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시대의 역사와 문화의 자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 경주.

어릴 적 한번쯤 ‘수학여행’ 코스로 다녀왔음직한 도시. 선생님 따라 친구들과 줄을 지어 일방적인 역사탐방을 하던 시절을 뒤로하고 관광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얻은 독립체가 되어 이곳을 다시 찾으니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경주에 도착해 보문 관광단지에 짐을 풀고 신라천년고도의 중심 ‘불국사’로 향했다. 아마도 15년은 훌쩍 지난 것 같다. 이곳을 수학여행지로 다녀갔던 것이.

◇찬란한 역사 속으로

경주 토함산에 자리 잡고 있는 불국사는 1995년 ‘석굴암’과 함께 세계 유네스코에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세계적인 절이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절이 아닐까 싶다.

신라 경덕왕 10년(751)에 당시 재상이었던 김대성이 짓기 시작하여, 혜공왕 10년(774)에 완성하였으나 조선 선조 26년(1593)에 왜의 침입으로 안타깝게 대부분 건물이 불타버렸다. 이후 1973년 발굴조사 뒤 복원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천왕문을 향하던 길의 연못에는 수초가 가득하고 늘어진 버들나무 풍경이 참 아름답다. 대웅전 앞뜰에 있는 석가탑과 다보탑은 불국사의 상징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 이름은 현세 부처인 석가여래와 과거 부처인 다보여래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1300여년 전 조성된 이 석탑들을 보면 당시 신라 사람들의 뛰어난 기술력을 엿볼 수 있다.

국보 제 20호인 다보탑은 그간 우리나라 탑의 형태와는 다른 유일한 형태로 화려한 자태가 눈길을 끈다. 국보 제 21호인 석가탑은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움을 지닌 삼층석탑으로 1966년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보 제 126호)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한 ‘무영탑’이라고도 불리는데 여기에는 아사달과 아사녀의 애틋한 전설이 담겨 있기도 하다. 현재 석가탑은 보수를 위해 가설구조물을 설치하고 있으며 해체보수 전 과정을 국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불국사 경내에는 청운교·백운교, 금동비로자나불좌상, 금동아미타여래좌상, 사리탑 등 많은 문화재가 잔존한다. 불국사에서 산등성이를 타고 약 3km 정도 올라가면 동양 제일의 걸작으로 알려진 여래좌상의 본존불이 동해를 마주 바라보고 있는 유명한 석굴암도 볼 수 있다. 문의 :054-746-9913. 이용시간 07:00∼18:00 (매표마감은 30분전까지)

사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은 바로 ‘안압지’였다. 낮에도 풍경이 멋스러운 곳이나 야경으로도 아주 유명한 곳으로 밤 10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최대의 인공연못 안압지

경주시 인왕동에 위치한 안압지. ‘삼국사기’를 보면 궁 안에 연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심고 진기한 새와 짐승을 길렀다고 기록되어 있다. 바로 그때 판 못이며 임해전에 딸린 것으로 우리 역사 최초, 최대의 인공연못이다.

안압지는 또 물 위를 유영하는 오리와 기러기 떼를 보고 조선시대의 선비들이 붙인 이름이다. 16.5㎢의 넓이를 자랑하는 연못은 당시 동북아 최고의 선진 문명국이었던 신라를 찾아오는 수많은 외국 사신을 맞이하는 접견장과 연회장으로 추정된다.

해가 서서히 기울면 안압지에 화려한 조명이 하나 둘 밝혀지면서 멋진 야경과 반영을 뽐낸다. 대도시의 화려한 야경과는 또 다른 멋으로 연못에 잔잔하게 비치는 누각과 소나무의 아름다움은 감탄을 자아낸다.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관광객들의 탄성은 축제를 연상케 한다. 크고 작은 세 개의 인공 섬을 바라보며 달빛 머금은 연못 주변을 거니는 경주의 밤은 꿈처럼 아름답기만 하다.

1975년 안압지 연못의 물을 빼고 시작된 발굴 작업에서 건져진 금동삼존판불, 보상무늬 기와, 나무배, 금동가위 등 수 많은 유물들이 국립경주박물관 안압지관이라는 별도의 장소에서 전시되고 있다. 문의 : 054-772-4041. 이용시간 09:00∼22:00 (연중무휴)

이번 여행을 통해 확실히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유적지 탐방에 앞서 그에 관한 역사를 충분히 알아둬야 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수학여행으로 다녀간 후 성인이 되어 찾은 경주는 참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듯이 내가 딛고 있는 이 장소에서 천년 전 어떠한 역사가 쓰여 졌는지를 미리 공부하고 찬찬히 현장을 음미하는 것은 여행의 의미와 흥을 더하는 일이 될 것이다.

/시민기자=박수정((주)마로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