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솔부는 찬바람, 풀벌레 소리가 밤을 그득 채우는 9월이 시작된다. 가을의 그윽한 정취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더위가 지나간 자리에 감성을 가득 채워보자.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가을 낭만의 길, “문학이 흐르는 길을 따라” 여행을 떠나보자.

◇‘소나기’의 주인공 되어 사춘기로 돌아가는 곳 ‘양평 황순원문학관’

‘소나기’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본 단편소설이다. 소년과 소녀가 주고받은 아련한 사랑은 애잔하게 사람들 가슴에 남아있다. 그 감동을 되새겨볼 수 있는 곳이 양평의 소나기마을이다.

소나기의 작가 황순원은 평양 숭실중학교와 일본 와세다대를 졸업한 뒤 경희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했다. 양평과는 특별한 연고가 없는 작가의 문학관이 들어선 이유는 “소년가 양평읍으로 이사간다”라는 소설 대목에 있다고 한다.

황순원문학관을 중심으로 한 소나기 마을에는 소나기 광장을 따라 산책길이 이곳저곳으로 뻗어있다. ‘소나기’에 등장하는 징검다리, 수숫단 오솔길, 송아지 들판, 고백의 길 등도 조성되어 있다.

관람객은 산책을 하며 ‘소나기’의 주인공이 되어보고, 사춘기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 특히 소나기 광장에서는 매일 세 차례 인공으로 소나기가 내린다. 비에 젖은 몸을 수숫단에 숨겨보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절경에 취해 벼랑 위에서 시를 노래하다 ‘정선 몰운대’

산과 계곡이 깊은 정선은 소리 한 가락, 시 한 수가 절로 흘러나오는 고장 정선.굽이굽이 계곡 길에는 문향이 소담스럽게 깃들어 있다. 화암면을 가로질러 소금강 물줄기가 닿는 곳, 정선 소금강의 몰운대에서 황동규는 ‘몰운대행’을 노래했다.

여러 문인들도 절벽과 계곡의 아름다움을 시로 옮겼다. 고목 한 그루와 시비가 있는 몰운대를 시작으로 ‘몰운대행’의 배경이 된 화암약수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는 가을 산행 길로도 고즈넉하다.

시인들이 사랑한 몰운대는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드라마 닥터진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도 했다. 또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는 아우라지는 정선아리랑의 배경이 되었으며, 김원일의 장편소설 ‘아우라지 가는 길’에서 그리운 고향으로 그려졌다.

볼거리 풍성한 정선 읍내 구경도 흥미롭다. 아라리촌에는 옛집과 함께 박지원의 소설 ‘양반전’을 해학적으로 재구성한 조형물이 있다.

인심과 먹을거리 가득한 정선 장터도 놓치지 말자. 장터 먹자 골목에서 곤드레나물밥, 콧등치기국수 등 정선의 별미를 맛볼 수 있고 각종 산나물을 풍성하게 구입할 수 있다.



◇영원을 추구한 시인 구상을 만나다 ‘칠곡 구상문학관’

칠곡에 자리한 구상문학관에는 한국 시단의 거장 구상(1919∼2004) 시인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문학평론가 김윤식 전 서울대 교수는 “그의 목소리는 역사 속에서 역사를 넘어서 들려오는 예언자의 어조 그것이다”라고 평했다.

구상과 칠곡의 인연은 1953년 시작된다. 이승만 정권에 대한 반독재 투쟁에 나섰던 시인은 1953년 칠곡으로 내려와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1974년까지 칠곡에 머무르며 당대의 예술가들과 폭넓은 친교를 쌓는다.

특히 화가 이중섭은 왜관에 있는 그의 집에 함께 머무르며 그림을 그리기도 했는데, 이 무렵 그린 그림이 ‘K씨의 가족’이다. 구상문학관에는 육필 원고를 비롯한 유품 300여 점이 전시되었고, 문학관 뒤편에 시인의 거처였던 관수재(觀水齋)가 있다.

구상 문학관을 나서면 또 다른 칠곡의 볼거리가 기다린다.

로마네스크 양식이 아름다운 가실성당, 서울의 명동성당과 동시대에 세워진 유서 깊은 성당이다.

다부동 전적기념관에서는 한국전쟁의 아픈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한국전쟁 다시 대구 방어의 중요한 요충지로 접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기분 좋은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가산산성 등도 칠곡의 명소로 관광객들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