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구경으로 떠들썩한 봄, 들떠있는 기분을 잠시 내려놓고 나를 차분히 돌아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충절과 예학의 고장 충남 논산. 흔히 논산 하면 육군 훈련소를 먼저 떠올리지만 계백의 혼이 살아있는 황산벌 전투가 벌어진 고장이기도 하다. 또 성리학이 발달해 훌륭한 학자를 배출한 예학의 본산이요, 기호학파의 근원지로 알려진 고장이다. 이곳 논산을 거닐며 벚꽃의 화려함 대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잠정목록 포함 ‘돈암서원’= 논산에는 유교문화의 산실로 일컬어지는 사원과 향교가 유난히 많다. 예학의 대가인 사계 김장생과 그의 아들 신독재 김집, 우암 송시열 등 조선의 정치와 정신문화를 이끌었던 선비들이 이 지역을 중심으로 강학을 펼치며 활동했기 때문이다.

특히 돈암서원(사적 제383호)은 김장생 선생의 덕을 기리기 위해 인조 12년(1634)에 건립한 서원이다. 힘이 넘치는 필채로 적힌 돈암서원 현판을 지나 들어가면 소박하고 정갈한 느낌의 건물이 보인다. 유교적인 내음이 진하게 풍기는 그 안으로 들어가면 마음이 맑아지고 차분해진다.

잠시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학생들을 가르치던 응도당 툇마루에 걸터앉아 조선시대로 돌아가 본다. 응도당은 천장과 지붕의 섬세한 모습이 감동적이다. 기둥 위 이음새에 용·봉황·코끼리 조각이 눈에 띈다. 특히 응도당의 주춧돌 위 기둥엔 소금을 사용한 기법을 사용해 뒤틀림이 없고 썩지 않는다. 선조들의 지혜로움이 엿보인다.

이 서원은 고종 8년(1871)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 이후에도 남아 보존된 47개의 서원중의 하나로, 지방교육의 일익을 담당했던 전통있는 곳이다. 이같이 역사적인 건축물인 돈암서원은 경북 영주 소수서원 등 국내 8개 서원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기도 했다.



◇ 산과 들 품은 ‘탑정호’= 강인줄 알았는데 호수란다. 카메라에 담기지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은 크기에 놀라고, 산과 들을 품고 있는 절경에 또 한번 놀란다.

탑정호는 관촉사·대둔산·계백장군 유적지·쌍계사·개태사·옥녀봉·노성산성 등 논산 8경 중 2경으로 꼽힌다. 그만큼 절경이다. 논산시 한가운데 위치한 탑정호는 옥토의 젖줄이다. 수려한 대둔산의 물줄기를 담아낸 탑정호는 물이 맑기로도 유명하다. 잔잔한 호수의 넓은 품에 억눌려있던 마음이 녹아내리는 듯하다. 호수 주변으로 도로가 이어져 있어 연인과 가족과 함께 가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또 탑정호는 최대 3000여만 톤의 담수를 저장할 수 있는데 물이 맑고 깨끗해 담수어족이 풍부하며, 낚시는 물론 윈드서핑과 수상스키 등 레포츠에도 매우 적합한 곳이다. 제일 권하고 싶은 곳은 부적면 신풍리 쪽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이다. 호수를 깔고 서산으로 넘어가는 저녁노을을 보노라면 아스라한 첫사랑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 철도문화 체험 공간 탈바꿈 ‘연산역’= 연산역은 호남선에 있는 기차역으로 지난 2011년 100주년을 맞이했다. 현재는 많은 승객이 이용하고 있지 않지만 간이역으로의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한 ‘2011 문화디자인 프로젝트(간이역)’ 대상지로 선정돼 철도문화체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급수탑견학, KTX기장 포토존 및 나도역장 포토존, 승차권구입체험, 기관사체험, 철도안전체험 등 13가지 철도 관련 자체 프로그램과 클레이공예, 도예체험, 백제군사문화탐방 등 3개 연계프로그램, 그리고 기타 토끼생태체험, 야생화 체험 등 총 18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1911년 호남선 개통과 함께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던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16m 높이의 급수탑도 남아있다. 화강석을 벽돌 형태로 다듬어 조성, 모양과 크기에서 첨성대를 닮은 독특한 모양새를 이루는데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03년 등록문화제 제 48호로 지정됐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 철도는 물론 그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시민기자=강필상 (조선대학교 병원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