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추위가 찾아온다지만 봄꽃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세상의 모든 꽃들 중 가장 먼저 봄을 전해주는 꽃은 매화다. 전남에서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린다는 순천 금둔사의 홍매화. 유난히도 추웠던 올 겨울 그 추위를 이겨내고 수줍게 고개를 내민 홍매화가 벌써 봄을 재촉하고 있다. 화려하지 않은 붉음이 수수함을 더한다.

토종 매화들이 단아한 자태로 옛 선비의 절개를 간직하고 있다면 눈이 부신 아름다움으로 상춘객의 발목을 사로잡는 매화들이 있다. 봄의 문턱에 눈보다 하얗고 고운 빛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매화마을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 광양 매화마을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에 위치한 매화마을(섬진마을)은 이른 봄이면 마을주변 밭과 산능선이 새하얀 매화로 눈부시다.

매화마을은 일본에서 광부생활을 했던 율산 김오천 옹이 1931년 귀국하면서 가지고 온 매화나무 5000주로 우리나라 최초로 매화나무 집단재배를 시작한 곳이다. 이후 기후조건과 산세 등이 매화생육에 적합해 지금의 매화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은 연간 100만명의 인파가 다녀갈 정도다.

매화로 유명해 ‘꽃고을’로 불리기도 하는 매화마을은 동으로는 섬진강을 경계로 경남 하동, 서로는 광양 진상면과 옥룡면, 남으로는 광양 진월면, 북으로는 구례군 간전면에 닿아 있다. 매화마을은 뒤로는 백운산이 지키고 있고 앞으로는 섬진강이 감싸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드라마 ‘다모’와 영화 ‘취화선’, ‘천년학’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매화마을은 33만㎡에 달하는 매화나무가 꽃을 터뜨리기 시작하는 3월 초부터 4월 초까지 봄맞이 관광객을 맞을 준비에 분주하기만 하다.

산아래 둔덕과 산자락에 심어진 매화나무에서 꽃이 만발하면 섬진강 주변은 온통 하얀 매화꽃의 구름과 향기에 휩싸인다. 매화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리면 그 합창소리에 정신이 아득할 지경이다. 그 꽃 무리가 섬진강의 흰 모래, 파란 물과 어울린 모습은 참으로 멋진 광경을 연출한다. 또 매화마을 청매실농원에 매실을 담은 항아리 2500여 개가 가지런히 정렬돼 장관을 이루고 있다.

광양 매화마을 매화의 본격적인 개화는 오는 12일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20일을 전후로 절정을 이루며 4월 초까지 그 자태를 뽐낼 것이다. 광양매화마을 061-772-9494.

◇ 해남 보해매실농원

해남군 산이면에 위치한 보해매실농원은 매실주를 생산하는 보해양조에서 운영하는 농원으로 지난 1978년 조성됐다. 총 46만㎡ 규모의 평지에 1만4000여 그루의 매실나무가 심어져 있다. 품종도 다양해 백매를 비롯해 홍매 등이 어우러져 알록달록 그 자태를 뽐내며 3월 중순이며 그야말로 ‘꽃천지’를 이룬다.

경사면에 조성된 광양 매화마을과 달리 황토밭이 평탄하게 펼쳐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드나들고 쉬기에 안성맞춤이다. 이 때문에 광양 매화마을이 비탈져 위에서 보는 풍경이 장관이라면 해남 보해매실농원은 농원을 걸어다니며 느끼는 매화꽃길이 매력적이다. 바람이라도 불어 하얀 꽃이 흩날리면 꽃잎이 눈보라가 되어 걷는 이로 하여금 환상에 젖어들게 한다. 꽃잎과 함께 매화의 그윽한 향은 봄바람에 실려 가장 먼저 봄 소식을 전한다.

가족, 연인들끼리 꽃길 사이에 돗자리를 깔고 흩날리는 꽃잎을 맞으며 준비해온 음식을 먹는 것도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특히 보해 매실농원은 눈처럼 하얗게 뒤덮인 매화 터널과 넋을 송두리째 빼놓으리만큼 아름다운 풍경으로 영화 ‘너는 내 운명’, ‘연애소설’의 촬영지로 활용되기도 했다. 10여 종이 넘는 들꽃도 매화와 한데 어우러져 수려한 장관을 뽐낸다.

땅끝 매실농원까지 매화를 보러오는 상춘객들을 배려해 오는 12일부터 한 달간만 농원을 개방한다. 매실농원의 매화는 25일을 전후해 절정을 이루며 상춘객을 맞을 것이다. 해남 보해매실농원 061-532-4959.

▲ 전남에서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며 봄의 시작을 알린다는 순천시 낙안면 금둔사의 홍매화. 〈광주일보 자료사진〉

/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