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포항까지 버스로 4시간, 포항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으로 3시간이 걸린다. 거리상 울릉도는 쉽게 접하기 힘든 곳이다. 여기에 대한민국 최동단 독도까지 간다면 뱃길로 2시간을 더해야 한다. 하지만 육지에서 만나기 힘든 특산물과 조금 더 원초적인 ‘자연’을 즐기고 싶다면 기꺼이 가방을 챙겨도 좋다.

울릉도 주민들이 특산물인 부지깽이나물 말리기에 여념이 없다. 뒤에 보이는 바위는 통구미 마을의 거북바위.

◇울릉도=도동항에 내리고 나면 자동차와 여행객이 한데 섞여 비좁은 길로 들어서게 되는데 마치 피난민의 행렬을 연상케 한다.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리는 도동항을 빠져나오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육지의 산과 달리 울창한 원시림 같은 울릉도의 산과 70년대를 연상시키는 비좁은 골목길이 잠시 이국적인 느낌에 빠져들게 한다.

도동항 바로 옆에서는 전국에서 손꼽을만한 행남 해안 산책로가 시작된다. 굽이굽이 해안가를 따라 도는데 기암절벽과 천연동굴이 낯설면서도 신기하다. 산책로 옆 바다는 온통 ‘에메랄드 빛’으로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다. 산책로 중간 쉼표처럼 자리한 도동등대까지 왕복하면 2시간이 훌쩍 간다.

도동약수공원 언덕에 있는 독도박물관은 ‘독도는 우리땅’을 증명하는 역사자료와 함께 울릉도와 독도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 바로 옆에는 망향봉으로 이어지는 케이블카가 있다. 날씨가 좋다면 망향봉에 서서 직선거리로 87.4㎞ 떨어진 독도를 육안으로 볼 수 있다. 산 정상에 로또판매점이 있어 행운(?)을 꿈꿔볼 수도 있다.

사동쪽으로 가면 와옥사부터 바다를 옆에 두고 달리는 해안일주도로가 시작된다. 가는 내내 바닷속 수초까지 훤히 드러나 보일 정도로 바다는 투명하다. 도로를 타면 통구미와 사자바위, 태하성하신당, 천부항까지 길이 이어진다. 아담한 천부항에서는 성인봉에서 튀어나온 높이 452m의 송곳봉이 눈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차를 되돌려야 한다. 50년째 공사중이라는 울릉도 해안일주도로는 아직도 미완성구간을 4.4㎞나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성인봉 북쪽으로 가면 울릉도가 화산섬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화구원이 존재한다. 나리분지다. 오르막을 타고 길을 가다 어느새 광활한 땅이 펼쳐지는 데 울릉도 유일의 평지다. 너와집과 투막집 등 울릉도의 전통집을 볼 수 있다. 삼나물과 부지깽이나물, 미역취나물 등 울릉도 특산물을 맛볼 수 있는 산채비빔밥도 별미다.

울릉도 주민들이 특산물인 부지깽이나물 말리기에 여념이 없다. 뒤에 보이는 바위는 통구미 마을의 거북바위.

◇독도=도동항에서 쾌속선을 타고 2시간을 달려야 한다. 파도가 잠잠하다면 다행이지만 먼 바다 특성상 배멀미를 감수해야 한다. 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를 보며 배가 독도에 접안하면 독도경비대 대원들이 경례로 여행객을 맞는다. 파도가 거세면 접안도 힘들어 독도에 발을 붙이는 것도 운이 좋아야 한다. 배에서 내리면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동도와 서도로 나뉜 ‘우리땅’ 독도를 볼 수 있다. 동도 정상은 독도경비대 숙소 등이 있고, 서도는 유일한 독도 주민인 김성도씨 부부가 살고 있다. 지금은 괭이갈매기 번식철이라 섬 전체가 갈매기 울음소리로 가득 차 있다. 여행객은 아쉽지만 독도 선착장 부근에서 20분밖에 머물 수 없다. 언제 날씨가 급변할 지 몰라 시간이 지체되면 배가 뜰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선착장 인근에 방파제가 있다면 여유 시간은 한결 늘어나겠지만 아직 방파제 공사는 요원한 상황이다.

/글·사진= 임동률기자 exia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