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이 눈부시다 못해 햇살이 따가워지기 시작하는 5월. 올해 ‘최장’연휴로 꼽히는 연휴를 맞아 친구들은 해외 여행 간다는데 “우리는 어디 안가냐?”며 아이들도 성화다.

그래, 경제도 어렵고 환율도 여전히 높지만 가정의 달, 직장생활에 쫓겨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아이들 위해 해외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근처 놀이동산이나 유원지도 아닌, 해외 여행을 무작정 가기란 쉽지 않다. 주머니 사정도 고려해야 하고 휴가 일정도 짜야 한다. 무엇보다 가족들이 만족할만한 여행지를 찾기도 쉽지 않다.

기왕 떠날 해외여행, ‘여행 한번 잘했다’는 소리 들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어디로 떠나지?

아시아 지역에서 여행객들을 상대로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를 꼽는 조사가 나올 때면 빠지지 않는 나라가 호주다. 특히 호주 제2의 도시이자 빅토리아주의 주도 멜버른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의 으뜸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도심이 아름다워 각종 CF와 드라마의 단골무대이기도 하다. 여행자를 위한 이정표, 편의시설도 잘 돼 있고 현지 가이드가 밤풍경 즐기기를 권장할 정도로 치안상태도 안전해 지도 한 장만 있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지구 반대편이라 우리나라와 계절이 정 반대다. 5월은 가을 날씨로, 국내로 치면 단풍놀이가 한창일 때다. 눈부신 봄날, 꽃 향기의 유혹을 떨쳐낼 만큼 이국적이고 특별한 이유다.

퍼핑빌리

◇유럽을 닮은 도시, 멜버른=‘호주 속의 유럽’, ‘남반구의 런던’, ‘정원의 도시’, ‘축제와 예술의 도시’등 멜버른을 부르는 별칭은 수없이 많다.

그럼 거긴 어딜 가야 좋을까.

관광 일정이 제한적인 탓에 수많은 관광지를 다 돌아볼 수 없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관광을 제대로 하려면 멜버른 시내를 꼼꼼히 살피고 그레이트 오션로드(Great Ocean Road)를 꼭 끼워넣자. 자녀를 생각한다면 단데농(Dandenong) 퍼핑빌리(Puffing Billy)를 한번 타보는 것도 좋다. 야라밸리(Yarra Vally)와 펭귄 퍼레이드로 유명한 필립섬(Phillip Island) 등 얘기하다보면 끝이 없다.

첫날은 시티 투어로 일정을 짜자. 호텔에 짐을 놓자마자 비치된 지도를 들고 트램(tram)을 이용하는 게 포인트다. 트램은 멜버른의 상징으로 고풍스런 건물과 고층 빌딩사이를 달린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10분∼15분 간격으로 도심을 순회하는 자주빛 트램을 이용하면 무료로 주요 관광지를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지도를 펼쳐놓고 원하는 정류장에서 내려 관광한 뒤 다시 트램을 타면 된다. 햇빛을 받으면 눈부실 정도인 노란빛의 플린더스 스트리트역(Flinders Street Station)을 출발점으로 좋다. 이 역은 시내와 시외로 가는 열차들이 모두 이곳을 지나간다. 플린더스역 맞은편 페더레이션 광장(Federation Square)은 멜버른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으로, 이벤트홀과 극장 등이 들어서 있다.

또 라이곤(Lygon)과 칼튼(Carlton) 가(街)사이의 이탈리아 거리, 론스데일(Lonsdale)과 러셀(Russell) 가(街) 사이의 그리스 거리, 빅토리아 가의 베트남인 거주지, 리틀버크와 러셀 가 사이의 차이나타운 등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도시에서 온 이주민이 정착하며 문화가 형성된 멜버른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는 장소다. 독특한 건축물과 문화, 예술을 느낄 수 있어 단조로울 것 같은 도시 여행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야라강 남쪽의 빅토리안 아트센터도 멜버른의 상징이다. 발레리나가 입는 스커트를 형상화한 철탑과 주말이면 아트센터 주변으로 줄지어 늘어서는 특산품, 공예품을 파는 노점 등을 돌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필립섬

번잡한 도심 관광에 피곤해졌다면 발길을 돌려 공원을 둘러보자. 로열 보태니컬 가든이나 피츠로이가든(Fitzroy Garden), 퀸 빅토리아 가든이 등은 모두 중심가에서 트램을 타면 10분안에 도착한다. 초록색의 잔디와 자작나무숲, 맑은 호수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있다. 피츠로이 가든은 ‘쿡선장의 기념생가’가 복원돼 있고 요정의 나무 등 볼거리가 풍부하고 로열보태니컬 가든은 10만평이 넘는다.

멜버른을 가로지르는 야라강도 빼놓을 수 없다. 강변은 호주 젊인들이에겐 최고의 데이트 코스로, 주변 노천카페엔 어린아이부터 노인들로 북적인다. 강을 따라 카누와 요트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강변을 걸어보는 맛도 특별하다.

◇자연의 경이로움=도심을 탈출, 한 시간 30분만 가면 자연의 경이로움을 맛 볼 수 있다. 죽기 전에 가봐야 하는 세계 10대 관광 명소 중 하나인 ‘그레이트 오션로드’.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243㎞의 해안도로로, 드라이브 도중 만나는 풍광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다. 거대한 바위 12개가 서 있는 12사도상(12 Apostles), 54명의 이민자를 싣고 가다 난파해 단 두명만이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를 간직한 로크 아드(Loch Ard Gorge), 두 개 아치를 가진 다리에서 하나가 붕괴돼 육지와 분리된 런던브리지(London Bridge) 등은 반드시 봐야할 관광코스다.

멜버른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휴양지 단데농에서 100년 된 증기 기관차 ‘퍼핑 빌리’를 타는 것도 빼놓아서는 안된다. 기차에 걸터앉아 창문 밖으로 다리를 내밀고 달리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기차로, 증기를 뿜어 올리며 달리는 열차의 난간에 걸터앉아 발을 차창 밖으로 쭉 빼놓고는 느릿느릿 호주의 원시림을 지나는 맛이 일품이다.‘토마스와 친구들의 실제 모델로, 운전, 정비 등 핵심인력을 제외하고는 수백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퍼핑빌리의 운영을 맡는다.

벨그레이브(Belgrave)역이 출발역. 종점인 젬부룩(Gembrook)까지 24.5㎞이지만 대부분 짧은 일정의 관광객은 첫번째 정차역인 멘지스크릭까지 30분 정도만 타고 간다. .

이외 멜버른 인근 필립아일랜드는 사람보다 동물이 우선인 섬으로, 해질녘 둥지로 돌아오는 펭귄의 무리를 구경하는 곳이다. 겁도 없이 사람들 틈을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 어른 무릎 높이의 펭귄 가족이 귀엽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사진제공=호주 멜버른 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