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봄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따뜻한 햇살 아래 다정한 벗과 걷기만 해도 즐거운 계절이 찾아왔다. 겨우내 총총걸음으로 지나치던 거리에도 봄이 차오른다. 느긋한 걸음으로 봄을 맞으러 가는 골목길 여행.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진하게 담겨있는 골목길을 거닐며 작은 여유를 만끽해 보자. 그들의 소박한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카메라는 여행의 필수 준비물이다.

◇ 사시사철 동화 속을 사는 마을, 수암골 출사여행=플라타너스 나무가 여행객들을 맞이하는 청주, 도시의 동쪽을 남북으로 가르고 있는 무심천을 건너면 나지막한 산자락이 나온다. 해발 353m의 우암산 그 자락에 허름한 담벼락에 정겨운 자연이 어우러진 작은 동네 수암골이 있다.

숨어있듯 작은 마을이지만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 수암골’로 유명한 곳이다. 이정표를 따라 언덕길을 오르면 청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갈 골 없는 6·25 전쟁 피난민들이 자리를 잡고 마을을 이룬 이곳에는 2007년부터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이 진행됐다.

시멘트 담벼락에 하나 둘 정감있는 그림이 그려져 가면서 마을은 새로운 추억의 공간으로 탄생했다. 최근에는 드라마 촬영지로 더 유명해졌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촬영지인 ‘팔봉제빵점’이 가장 먼저 사람들을 맞이한다. 제빵왕이 되기위해 고군분투했던 그 장면이 촬영됐던 언덕위 갤러리는 지금은 카페로 변신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팔봉제빵점’을 지나면 본격적인 수암골 여행이 펼쳐진다. 골목길을 오르다보면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 지도를 볼 수 있지만 굳이 이리저리 고민할 필요가 없다. 걸음 가는대로 골목을 누비면서 느긋한 산책을 할 수 있다.

크게 입을 벌리고 웃는 아이들, 시멘트 담벼락 위로 활짝 피어난 꽃, 두꺼비집을 만들고 있는 아이들... 벽화 속 우리들의 모습이 작은 즐거움이다.

누군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레임을 주던 골목. 골목을 돌때마다 기다리고 있는 풍경에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소박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자 손과 발이 분주해지는 여행. 하늘까지 맑게 개어준다면 더없이 좋을 골목길 여행이다.

수암골 끝자락 전망대에 서면 청주시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시간이 멈춘 듯한 동네에서 내려다 보는 도시는 오히려 낯선 모습이 되기도 한다.

◇ 매일 새로운 풍경, 이태원의 하루=수암골이 고요한 골목이라면 이태원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한국 속의 또 다른 지구촌이다. 서울 용산구에 자리잡은 이태원은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로 매일같이 다른 하루를 만들어내고 있다.

즐비한 가게를 가득 채운 온갖 물건들로 화려하게 꾸며진 이태원. 가게를 채운 물건의 종류만큼이나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생김새와 문화도 다양하다.

세계가 한 거리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는 이곳은 지난 1997년 관광특구로 지정돼 외국인들에게 쇼핑 관관명소가 됐다.

눈이 즐거운 이곳은 풍성한 먹을거리로도 유명하다. 각국의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 만큼 전통 미국식 햄버거, 중국 퓨전 요리, 감미로운 프랑스 요리, 터키 청년이 만드는 케밥 등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골목 곳곳에 숨어있는 맛집을 찾아 이태원의 길을 걷다 보면 새로운 나라에 여행이라도 온듯한 기분이 든다. 골목을 꾸미고 있는 벽화와 가게들의 이색 풍경 등 이곳의 산책은 지루할 틈이 없다.

독특한 인테리어와 소품들로 잔뜩 꾸며진 가게들은 그대로 잠시 발길을 멈추고 느긋함을 즐기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이태원 거리거리 가게 곳곳이 기막힌 사진 배경이 되는 곳 이태원이다. 낯선 풍경을 배경으로 한 생동감 넘치는 하루를 담기 위해 카메라는 필수다.

흔히 접할 수 없는 이슬람 문화는 이태원 여행의 보너스. 이슬람 거리 가파른 계단을 따라 좁은 골목길을 오르면 이슬람교 중앙 사원에 다다를 수 있다.

사원 마당에서는 작은 세계 이태원이 한눈에 담긴다. 사원에 울리는 아잔 소리에 잠시 눈을 감고 온몸으로 봄을 느껴볼 수 있는 이태원 여행이다.

이태원 거리 풍경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