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 너머로 보이는 하늘도 파랗게 눈이 부시고, 살랑살랑 손을 흔드는 길가의 나무 빛도 시원 시원하다. 듬성듬성 피어있는 색색의 꽃들도 고운 빛으로 무장을 한 채 눈길을 잡는다.

자연이 뿜어내는 고유의 색으로 돌아보는 곳곳이 한 폭의 산수화가 되는 계절. 아름다운 색을 따라 고요한 여행을 떠나보자. 거창한 계획도 특별한 준비물도 필요없이 반나절의 시간만 있으면 된다.



◇한국의 색이 있는 나주 천연염색 문화관

영산강 물줄기가 달리는 나주 다시면 백호로에는 천연염색문화관이 있다.

광주에서 30여분을 달리면 찾아갈 수 있다. 나주와 광주를 오가는 180번 버스도 이곳을 지나친다.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 한국의 전통 색상인 오방색으로 치장한 건물이 고요하게 서서 사람들을 맞이한다.

시원한 강바람을 마주하고 선 문화관의 푸른 잔디를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한국 고유의 색이 그득하다. 문화해설사의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져 전통색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나주는 옛부터 비단 직조 기술과 쪽 염색이 발달한 곳으로 샛골나이와 염색장이라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가 활동하고 있는 천연염색 문화의 중심지.

문화관에서 천연염색의 역사와 그 고유의 멋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보는 즐거움 뿐만 아니라 직접 색을 내보는 체험의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쪽풀을 이용해 손수건이나 티셔츠 등에 직접 염색을 할 수 있는 천연염색체험장이 운영되고 있다. 문화관 한쪽에 마련된 뮤지엄 샵에서는 천연염색 염료나 관력 서적, 생활소품, 침구류 등이 판매된다.

또 기획 전시관에는 현대의상 및 생활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우리의 전통색이 어우러진 현대의 미도 감상할 수 있다.

문화관 뒤편 빨랫줄에 이제 막 물이 든 옷가지, 천조각이 바람을 따라 나부끼는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하루를 계획해보자. 연구실 및 체험장이 마련된 체험동 건물 2층에는 숙박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홍어의 거리와 곰탕거리

거창한 여행이 아니지만 나들이 길에 먹는 즐거움은 잊지 말고 챙겨야 하는 것 중 하나. 나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알싸하게 코끝을 간지르는 별미 홍어와 진한 국물로 헛헛한 배를 채워주는 곰탕이 있다. 취향에 따라서 다음 행선지를 골라 볼 수 있다. 얼큰한 막걸리에 톡톡 튀는 홍어의 맛이 그립다면 영산포 홍어의 거리로 움직이면 된다.

얼마전 홍어축제가 성대하게 열렸던 영산강변 홍어의 거리. 유채꽃으로 장관을 이루었던 영산강변, 노오란 봄이 다녀간 자리에는 짙푸른 여름이 차오르고 있다. 영산교 남단 사거리를 중심으로 홍어 간판을 내건 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고려 공민왕 때 왜구의 남해안 침탈이 빈번하자 섬 사람들을 이주시키는 공도정책이 실시됐다. 홍어로 유명한 흑산도의 주민들이 영산강을 거슬러와 이곳에 정착하게 됐고,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은 바다로 나가 즐겨먹던 홍어를 잡아왔다. 영산포로 돌아오는 길에 자연스럽게 숙성이 된 홍어는 진한 풍미를 더하게 됐고 영산포는 홍어의 고향이 됐다.

홍어의 맛만큼 홍어의 거리 뒷편의 영산동과 이창동 일대의 독특한 풍광도 특별한 멋이 있다.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지은 가옥이 옛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옛스러운 풍경에 영화 ‘장군의 아들’ 촬영이 이뤄지기도 했던 곳이다.

◇도유형문화재 '금성관'

진한 곰탕 국물이 생각난다면 과원동 금성관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된다.

전라남도유형문화재 제2호인 나주 금성관은 조선 성종 6∼10년(1475∼1479) 사이에 나주목사 이유인이 세웠다. 일제시대에 내부를 고쳐 청사로 사용했던 것을 1976년 원래 모습에 가깝게 복원했다.

임진왜란(1592)때 의병장 김천일 선생이 의병을 모아 출병식을 가졌던 곳이기도 하다.

금성관이 위치한 곳은 곰탕거리로도 유명하다. 맑은 국물에 밥이 함께 말아져 나오는 나주 곰탕에 아삭아삭 씹히는 깎두기를 곁들여 먹으면 반나절 나들이가 풍성해진다.

◇'구로즈미 이타로 가옥'

동네를 휘휘 걷다보면 이제는 옛 영광만 남은 구로즈미 이타로 가옥도 보인다. 1935년 지어진 이 대저택은 일본에서 직접 자재를 실어와 지었다.

◇옛 주택 골목 '영산동'

화려한 경치도 풍경도 없지만 느긋하게 좁은 골목을 거니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담쟁이 덩굴로 뒤덮인 담벼락과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옛 주택들, 가파른 골목을 올라 가다보면 그 끝에 그리운 외할머니가 어서오라고 손짓 하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나주=글·사진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