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금도]고흥 7경 한바퀴
2013년 03월 07일(목) 00:00 가가
점점이 다도해 알알이 몽돌해변
한굽이 돌때마다 달라지는 섬의 모습
수평선의 고깃배 한폭의 그림
한굽이 돌때마다 달라지는 섬의 모습
수평선의 고깃배 한폭의 그림
봄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이성부)고 노래하는 봄이다. 3월 들어 당초 보고 싶었던 것은 스멀스멀 남녘에서 올라오는 봄기운이 아니라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다가 다시 고향 시베리아로 돌아가야 하는 가창오리떼의 마지막 날갯짓이었다.
2월 마지막 주 고창군 성내면 동림저수지를 찾아 해질녘 서편 하늘을 무대로 펼치는 가창오리떼의 군무(群舞)를 봤다. 하지만 웬지 아쉬운 마음에 일주일이 흐른 지난 1일 오후 다시 그곳을 찾아갔으나 새떼는 없고 저녁노을만 찬란했다. 그사이 봄기운을 느낀 새들은 누군가 굳이 등을 떠밀지 않았어도 본능적으로 고향을 향해 떠난 것이다. 어김없는 자연의 시계에 맞춰 생물들은 제 갈 길을 안다.
◇자전거를 타고 건너는 봄바다=북상하는 봄을 맞이하러 고흥군 금산면 거금도(居金島)로 향한다. 광주에서 섬 입구까지는 130여㎞,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고흥반도 맨 아래에 위치해 있는 거금도는 도양읍 녹동항에서 6㎞, 한센인들의 한이 맺힌 소록도에서 2㎞ 떨어진 섬이었으나 지난 2011년 12월 거금대교가 세워지며 연륙됐다. 과거에는 녹동항에서 철부도선을 이용해 거금도까지 30여분이 걸렸으나 이젠 차량이나 자전거, 도보로 손쉽게 건널 수 있게 됐다. 면적은 63.57㎢ 규모로 우리나라에서 7번째로 큰 섬에 들어간다.
2.3㎞ 길이의 거금대교는 국내최초의 2층구조 사장교로 1층은 자전거 도로, 2층은 자동차 도로로 이용된다. 아직 차가운 바닷바람을 피부로 느끼면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바다를 건널 수 있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
거금도는 1960∼1970년대 ‘박치기’로 유명했던 프로레슬러 김일(1929∼2006) 선수의 고향이기도 하다. 고흥군은 2011년 12월 고인의 생가가 있는 어전리에 ‘김일 기념체육관’을 개관했다.
거금도는 섬을 한바퀴 도는 해안 일주도로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광이 일품이다. 섬 복판에 적대봉(해발 592m)이 우뚝 솟아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바다 가까이 도로가 만들어졌다. 섬 입구에서 시계반대 방향으로 일주도로를 따라 달리게 되면 군데군데 해안경관 포인트와 만나게 된다. 거금도 해안경관은 ‘고흥 10경(景)’중 7번째 절경으로 꼽힌다. 한 개의 섬에 봉우리가 둘인 ‘형제도’(兄第島)와 두 개의 섬이 다정하게 마주보고 있는 ‘모녀도’(母女島), 대추색의 바다에 떠 있는 ‘대취도’(大翠島) 등 수백년전 조상님들은 바다에 올망졸망 놓인 섬들을 재치있게도 호명했다.
◇몽환적인 물비늘 ‘반짝반짝’=“바다에서 건진 그대로 햇빛과 바람에 말리는 미역입니다. 데쳐서 가공하는 일반 미역과 다르죠. 지금이 제철입니다.”
공고지 삼거리에서 고개를 넘어 익금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도로변에서 정종루(67)·강정임(60) 부부는 외손자와 함께 일명 ‘쫄쫄이 미역’을 말리고 있었다.
정씨는 “미역은 사흘을 꼬박 말려야 하는데, 미역 가닥을 수시로 떼어 줘야해 손이 많이 간다”며 “다리가 놓이며 주민들의 육지나들이가 좋아지고 관광객도 늘었다. 앞으로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가 살아나려면 행정차원에서 먹거리와 볼거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천리 몽돌해변도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크고작은 둥글둥글한 돌들이 해변을 따라 죽 늘어서 있다. 주민 소삼영(72)씨는 “옛날에는 ‘돈부치’라고 불렀다. 몽돌에서 자라는 김과 파래를 캐다가 말려서 팔곤 했다. 조류소통이 잘돼 해산물이 많이 나는 ‘황금바다’이다”고 자랑했다. 이어 “일부 관광객들이 몽돌을 집어가고 있어 자연훼손을 방지해야 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예로부터 오천마을앞 바다는 퍼렇다고 해 청석(靑石) 또는 청석금(靑石金)이라고 불렸다 한다.
섬 남동쪽에 위치한 국도 27호선 시점인 오천항과 소원동산 팔각정에서 바라보는 봄바다는 푸르고, 푸르다. 대취도, 소취도, 독도, 준도, 멀리 시산도까지 물밖으로 등을 내민 바다거북 형상의 섬들이 둥둥 떠있다. 오후를 지나며 바다로 향하는 태양은 수면에 몽환적인 물비늘을 만든다. 그 속에서 미역채취선들이 바다에 바둑돌처럼 놓인 미역·다시마 양식장에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거금도는 자칫 일주도로를 따라 한바뀌 돌고 빠져나가기 십상이다. 하지만 쉬엄쉬엄 돌아보자면 적대봉(積台峰)을 비롯해 익금 해수욕장, 금장 해수욕장, 오천 몽돌해변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대교 개통후 등산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적대봉은 쾌청한 날엔 멀리 제주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또 월포마을 팽나무(수령 250∼300년), 청석마을 상록수림, 홍련마을 고산목(孤山木) 등 생태기행도 한 방법이다.
다도해 섬사이로 봄이 왔다.
/글·사진=송기동기자 song@kwangju.co.kr
/고흥=주각중기자 gjju@kwangju.co.kr
2월 마지막 주 고창군 성내면 동림저수지를 찾아 해질녘 서편 하늘을 무대로 펼치는 가창오리떼의 군무(群舞)를 봤다. 하지만 웬지 아쉬운 마음에 일주일이 흐른 지난 1일 오후 다시 그곳을 찾아갔으나 새떼는 없고 저녁노을만 찬란했다. 그사이 봄기운을 느낀 새들은 누군가 굳이 등을 떠밀지 않았어도 본능적으로 고향을 향해 떠난 것이다. 어김없는 자연의 시계에 맞춰 생물들은 제 갈 길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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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금도는 1960∼1970년대 ‘박치기’로 유명했던 프로레슬러 김일(1929∼2006) 선수의 고향이기도 하다. 고흥군은 2011년 12월 고인의 생가가 있는 어전리에 ‘김일 기념체육관’을 개관했다.
거금도는 섬을 한바퀴 도는 해안 일주도로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광이 일품이다. 섬 복판에 적대봉(해발 592m)이 우뚝 솟아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바다 가까이 도로가 만들어졌다. 섬 입구에서 시계반대 방향으로 일주도로를 따라 달리게 되면 군데군데 해안경관 포인트와 만나게 된다. 거금도 해안경관은 ‘고흥 10경(景)’중 7번째 절경으로 꼽힌다. 한 개의 섬에 봉우리가 둘인 ‘형제도’(兄第島)와 두 개의 섬이 다정하게 마주보고 있는 ‘모녀도’(母女島), 대추색의 바다에 떠 있는 ‘대취도’(大翠島) 등 수백년전 조상님들은 바다에 올망졸망 놓인 섬들을 재치있게도 호명했다.
◇몽환적인 물비늘 ‘반짝반짝’=“바다에서 건진 그대로 햇빛과 바람에 말리는 미역입니다. 데쳐서 가공하는 일반 미역과 다르죠. 지금이 제철입니다.”
공고지 삼거리에서 고개를 넘어 익금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도로변에서 정종루(67)·강정임(60) 부부는 외손자와 함께 일명 ‘쫄쫄이 미역’을 말리고 있었다.
정씨는 “미역은 사흘을 꼬박 말려야 하는데, 미역 가닥을 수시로 떼어 줘야해 손이 많이 간다”며 “다리가 놓이며 주민들의 육지나들이가 좋아지고 관광객도 늘었다. 앞으로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가 살아나려면 행정차원에서 먹거리와 볼거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천리 몽돌해변도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크고작은 둥글둥글한 돌들이 해변을 따라 죽 늘어서 있다. 주민 소삼영(72)씨는 “옛날에는 ‘돈부치’라고 불렀다. 몽돌에서 자라는 김과 파래를 캐다가 말려서 팔곤 했다. 조류소통이 잘돼 해산물이 많이 나는 ‘황금바다’이다”고 자랑했다. 이어 “일부 관광객들이 몽돌을 집어가고 있어 자연훼손을 방지해야 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예로부터 오천마을앞 바다는 퍼렇다고 해 청석(靑石) 또는 청석금(靑石金)이라고 불렸다 한다.
섬 남동쪽에 위치한 국도 27호선 시점인 오천항과 소원동산 팔각정에서 바라보는 봄바다는 푸르고, 푸르다. 대취도, 소취도, 독도, 준도, 멀리 시산도까지 물밖으로 등을 내민 바다거북 형상의 섬들이 둥둥 떠있다. 오후를 지나며 바다로 향하는 태양은 수면에 몽환적인 물비늘을 만든다. 그 속에서 미역채취선들이 바다에 바둑돌처럼 놓인 미역·다시마 양식장에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거금도는 자칫 일주도로를 따라 한바뀌 돌고 빠져나가기 십상이다. 하지만 쉬엄쉬엄 돌아보자면 적대봉(積台峰)을 비롯해 익금 해수욕장, 금장 해수욕장, 오천 몽돌해변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대교 개통후 등산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적대봉은 쾌청한 날엔 멀리 제주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또 월포마을 팽나무(수령 250∼300년), 청석마을 상록수림, 홍련마을 고산목(孤山木) 등 생태기행도 한 방법이다.
다도해 섬사이로 봄이 왔다.
/글·사진=송기동기자 song@kwangju.co.kr
/고흥=주각중기자 gjju@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