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화속에 들어와 있었다 온통 푸른 등대섬이었다
2011년 06월 16일(목) 00:00 가가
매물도·소매물도
‘쿠크다스 섬’으로 알려진 소매물도 등대섬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이 난다.
사람들은 대개 큰 것을 선호한다. TV도 차도 아파트도…. 그런 사람들이 신기하게도 매물도만큼은 ‘소’매물도를 선호한다. 관광버스를 대절해 와서 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매물도는 건너뛰고 소매물도에서 다 내렸다. 사실 ‘대’매물도라는 섬은 없다. 원래 이름이 그냥 매물도인데 소매물도가 하도 유명해지다 보니 어느 날부터 대매물도라고 부르기 시작했단다. 두 섬을 둘러본 결론은 이렇다. 소매물도가 매력 만점의 이효리라면 매물도는 ‘나는 가수다’ 출연 직전의 임재범이다. 매물도의 크고 작은 매력에 빠져보자.
‘쿠크다스 섬’ 소매물도
소매물도는 1990년대 중반 이 섬에서 촬영한 ‘쿠크다스’라는 과자의 CF를 통해서 세상에 알려졌다. CF 한 편의 영향이 컸다. 소매물도에 쿠크다스 섬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사람들은 소매물도가 아니라 쿠크다스 섬을 보러 오는 눈치다.
거제 저구항에서 정기 여객선을 탔다. 뱃길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좋았다. 배는 매물도를 찍고 40분 만에 소매물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어떤 이는 소매물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려면 유람선을 타고 선착장 반대쪽에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발로 소매물도를 직접 걸어 보겠다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소매물도의 해안선 길이는 3.8㎞. 어느 방향이든 직선으로 걸어서 20분 정도면 해안 절벽에 닿을 정도로 아담한 섬이 소매물도이다. 선착장에서 섬의 정상인 망태봉까지는 0.75㎞, 해발 152m에 불과하다.
소매물도에도 ‘갈래길’이라는 예쁜 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 길을 느긋하게 따라가면 남매바위∼‘매물도 보이는 곳’을 거쳐 옛 소매물도 분교였던 폐교까지 도착한다. 얕잡아 보고 직선 코스인 ‘학교길’을 택했는데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망태봉에 도착할 무렵에는 다리가 후들거려 사진도 찍기 어려울 정도다.
소매물도를 찾는 이유는 다들 등대섬이다. 소매물도의 백미는 망태봉에서 바라보는 등대섬이라는 말도 있다. 등대섬은 등대 쪽 절벽 부분을 제외하고 온통 푸른색이다. 등대섬에 오르면 동화나 영화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등대섬으로 가기 위해 내려가는 길은 다시 가파르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몽돌밭 길로 이어졌다. 썰물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모습. 소매물도에 와서 등대섬까지 걸어가지 못하면 ‘앙꼬 빠진 찐빵’이다. 조석 정보를 미리 확인(ARS 1588-9822)하면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몽돌밭 길을 건너간 관광객들은 나무계단을 따라 섬을 올라 등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주황색 나리꽃, 자주색 엉겅퀴꽃 같은 야생화들과 더불어 들판을 날아다니는 나비가 풍경화를 만든다. 가을이 되면 이 들판은 하얀 구절초 천지가 된단다. 누구라도 이곳에 서면 그림이 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섬을 찾는다.
원시림이 잘 보존된 매물도
여기까지 와서 소매물도만 보고 돌아가기에는 못내 아쉽다. 어민들이 사는 진짜 섬의 모습을 보지 못해서 그렇다. 소매물도에서 매물도로 건너가는 어선을 얻어 탔다. 여객선은 매물도를 거쳐 소매물도로 갔다가 곧바로 저구항으로 돌아가니 이렇게 거꾸로 가는 편은 마땅찮다. 하지만 여행이란 이렇게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닌가.
개선장군이 안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닮았다는 매물도에는 대항과 당금, 두 개의 마을에 주민들이 산다. 대항마을에 내리니 선착장 근처에서 한창 미역을 말리고 있다. 예전에 ‘매물도 미역’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세차게 굽이치는 파도로 인해 매물도 미역은 질이 좋기로 유명했다.
어느새 바다에 해가 진다. 낚시꾼이 낚싯줄을 던져보지만 떨어지는 해를 낚기에는 어림없다. 바다로 바로 입수하는 매물도의 일몰은 혼자 보기가 못내 섭섭했다. 매물도의 매력에 매몰되어 하루를 묵어가기로 했다.
‘마을을 한 눈에 담는 집’, ‘고기 잡는 집’, ‘바다마당을 가진 집’, ‘꽃 짓는 할머니의 집’, ‘군불 때는 집’ 등 민박집의 이름도 정말 정겹다. 섬마을의 집들은 바다를 배경으로 잘 어우러져 멀리서 보면 한 폭의 그림 같다.
파도소리가 시끄럽다고 불평하며 섬에서의 밤이 깊어갔다. 꿈에서 잠깐 인어라도 만난 것 같다.
아침이 되니 이번에는 새소리가 알람이 되어 사람을 괴롭힌다. 일찍 일어나 대항마을에서 장군봉(210m)까지 등산로를 따라 걸었다. 이게 대체 무슨 향일까? 야생화에서 뿜어 나오는 향기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300살이 넘는 후박나무 어르신에게도 인사를 드렸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당금마을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자연과 사람, 문화가 공존하는 가보고 싶은 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더니, 재치있는 작품들로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다. 마을 어르신에게 말도 건네며 천천히 걸었다. 사진만 찍고 오는 관광을 싫어하는 분에게 매물도가 좋겠다.
소매물도와 매물도, 아름다운 우리나라 섬 일번지이다.
/부산일보=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소매물도는 1990년대 중반 이 섬에서 촬영한 ‘쿠크다스’라는 과자의 CF를 통해서 세상에 알려졌다. CF 한 편의 영향이 컸다. 소매물도에 쿠크다스 섬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사람들은 소매물도가 아니라 쿠크다스 섬을 보러 오는 눈치다.
거제 저구항에서 정기 여객선을 탔다. 뱃길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좋았다. 배는 매물도를 찍고 40분 만에 소매물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어떤 이는 소매물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려면 유람선을 타고 선착장 반대쪽에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발로 소매물도를 직접 걸어 보겠다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소매물도의 해안선 길이는 3.8㎞. 어느 방향이든 직선으로 걸어서 20분 정도면 해안 절벽에 닿을 정도로 아담한 섬이 소매물도이다. 선착장에서 섬의 정상인 망태봉까지는 0.75㎞, 해발 152m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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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매물도아 등대섬은 썰물이 되면 몽돌밭 길로 이어진다. |
소매물도에도 ‘갈래길’이라는 예쁜 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 길을 느긋하게 따라가면 남매바위∼‘매물도 보이는 곳’을 거쳐 옛 소매물도 분교였던 폐교까지 도착한다. 얕잡아 보고 직선 코스인 ‘학교길’을 택했는데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망태봉에 도착할 무렵에는 다리가 후들거려 사진도 찍기 어려울 정도다.
등대섬으로 가기 위해 내려가는 길은 다시 가파르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몽돌밭 길로 이어졌다. 썰물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모습. 소매물도에 와서 등대섬까지 걸어가지 못하면 ‘앙꼬 빠진 찐빵’이다. 조석 정보를 미리 확인(ARS 1588-9822)하면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몽돌밭 길을 건너간 관광객들은 나무계단을 따라 섬을 올라 등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주황색 나리꽃, 자주색 엉겅퀴꽃 같은 야생화들과 더불어 들판을 날아다니는 나비가 풍경화를 만든다. 가을이 되면 이 들판은 하얀 구절초 천지가 된단다. 누구라도 이곳에 서면 그림이 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섬을 찾는다.
원시림이 잘 보존된 매물도
여기까지 와서 소매물도만 보고 돌아가기에는 못내 아쉽다. 어민들이 사는 진짜 섬의 모습을 보지 못해서 그렇다. 소매물도에서 매물도로 건너가는 어선을 얻어 탔다. 여객선은 매물도를 거쳐 소매물도로 갔다가 곧바로 저구항으로 돌아가니 이렇게 거꾸로 가는 편은 마땅찮다. 하지만 여행이란 이렇게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닌가.
개선장군이 안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닮았다는 매물도에는 대항과 당금, 두 개의 마을에 주민들이 산다. 대항마을에 내리니 선착장 근처에서 한창 미역을 말리고 있다. 예전에 ‘매물도 미역’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세차게 굽이치는 파도로 인해 매물도 미역은 질이 좋기로 유명했다.
어느새 바다에 해가 진다. 낚시꾼이 낚싯줄을 던져보지만 떨어지는 해를 낚기에는 어림없다. 바다로 바로 입수하는 매물도의 일몰은 혼자 보기가 못내 섭섭했다. 매물도의 매력에 매몰되어 하루를 묵어가기로 했다.
‘마을을 한 눈에 담는 집’, ‘고기 잡는 집’, ‘바다마당을 가진 집’, ‘꽃 짓는 할머니의 집’, ‘군불 때는 집’ 등 민박집의 이름도 정말 정겹다. 섬마을의 집들은 바다를 배경으로 잘 어우러져 멀리서 보면 한 폭의 그림 같다.
파도소리가 시끄럽다고 불평하며 섬에서의 밤이 깊어갔다. 꿈에서 잠깐 인어라도 만난 것 같다.
아침이 되니 이번에는 새소리가 알람이 되어 사람을 괴롭힌다. 일찍 일어나 대항마을에서 장군봉(210m)까지 등산로를 따라 걸었다. 이게 대체 무슨 향일까? 야생화에서 뿜어 나오는 향기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300살이 넘는 후박나무 어르신에게도 인사를 드렸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당금마을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자연과 사람, 문화가 공존하는 가보고 싶은 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더니, 재치있는 작품들로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다. 마을 어르신에게 말도 건네며 천천히 걸었다. 사진만 찍고 오는 관광을 싫어하는 분에게 매물도가 좋겠다.
소매물도와 매물도, 아름다운 우리나라 섬 일번지이다.
/부산일보=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