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다. 매일같이 뜨고 지는 해인데, 지난 한해 고생 많았노라고 희망을 가져보자고 얘기하듯이 더 붉게 더 크게 빛난다. 새해는 그렇다. 동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햇살에도 가슴이 설레는 시간이다. 대한민국 끝섬에서 맞는 일출은 어떨까? 1월이라서 더 특별한 일출여행.

◇동쪽 끝 섬에서 시작하는 새해, 울릉도

동쪽으로 해를 맞으러 가는 길, 그 끝에 독도가 있다.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우리 나라의 동쪽 끝섬. 하지만 독도를 찾아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4월까지는 정기 배편이 운항되지 않아 독도의 일출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 아쉬움을 울릉도에서 달래보자. 울릉도 동쪽에 위치한 내수전 일출전망대와 독도 전망대가 일출 명소로 꼽힌다. 내수전 일출전망대는 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는 장엄한 일출 광경에 북저바위, 저동항, 죽도, 섬목이 어우러지면서 장관을 연출한다. 성인봉의 아침 풍경도 놓칠 수 없다.

아침 해를 만난 뒤에는 울릉도를 구석구석 누벼보자.

울창한 활엽수림이 함께하는 내수전 옛길은 내수전에서 석포를 거쳐 섬목까지 이르는 7km의 울릉도 둘레길로 육로 관광의 대표적인 코스다. 거북바위, 사자바위, 공암, 노인봉, 송곳봉, 만물상, 대풍감, 삼선암, 관음도 등 30km가 넘는 해안도로 곳곳에 절경을 품고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문의:울릉군 관광안내소 054-790-6454)



◇최서남단의 절경, 가거도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네 시간을 달려야 하는 국토 최서남단의 섬 가거도. 차량을 싣고 갈 수 없고 대중교통도 없어 마을 주민의 차를 얻어 타거나 튼튼한 두 다리로 걸어서 여행을 해야 한다.

가는 길이 편치는 않지만 비경이 고단함을 달래준다. 가거도에서 일출을 맞는 방법은 두 가지. 1구 대리마을에서 동개해수욕장, 김부연하늘공원, 땅재전망대를 지나 해뜰목에서 일출을 맞이하고 능선조망대, 샛개재를 거쳐 마을로 돌아오는 길이 있다. 마을에서 해뜰목까지는 한 시간 거리.

새벽 산행 대신 방파제에서 해를 만날 수도 있다. 분주하게 깨어나는 가거도의 아침풍경과 함께 하는 해맞이다. 섬 한가운데 불쑥 솟아오른 해발 639m의 독실산, 가파른 해안 절벽과 기암괴석, 공룡의 등뼈를 닮은 섬등반도가 바다를 향해 줄달음치는 풍경도 빼놓을 수 없는 가거도의 매력이다. (문의:흑산면 가거도출장소 061-240-8620)



◇최남단 막내 섬, 마라도

남으로 달리고 달려 찾아가는 마라도. 북위 33° 06′ 30″, 동경 126° 16′ 30″, 태평양을 건너온 바람이 불어오는 섬이다.

마라도를 지키는 국토 최남단비가 아침 햇살을 받아 금빛으로 빛난다. 장군 바위도 이내 붉은 빛으로 치장한다. 장군바위 앞바다를 오가는 고깃배가 고즈넉한 풍경을 만든다. 등대공원에도 해가 뜬다. 세계 각국 등대 모형과 오대양 육대주를 조각한 지구 모형 사이로 해가 비추면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날씨가 궂어 매일 마주할 수는 없는 귀한 일출이다.

동서 길이가 500m 남짓인 마라도는 남북 길이 1.3km, 해안선 길이가 4.2km, 면적이 0.3㎢에 불과하다. 천천히 할망당, 등대공원, 선인장 자생지, 마라분교, 성당과 교회, 절집 등을 살펴보며 여행을 마무리 한다. (문의:서귀포시청 관광진흥과 064-760-2653)



◇북녘 하늘의 거룩한 일출, 백령도

나아가고 싶어도 더 이상 갈 수가 없는 북쪽. 서해 최북단의 백령도에서 맞는 일출은 그래서 가슴이 찡하다. 닿을 듯한 북녘 땅 가지 못하는 길, 거룩한 해맞이다.

백령도의 해는 바다 건너 황해도 장연군에서 솟아 오른다. 백령도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은 섬 동쪽 영기원산, 용기도 등이다. 한때 군사 지역으로 통제가 됐었던 용기원산에서는 해 지는 저녁 풍경까지 감상할 수 있다. 장엄한 백령도의 일출에는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변덕스러운 백령도 겨울 날씨에 궂은 북쪽 바람까지 견뎌야 하기때문이다.

백령도 최고 절경은 두무진이다. ‘서해의 해금강’으로 불리는 두무진의 기암괴석은 눈길을 빼앗는다. 백령도 해변 역시 명품이다. 4km 가까이 늘어선 사곶 사빈은 비행기 이착륙이 가능한 천연 해변 활주로로 천연기념물 제391호로 지정돼있다. 인천에서 백령도까지 뱃길로 네 시간이 소요된다. (문의:옹진군청 관광문화과 032-899-2210)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