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순천만, 푸르름에 반하고 바람결에 설렌다
2011년 06월 09일(목) 00:00 가가
수천 년간 강물과 바닷물 오가며 만든 갯벌
그위에 뿌리내린 우리나라 최대의 갈대군락
그위에 뿌리내린 우리나라 최대의 갈대군락
▲초여름 찾은 순천만은 광야와 같이 드넓게 펼쳐진 싱그러운 푸름으로 찾는 이들을 설레게 한다.
순천만하면 시원하게 펼쳐지는 S자 수로 사이로 짙은 갈색의 갈대가 바람에 손을 흔드는 가을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여름 순천만을 가본 이들이라면 곧 짙은 푸르름에 반하고 만다. 봄날 보리밭과 같은 싱그러운 초록으로 광야와 같은 아름다움을 선사하며 찾는 이들을 설레게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정오 무렵 차에 몸을 실었다. 광주를 출발해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40여분을 달렸다. 봄에서 여름으로 향해가는 길목의 창밖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진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선암사 방향으로 들어섰다. 순천 인근에 들렀다면 꼭 맛봐야할 진미기사식당의 김치찌개 백반을 맛보기 위해서다. 잘 익은 묵은지와 듬성듬성 썰어넣은 돼지고기가 어울려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맛을 낸다. 함께 나오는 17가지 반찬은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다시 차를 타고 순천만과 마주했다. 과연 이름값을 하는가 보다. 긴 시간 동안 자연이 빚어낸 순천만은 ‘아’ 하는 탄성으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표를 끊고 출입구를 지나 정원으로 들어섰다.
고흥반도와 여수반도에 둘러싸여 호수처럼 잔잔하기만 한 순천만은 순천시의 동천과 이사천이 만나 순천만 바다로 흘러드는 3km의 물길을 따라 형성된 갈대들의 천국이다. 수천 년의 시간 동안 강물과 바닷물이 오가며 생태의 보고 갯벌을 만들고 그 위에 갈대들이 뿌리를 내려 661만1570㎡(약 200만평)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갈대군락을 이뤘다.
순천만은 흑두루미를 비롯한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등 140여종의 철새들이 몸을 쉬어가고 다양한 갯벌 생물들과 습지식물들이 함께 어우러진 생명의 보고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 41호로 지정되어 있고 국제적인 습지보호조약인 람사르조약에 등록될 정도로 세계적 관심과 명성을 함께 얻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야생화와 이름 모를 들풀로 조성된 작은 연못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대대포구에 다다른다. 수로 사이로는 생태체험선이 잔잔한 물길을 따라 바다로 향하고, 뚝 위에는 귀여운 생태관광열차가 관광객을 싣고 순천만을 안내한다.
포구를 지나 무진교를 걷자 싱그러운 갈대밭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무진교 넘어 하트모양으로 펼쳐진 산책로, 그리고 갈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봄날 푸릇푸릇 피어나는 청보리밭보다 더 짙은 푸름으로 관광객을 맞는다. 벌써 사람 키만큼 자라난 갈대들은 바람결에 나부끼기 시작한다.
청색의 갈대가 바람을 따라 눕는다. 바람을 따라 다시 일어난다. 다소 따가운 햇살에 흐르는 땀방울도 시원한 바람에 이내 사라진다. 하트모양으로 펼쳐진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갈대가 바람에 스르르 나부껴 귀마저 즐겁다. 갈대 사이 갯벌에서는 농게가 모습을 드러냈다 감춘다. 아름다운 연인과 갈대, 갯벌이 어우러져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할지 모를 정도다. 간조 때가 되면서 물이 빠진 순천만의 수로에는 농게들이 떼를 지어 나타났다가 다시 자취를 감춘다. 만조 때는 잔잔한 수로 수면 위로 갈대가 수놓아진다.
뿌연 하늘때문에 일몰을 볼 수 없다는 소리에 생태관광열차에 몸을 실었다. 대대포구 뒤로 잘 정돈된 산책길을 꼬마열차를 타고 달리는 기분은 정겹기만 하다. 열차 밖으로 손을 내밀어 스치는 갈대의 촉감을 느끼며 관광해설사가 안내하는 순천만의 모습은 한층 색다르다. 열차 안에는 ‘숨어우는 바람소리’가 울려퍼진다.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집 창가에/ 길 떠난 소녀같이 하얗게 밤을 새우네/ …/아∼ 길 잃은 사슴처럼 그리움이 돌아오면 쓸쓸한 갈대숲에 숨어 우는 바람소리”
옆으로는 순천 문학관이 스친다. 이곳은 순천 출신으로 순수한 동심을 노래했던 동화작가 정채봉씨와 무진기행을 쓴 김승옥 작가의 생애와 문화적 정신을 전승, 보전하기 위해 초가로 건립됐다.
30여분의 짧은 열차 왕복을 마치고 순천만 자연생태관으로 향했다. 짱뚱어 모형이 반기는 입구를 따라 생태관을 들어서면 순천시의 상징인 흑두루미가 실제크기의 다섯배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곳에서는 갯벌의 생성과 진화 과정이 한눈에 보기 쉽게 소개되어 있다. 투명유리 바닥으로는 순천만에 서식하는 농게, 짱뚱어 등의 모형이 전시돼 있다. 생태관 옆 천문대에서는 초저녁 순천만 하늘의 별들을 감상할 수 있다.
/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
지난 주말 정오 무렵 차에 몸을 실었다. 광주를 출발해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40여분을 달렸다. 봄에서 여름으로 향해가는 길목의 창밖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진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선암사 방향으로 들어섰다. 순천 인근에 들렀다면 꼭 맛봐야할 진미기사식당의 김치찌개 백반을 맛보기 위해서다. 잘 익은 묵은지와 듬성듬성 썰어넣은 돼지고기가 어울려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맛을 낸다. 함께 나오는 17가지 반찬은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고흥반도와 여수반도에 둘러싸여 호수처럼 잔잔하기만 한 순천만은 순천시의 동천과 이사천이 만나 순천만 바다로 흘러드는 3km의 물길을 따라 형성된 갈대들의 천국이다. 수천 년의 시간 동안 강물과 바닷물이 오가며 생태의 보고 갯벌을 만들고 그 위에 갈대들이 뿌리를 내려 661만1570㎡(약 200만평)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갈대군락을 이뤘다.
포구를 지나 무진교를 걷자 싱그러운 갈대밭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무진교 넘어 하트모양으로 펼쳐진 산책로, 그리고 갈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봄날 푸릇푸릇 피어나는 청보리밭보다 더 짙은 푸름으로 관광객을 맞는다. 벌써 사람 키만큼 자라난 갈대들은 바람결에 나부끼기 시작한다.
청색의 갈대가 바람을 따라 눕는다. 바람을 따라 다시 일어난다. 다소 따가운 햇살에 흐르는 땀방울도 시원한 바람에 이내 사라진다. 하트모양으로 펼쳐진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갈대가 바람에 스르르 나부껴 귀마저 즐겁다. 갈대 사이 갯벌에서는 농게가 모습을 드러냈다 감춘다. 아름다운 연인과 갈대, 갯벌이 어우러져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할지 모를 정도다. 간조 때가 되면서 물이 빠진 순천만의 수로에는 농게들이 떼를 지어 나타났다가 다시 자취를 감춘다. 만조 때는 잔잔한 수로 수면 위로 갈대가 수놓아진다.
뿌연 하늘때문에 일몰을 볼 수 없다는 소리에 생태관광열차에 몸을 실었다. 대대포구 뒤로 잘 정돈된 산책길을 꼬마열차를 타고 달리는 기분은 정겹기만 하다. 열차 밖으로 손을 내밀어 스치는 갈대의 촉감을 느끼며 관광해설사가 안내하는 순천만의 모습은 한층 색다르다. 열차 안에는 ‘숨어우는 바람소리’가 울려퍼진다.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집 창가에/ 길 떠난 소녀같이 하얗게 밤을 새우네/ …/아∼ 길 잃은 사슴처럼 그리움이 돌아오면 쓸쓸한 갈대숲에 숨어 우는 바람소리”
옆으로는 순천 문학관이 스친다. 이곳은 순천 출신으로 순수한 동심을 노래했던 동화작가 정채봉씨와 무진기행을 쓴 김승옥 작가의 생애와 문화적 정신을 전승, 보전하기 위해 초가로 건립됐다.
30여분의 짧은 열차 왕복을 마치고 순천만 자연생태관으로 향했다. 짱뚱어 모형이 반기는 입구를 따라 생태관을 들어서면 순천시의 상징인 흑두루미가 실제크기의 다섯배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곳에서는 갯벌의 생성과 진화 과정이 한눈에 보기 쉽게 소개되어 있다. 투명유리 바닥으로는 순천만에 서식하는 농게, 짱뚱어 등의 모형이 전시돼 있다. 생태관 옆 천문대에서는 초저녁 순천만 하늘의 별들을 감상할 수 있다.
/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