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지난해 해외 여행객 수는 1248만명이다. 전년도(949만명)에 견줘 31.5%가 증가한 수치다. 국민 5명 중 한 명 꼴로 해외 여행을 가는 ‘해외여행객 1000만명 시대’지만 북유럽은 국내 여행객들에게 가장 멀고 낯설게 느껴지는 여행지 중 하나다. 여행을 즐겨한다는 사람들에게도 동쪽 끝에서 유라시아 대륙 서쪽 끝으로 가는 만큼 흔한 여행지는 아니다. 비용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유럽을 둘러본 여행객들이라면 유럽 여행의 최종 목적지로 찾을 만큼 선망의 대상이다. 특히 이맘때는 자연의 웅장함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북유럽 여행의 적기다.

◇노르웨이=북유럽 여행의 백미로 꼽히는 게 바로 노르웨이로, 전 지역에 걸쳐 있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풍광은 왜 북유럽 여행 일정 대부분이 노르웨이에 집중됐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피오르드는 노르웨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피오르드는 빙하가 녹기 시작해 산 아래로 밀려가 협곡을 만들고 그 자리에 바닷물이 차올라 만들어지는데 노르웨이 피오르드는 규모가 엄청난데다, 해안 전체를 수놓고 있어 여행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가장 길고(204km) 가장 깊은(1309m) ‘송네 피오르드’, 2005년 세계 문화유산에 등록된 게이랑에르 피오르드, 주변 산의 알록달록한 꽃들과 어울리면서 환상적인 ‘하당에르피오르드’, 그림엽서 속에서나 나오는 600m의 가파른 절벽으로 유명한 ‘리세 피오르드’.

어떤 피오르드나 짙은 코발트빛 바닷물과 양 옆의 거대한 산 그리고 폭포가 되어 떨어지는 장관이 펼쳐지고 어디에서나 찍어도 작품이 된다. 모든 피오르드를 다 둘러보려는 욕심을 버리면 속살 구석구석 체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피오르드 여행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게 바로 산악열차다. 해발 2m인 플롬에서 866m인 뮈르달까지 송네 피오르드로 이어지는 20㎞를 달리는 산악 열차는 인구 400명 남짓인 작은 마을 플롬이 ‘노르웨이 피오르드의 심장’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세계적 관광지로 만드는데 한몫 했다.

평균 경사도 55도에 이를 정도로 끊어질 듯 말듯 가파른 산을 오르며 끝이 보이지 않는 계곡과 절벽을 감상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로, 서유럽 관광객에게 베스트 여행지로 꼽힌다. 오슬로시 건설 900주년을 기념해 세운 시청사 및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을 회상할 수 있는 노벨평화상 기념 박물관, 대표적 쇼핑 공간인 칼 요한스 거리, 오슬로 항으로 이어지는 ‘로드허스 브뤼게’로 불리는 시청사 뒤편은 반드시 들러야 할 코스로 오슬로의 여유롭고 편안함이 전해진다.

비겔란 조각공원과 바이킹 박물관도 둘러볼 만하다. 조각가 구스타브 비겔란의 조각 212개와 인물상 671개로 장식된 공원은 숲이 울창해 휴식 공간으로도 알맞다. 공원 내부에 설치된 ‘모놀리스’는 남녀노소 121명이 한데 뒤엉켜 있는 17m 높이의 돌기둥으로, 완성하는데 13년이 걸렸다. 바이킹 박물관은 ‘약탈자’로만 알려진 바이킹에 대한 재발견이 가능한 곳으로, 당시 사용됐던 실제 배 3척을 복원해 전시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전경.<스웨덴 이미지뱅크>

◇복지강국 스웨덴=유럽에서 네번째 넓은 나라인 스웨덴은 세계 최고의 복지 국가다. 발틱해와 멜라렌 호수가 만나는 곳에 14개 섬으로 이뤄진 물 위의 도시 스톡홀름은 어느 곳에서나 쉽게 접하는 숲과 호수 등 아름다운 자연과 이국적인 정취가 가득하다. 섬과 섬 사이에 다리가 놓여 있어 이동하는데 무리가 없고 배를 타고도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어 ‘북유럽의 베네치아’라는 별칭을 실감나게 한다.

스톡홀름은 ‘통나무’라는 뜻의 ‘스톡’과 ‘섬’이라는 뜻의 ‘홀름’이 합쳐 만들어진 이름으로, 1252년 멜라렌 호수 상류에서 통나무를 띄워 땅에 닿는 곳에 도시를 짓기로 했는데 통나무가 현재의 감라스탄 부근에 멈췄고 당시 만들어진 도시가 스톡홀름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06m 높이의 뾰족탑이 인상적인 스톡홀름 시청사는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중 하나다. 중세 북유럽풍 디자인이 특색이며 해마다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시청사의 명물은 1900만개의 황금 도금 모자이크로 장식된 황금의 방.

오래된 건물이 밀집해 있는 구시가지 ‘감라스탄’은 스톡홀름 관광의 중심이 되는 곳으로, 왕궁, 국회의사당, 대성당, 노벨박물관 등이 밀집돼 있다. 단 한 차례도 전쟁의 피해를 입은 적이 없는 탓에 중세 도시 모습이 그대로 유지돼 있다.

스웨덴 왕실의 서민적인 기질을 엿볼 수 있는 왕궁도 또 하나의 관광 명소다. 160m높이의 유리 파사드와 세르겔 광장, 스웨덴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대표작인 말괄량이 삐삐 박물관도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다. 국내에서는 스톡홀름으로 가는 직항편이 없는 탓에 대부분 핀란드로 간 뒤 스톡홀름과 핀란드 헬싱키 사이를 운항하는 호화여객선 ‘실자라인’을 통해 이동한다.

핀란드 헬싱키 야경<핀란드 관광청>

◇교육 혁명·사우나의 나라, 핀란드=‘자일리톨’, ‘산타클로스’, ‘시벨리우스’,‘교육 복지’로 우리에게 친숙한 나라다.

핀란드 어로 핀란드를 ‘수오미’라고 한다. 늪지대(수오)가 많은 땅(미)을 의미하는데, 실제 수만 개가 넘는 크고 작은 호수들이 국토를 적시고 있다.

충분히 달궈진 돌에 물을 끼얹으면 발생하는 수증기를 이용하는 핀란드식 사우나는 핀란드의 ‘오래된 상징’이다. 웬만한 호텔에는 반드시 사우나가 있고 동네마다 사우나를 갖췄다. 사우나가 있는 집도 많다.

수도 헬싱키는 자연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관광객의 낙원으로, 헬싱키 중앙역과 에스팔라나디 광장을 중심으로 걸어다니면서 관광을 즐길 수 있다.

각종 국가 종교행사가 열리는 원로원 광장, 핀란드가 러시아의 지배를 받던 19세기에 비잔틴 슬라브 양식으로 세워진 우스펜스키 사원 등도 대표적 관광지다. 에스플라나디 거리는 북유럽 최대의 백화점인 스토크만백화점을 중심으로 쇼핑 일번지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