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기다리고 있던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하다. 매섭게 불어오는 칼바람에 절로 몸이 움츠러드는 한겨울이다. 봄을 피우고, 여름을 노래하고, 가을이 무르익던 자연도 조용히 몸을 숙이고 있다. 또 다른 봄을 기다리느라 고요하게 잠들어 있는 자연. 하지만 이 겨울에도 갯벌은 살아있다. 고요하지만 치열하게 살아 숨쉬고 있는 무안 갯벌로의 겨울 여행.

◇도리포에 뜨는 새로운 해

바다를 향해 고개를 내민 무안 해제반도. 북쪽으로 튀어나온 지형 덕분에 서해안이지만 일몰과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연말연초 지는 해, 떠오르는 새로운 해를 만나기 위해 사람들이 발길을 한다.

여름 영광쪽 산에서 솟아오르던 도리포의 아침해가 겨울 방향을 바꿨다. 이제는 함평쪽 바다 위로 수줍게 고개를 내밀며 겨울 바다를 붉게 물들인다.

도리포 포구 끝, 바다를 향해 서있는 팔각정 주위로 칠산 앞바다를 오가는 어선들이 어우러지면서 일출 장관을 연출하는 곳이다.

도리포를 쫓아가는 길,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바다가 출렁이기도 하고 기름진 갯벌이 그 속살을 살며시 드러내기도 하는 이색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해안선을 자랑한다. 바다를 끼고 드라이브하기에 좋은 길이다.

갯벌이 품고 있는 이곳의 맛도 빼놓을 수 없다.

무안하면 낙지가 유명하지만 바람이 매서워진 요즘은 숭어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겨울 숭어 앉았다 나간 자리, 뻘만 훔쳐 먹어도 달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한겨울의 숭어회는 별미로 꼽힌다.



겨울 숭어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로 도리포가 분주하다.

하얀 속살에 붉은빛을 띤 숭어회는 씹을 수록 고소하면서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출렁이는 바다를 보면 겨울의 맛을 보는 순간만큼은 추위도 시름도 잊게 된다.

소금장에 찍어먹는 꼬들꼬들한 숭어껍질과 통통한 숭어구이, 살짝 데쳐서 나온 숭어껍질과 노릇노릇 구어진 숭어구이도 숭어회와 한조를 이룬다

◇오감으로 만나는 갯벌

도리포의 겨울 바람에 언 몸을 녹일 수 있는 곳, 무안의 고운 갯벌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지난해 11월 무안군 해제면 용산길 140번지에 문을 연 무안 생태갯벌 센터.

모래, 혼합, 펄, 자갈갯벌 등이 유지되고 있는 무안갯벌은 86과 226속 318종의 육상식물과 환경부 보호대상 종인 알락꼬리도요와 흰목물떼새등이 출현하는 생명의 보고다. 특히 갯벌의 생성소멸관찰이 가능한 유년기 갯벌로 지난 2001년 연안습지로는 최초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무안 생태갯벌센터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면 갯벌과 어울려 살아가는 하늘, 바다, 땅의 무수한 생물의 생명력을 담아낸 조형물이 관람객을 맞는다. 유리 너머에는 겨울 바다가 한눈에 담긴다.

1층에는 3D입체 영상을 통해 갯벌에서 살아 숨 쉬는 갯벌생물들을 만날 수 있는 영상관과 갯벌생태관과 탐사관이 꾸려져 있다. 전시관에 갯벌에 파고들어 살고 있는 낙지와 농게와 갯벌에 어울려 사는 도요새 등 갯벌을 그대로 실내로 옮겨 놓았다. 갯벌을 탐험 하듯이 걸으면서 자연 공부를 하기에 좋다. 낙지 모양으로 집을 지어 놓은 기념 사진 촬영실과 커다란 게가 손을 뻗고 있는 갯벌 동굴 등 아이들이 좋아할 놀이터이기도 하다.

기획 전시실에서는 바다와 갯벌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살펴볼 수 있는 사진 들이 전시되어 있다.

2층에는 바다를 보며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카페테리아가 꾸며져 있다. 탁 트인 공간에서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대도 있다.

전시관 외부에는 직접 갯벌에 몸을 맞대며 자연을 느껴볼 수 있는 갯벌 학습장(5∼11월 운영)과 바다 위에 놓인 산책로를 따라 갯벌을 살펴 볼 수 있는 갯벌 탐방로도 마련됐다.

무안갯벌캠핌장도 운영되고 있다. 4월까지는 비수기로 캐러반 4인용을 주말 8만원, 주중 6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6인용은 주말 10만원, 주중 8만원이다. 예약 및 문의 061-450-5632 (http://getbol.muan.go.kr)

1월1일, 설날, 추석날,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국경일인 경우 그 다음날) 휴관이며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군인 15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글·사진=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