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제법 쌀쌀해졌다. 찬바람이 스쳐간 가을 산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든다. 가을 햇빛이 내려앉는 곳에는 은빛 억새 물결이 춤을 춘다. 가을이 빚어내는 색의 향연, 단풍과 억새의 화려하고 은은한 빛에 빠져보자.

*타는 단풍

푸른 에너지를 쏟아내던 나무들이 가을 빛으로의 치장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서리까지 다녀간 북쪽 마을에서 시작된 계절의 변화는 찬바람을 타고 서서히 남쪽 끝마을까지 찾아올 것이다.

매년 찾아오지만 단풍의 방문은 늘 설렌다.

가장 먼저 가을은 맞는 설악산은 이미 단풍 구경에 들뜬 사람들의 발길로 가득 찼다. 설악산의 기운을 타고 이어질 단풍 릴레이는 11월 초까지 계속된다.

정읍 내장산, 멀리가지 않아도 단풍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뻔하지만 그만큼 유명한 단풍 명소들이다. 일반 단풍잎보다 작지만 훨씬 더 고운 빛깔을 품은 내장산 단풍은 가을을 유혹한다.

트레킹을 하며 단풍을 만나고 싶다면 청송 주왕산을 선택하자.

걷기에 좋은 산길에 그림 같은 폭포, 바위와 어우러진 단풍이 가을산을 찾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대전사에서 주방천 계곡길을 따라 제1폭포에 이르는 길이 단풍을 즐기기에 좋은 최적의 코스다.

고창의 선운산도 가을이면 붉게 타오른다. 도솔천을 따라 피어나는 붉은 단풍이 장관을 연출한다. 단풍과 때를 맞춰 국화향도 그윽하다. 10월26일부터 11월11일까지 고창국화축제가 계속된다.

빨간 단풍잎 대신 노란 은행잎 비가 내리는 영주 소백산으로의 발걸음도 즐겁다.

소백산 자락 부석사의 늦가을은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로 그윽하다. 걸음걸음 노란 은행잎이 맞이하는 길, 무량수전의 멋까지 더해진 가을의 풍경이 있다.



*은빛물결

수줍은 새색시 같은 단풍만큼이나 가을 억새도 새색시처럼 곱다. 바람에 따라 서걱서걱 몸을 누이며 가을을 은빛으로 곱게 물들이는 억새.

단풍의 기세가 찬바람도 타고 거세진다면 억새는 가을과 작별을 하고 있는 중이다. 늦기 전에 은빛 물결에 빠져보자.

억새 군락지로 유명한 민둥산에 억새가 활짝 피었다. 산전체가 둥그스름하니 끝없이 광야가 펼쳐진 것 같은 이곳에 억새꽃이 그득 덮여있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르기까지 억새밭을 헤쳐가야 하는 가을의 유명코스다.

홍성 오서산에도 은빛 물결이 출렁이고 있다. 홍성 광천읍과 장곡면 등에 걸쳐 산세를 뻗고 있는 오서산 정상 부근의 억새는 가을 정취를 가득 담고 있다. 정상을 중심으로 주능선 2km 가까이 피어나는 억새는 10월 중순을 넘어 최고 절정을 이루고 11월초까지 그 자태를 뽐낸다. 28일에는 오서산 억새풀 등산대회도 열린다.

평택에서는 원평나루 억새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억새와 갈대가 물결을 이룬 평택 안성천 근문교 일원에서 26·27일 저녁노을과 억새가 어우러진 축제가 진행된다.

억새하면 장흥 천관산도 빼놓을 수는 없다. 예년보다 화려함이 덜하지만 천관산의 기암괴석과 출렁이는 억새는 독특한 멋이 있다.

다도해가 한눈에 펼쳐지는 정상에서 바닷바람에 일렁이는 억새를 만나보자. 울산 신불산에도 단풍과 억새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깊고 푸른 파래소폭포를 둘러싼 단풍, 신불산 정상에서 간월산과 영축산으로 이어진 광활한 능선의 억새가 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