 안좌. 네 개의 섬은 다리로 연결돼 있다. “따로 또 같이” 그렇게 다정스레 바다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네 개의 섬은 신안이 자랑하는 보배다. 천사(1004개)의 섬 가운데 허리춤에 해당한다. 어느 섬이든 압해도 송공선착장에서 철부선을 타면 30분 이내에 도착한다. 혹자는 이곳을 신안의 ‘골드벨트’라고도 하고 ‘다이아몬드 제도’라고도 한다.

주말엔 신안의 ‘다이아몬드 제도’ 로 떠나보자. 다리로 어깨동무를 한 네 개의 섬들을 따라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자.

자은도의 풍광은 수려하다. 미인의 섬섬옥수가 저절로 떠오른다. 두봉산(364m) 에 오르면 섬을 에두른 나긋한 선이 들어온다. 그 선들을 따라 이어진 해수욕장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곳엔 해수욕장만 무려 64개나 있다.

분계 해수욕장은 자은도에서 가장 수려한 공간이다. 완만한 해안을 따라 소나무 숲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바다, 하늘, 모래밭이 어울려 빚어내는 수려함은 눈부시게 푸르다. 2010년 시민단체 생명의 숲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암태도는 역사의 섬이다. 항일 농민항쟁의 의기가 오롯이 서려 있다. 한때 인구가 1만명을 넘었던 적도 있고 “사람다운 사람은 다 암태에 산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토지가 비옥하고 사람살이의 근본이 바로 갖춰졌다는 의미로 들린다.

암태도에서 볼거리는 ‘노두’다. 노두는 썰물 때 드러나는 2.5㎞의 징검다리로, 암태도에 딸린 추포도로 가는 길목에 있다. 길이 600m에 달하는 백사장은 더없이 부드럽고 깨끗하다.

팔금도는 네 개의 섬 가운데 가장 작다. 빛바랜 흑백사진의 느낌이 살포시 묻어난다. 정지해버린 듯한 시간 너머로 사람살이의 인정과 순박이 넘쳐흐른다.



팔금도는 꾸지뽕(산뽕) 밭(17ha)이 많다. 꾸지뽕은 가시가 길고 암수그루가 따로 있는 뽕나무로 잎, 열매, 뿌리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대하도 전국적으로도 유명하다.

네 개의 섬 가운데, 별 중의 별은 안좌도다. ‘한국의 피카소’ 김환기(1913∼1974)는 이곳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냈다. 김환기는 한국적 정서를 추상화한 화가다. 김환기의 그림에 드리워진 푸른빛은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이 선물한 감성적 색채다.

1969년 미국 뉴욕에 거주하던 김환기는 김광섭의 시 ‘저녁에’를 보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의 ‘저녁에’

안좌도의 풍광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선 ‘천사의 다리’를 걸어야 한다. 안좌도에서 박지도와 반월도로 이어진 나무다리를 건너면 갯벌의 생명력과 섬이 감추고 있는 속살을 넌즈시 볼 수 있다.

바다 위를 가른 목교는 몽환적이며 이색적이다. 세상의 번다한 고민은 잠시 내려놓자. 이 천사의 다리를 건너면 저편 너머 낙원에 이를지도 모른다.

▲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 목포IC를 빠져나와 압해대교를 지나 송공 선착장으로 가면 된다. 한 시간 간격으로 철부선이 있다. 도선료는 승용차 기준 1만5000원.

/박성천기자skypark@kwangju.co.kr

〈사진:신안군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