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를 휩쓸고 간 지진의 여파 속에서도 어김 없이 계절은 흘러간다. 다행히 도호쿠 지역을 제외하고는 일본 대부분 지역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상태.

도호쿠에서 1천 ㎞ 이상 떨어진 규슈(九州) 지방 역시 지난달에는 관광객이 급감했지만 4월 들어 다시 여행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최대 휴일 중 하나인 5월의 ‘골든 위크’ 특수 역시 규슈 지방으로 몰리고 있다. 국내 여행업계 역시 초저가 상품을 출시하는 등 관광객 모집이 한창이다.

최근에는 광양-시모노세키 페리 항로 개설로 광주·전남 지역에서 접근하기 더욱 편리해졌다. 또 지난달에 규슈 신간센이 개통돼 후쿠오카 하카다역에서 남쪽 가고시마까지 1시간 20분, 구마모토 역까지는 불과 3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점도 여행객들에게는 반가운 뉴스다.

▲자연이 준 선물, 자연에서 배우다.

규슈지방에서 만날 수 있는 색다른 경험 중 하나는 돌고래 워칭이다. 국내에서도 돌고래 쇼를 관람할 수 있지만 대부분 실내에서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바다 한가운데서 만나는 돌고래떼는 장관이다. 구마모토현 아마쿠사 츠치시마 섬 연안에는 야생 돌고래 300마리 정도가 서식하고 있고 10분 정도 배를 타고 나가면 사시사철 돌고래들을 만날 수 있다.

가까이 돌고래떼가 등장하면 저절로 환호성이 터져나오고, 30여분 동안 푸른바다에서 돌고래와 동화같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매년 18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아소(阿蘇)는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진 웅장한 칼데라를 배경으로 온천, 패러글라이딩, 열기구 등 각종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하다. 아소산 정상은 철마다 거대한 화원으로 변하고 잉글리쉬 로즈가든 ‘하나아소비’에서는 3월부터 11월까지 다양한 일본 장미를 감상할 수 있다.

운젠국립공원은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1991년 화산 폭발로 부서지고 땅에 묻혔던 가옥 여러채를 그대로 보존한 피해마을 미즈나시 혼진은 화산의 피해를 직접 볼 수 있어 경각심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운젠다케 재해기념관은 화산 체험 학습시설이다. 재해의 현장을 방치하지 않고, 재해의 기억으로부터 ‘교훈’을 얻으려는 일본 사람들의 특성이 엿보이는 곳이다.

나가사키 그라바엔

▲곳곳에서 역사를 만나다

사가현 가라츠의 나고야성터는 우리나라와 뗄 수 없는 곳이다.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이곳에 나고야성을 쌓고 이곳을 출병 기지로 삼아 조선 침략 계획을 구체화시켰기 때문이다.

지금 성은 없어졌지만 이 터에 세워진 나고야성 박물관은 당시의 역사를 그대로 복원, 전시해 두고 있다. 나고야 성터에서 만날 수 있는 다원(茶苑) ‘해월’에서는 화과자가 포함된 정통 일본 녹차를 시음할 수 있다.

나가사키현에 위치한 그라바엔은 개항 후 일본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공간. 영국인 무역상이었던 토마스 그래버(Thomas Glover)의 저택을 중심으로 메이지 시대 서양식 저택들이 모여 있다. 사계절 내내 다양한 꽃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특히 돌층계 안에 묻힌 2개의 하트형 돌을 발견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일본 3대 성(城)으로 꼽히는 구마모토성은 7년간의 공사끝에 1607년 완성된 공간이다. 일본 축성술의 달인으로 꼽히는 영주 카토 키요마사가 진두지휘해 지은 구마모토성은 일본 마지막 내전인 서남전쟁 기간 동안 52일간 농성을 견뎌낸 난공불락의 요새로도 알려져 있다.

▲믿음의 고장-순교의 현장을 찾아

토착종교가 강한 곳이 일본이다 보니 기독교·가톨릭 등에 대한 이미지가 강하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의외로 규슈지역에는 가톨릭 성지들이 많다.

나가사키의 니시자카 26인 순교지는 토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한 그리스찬 금교령으로 처형당한 선교사 6명과 일본인 신도 20명이 처형당한 곳이다. 오오라 천주당은 일본 국보로 지정된 곳으로 일본 가톨릭 26성인의 영혼에 바쳐진 공간이기도하다.

구마모토 아마쿠사 섬의 오에 천주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축됐고, 작은 어촌에 자리잡은 사키츠 천주당은 주변 경관과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색다른 느낌을 준다.

/일본 규슈=홍종룡 조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